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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Comicbook_만화책27

야스미나와 감자 먹는 사람들 야스미나와 감자 먹는 사람들 / 볼테르 마나에르 지음, 이희정 옮김. 밝은미래(2021)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사람들, 특히 채식주의자들은 욕먹기 딱 좋은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사람들이 기존에 누리던 것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에는 격렬한 반발이 따르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이는 어찌보면 자신의 이념과 주장을 제대로 '포장'하지 못한 데에도 책임이 있다. 축산농가에서 동물들 풀어주는 행동은 마치 영화 후속편을 억지로 뜯어고쳐 유색인종, 성소수자, 여성의 키워드를 모두 충족시키는 주인공을 들이미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고기 먹는 것을 무시무시한 범죄로 몰아가는 것보다, 매력적인 채식주의자 주인공을 내세우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이 아닐까 싶다. 마치 이 책 처럼.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채식주의자(!.. 2024. 3. 16.
어른이 되기는 글렀어 어른이 되기는 글렀어 / 사라 앤더슨 지음, 심연희 옮김. 그래픽노블 (2016) 인터넷 뒤적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서 한 번 쯤 봤을법한 내용과 그림체. 내향적이고 게으르고 철들지 못하는 주인공의 생각과 일상이 4컷 (때로는 2컷이나 5컷) 만화로 이어진다. “와이파이가 안 될 때 할 수 있는 것들: 1) 독서, 2) 밖에 나가 산책하기, 3) 친구에게 연락하기, 4) 청소와 정리정돈 와이파이가 안 될 때 실제로 하는 것: “아, 빨리 연결되라고~ 와이파이 새끼” 몇 시간이고 이 짓을 한다.” 왠지 스노우캣이 떠오르는 글과 그림이기도 하다. 책 뒷부분은 영어 원문이 수록되어 있으므로 영어 공부하기에도 좋을 듯. 하지만 더 많은 만화를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똑같은 내용이 언어만 바꿔서 반복되기에 .. 2023. 8. 3.
오늘, 우주로 출근합니다 오늘, 우주로 출근합니다 / 마리옹 몽테뉴 지음, 하정희 옮김. BH (2020) 최초의 프랑스인 우주비행사 토마스 페스케의 우주 비행을 다룬 만화책. 책의 부제목인 “놀랍도록 유쾌한 우주비행사의 하루”라는 말이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다. 주인공이 우주비행사가 되기까지의, 그리고 되고 나서의 일들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 나간다. 화장실에 떠다니는 대변 덩어리들을 진공청소기로 흡입해서 정리하는 일부터 ‘인류는 왜 우주로 가는 데 굶어죽는 아이들 수만명을 살릴 수 있는 돈을 퍼붓는가’에 대한 대답까지 이 책 한권에 다 담겨있다. 누구나 한번 정도는 꿈꿔봤을,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우주비행사의 삶에 대해 알고 싶다면 한번정도는 꼭 읽어보면 좋을 책. 2022. 3. 31.
제임스 조이스, 어느 더블린 사람에 대한 일대기 제임스 조이스, 어느 더블린 사람에 대한 일대기 / 알폰소 자피코 지음, 장성진 옮김. 어문학사 (2021) 영문학을 이야기할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제임스 조이스. 그의 일대기를 만화로 그려낸 평전이다. 읽다 보면 "이거 도대체 뭐하는 놈인가" 싶을 정도로 망나니가 따로 없다. 수많은 여성들과 바람을 피우거나, 술에 빠져 가정을 등한시한 거야 당시 세태가 그랬으니 그렇다쳐도 남을 깔보는 자만심과 놀려먹기 좋아하는 놀부 심보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제임스 조이스)는 트리에스테에 있는 친구 스태니슬러스에게 돈을 송금해달라고 부탁했다. 스태니슬러스는 분노에 차서 답장했다. 그는 여전히 조이스가 남긴 빚을 대신 갚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이스는 상황을 매우 과장해서 스태니슬러스에게 다시 편지를 보냈다. 온갖.. 2022. 2. 22.
맨발의 겐 원자폭탄 투하로 인해 벌어지는 참상을 그린 만화, 맨발의 겐. 히로시마에 살던 소년이 원폭 투하로 인해 가족들을 잃고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에서 몇 안되는 개념작'으로 통하기도 하는데, 작중 내내 군부와 천황에 대한 비판 및 폭력에 대한 반감을 내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박씨'라는 조선인 강제징용자가 나름 호의적인 캐릭터로 등장하기도 하고...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만화가 그렇게 일본의 잘못을 반성하고 자성을 촉구하는 작품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우리가 잘못했다!'의 느낌이 아니라 '폭력은 나빠! 일본을 전쟁으로 몰아넣은 일부 지도층도 나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윗사람에게 순종했을 뿐이야! 근데 그걸 안가리고 원폭을 떨어트려 모두 죽인 미국은 더 나빠.. 2014. 8. 6.
미만연애 29살 에로게임 프로그래머와 중학교 1학년 여학생. 단지 두 단어를 연결시키기만 해도 뭔가 위험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연애경험 전무한 쑥맥같은 어른과, 요즘 아이같지 않게 순진한 여학생의 만남인지라 보는 사람이 웃게 만드는 소소한 연애사의 반복이다. 사실 연애사라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게, 띠동갑 여학생에게 반해버린 남자의 전전긍긍 스토리가 주된 내용인지라 알콩달콩한 연애 이야기라기보단 (상당수의 모태솔로남들이 공감할만한) 순진남의 심리묘사와, 이보다 더 순진한 여학생이 만들어내는 러브 코미디정도라고 보는 편이 더 적당하겠다. 5권 완결인데다가 중간에 어설프게 심각한 내용이 나오지도 않고 그냥 가볍게 웃으며 읽기 좋은 내용.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기란 에.. 2012. 7. 23.
신부 이야기 엠마, 셜리 등으로 유명한 (그리고 그 특유의 오타쿠 기질과 장인정신으로 더 유명한) 모리 카오루의 다음 작품, 신부 이야기. 배경은 중앙아시아. 어린 신랑에게 시집간 젊은 처자의 이야기. 아직 2권까지밖에 나오지 않은 관계로 큰 줄거리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 수 없지만 양탄자에 자수넣기나 토끼사냥 등 소소한 이야기만으로도 나름 재미있다. 특히 이 작가의 오타쿠 정신은 융단이나 나무기둥 조각, 유목민 의상 등을 그려낼 때 빛을 발한다. 스크린톤을 바른게 아니라 하나씩 펜으로 선을 그어 그려낸 그림들. 2권에서 나왔던 대사처럼 이 그림에는 "정신이 아득해질만한 시간과 수고, 그리고 마음과 기도가 깃들어있다." 2010. 10. 1.
심야식당 음식을 주제로 하는 만화는 많다. 요리만화보다는 적지만 이러한 음식들이 보여주는 인간관계를 다루는 만화 역시 많다. 하지만 요리가 아니라 일상적인 식사를 소재로, 이와 얽힌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만화는 그닥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심야 식당은 우리에게 뭔가 좀 더 깊은 차원의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보통 사람들에게 '신의 물방울'에서처럼 이름도 발음하기 힘든 와인을 마시며 넓은 꽃밭의 춤추는 여인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식객'에서 시장표 돼지국밥을 먹는 장면은 이보다는 친숙하지만, 그래도 어쩌다 가끔 접할뿐 매 끼니마다 먹기 쉬운 음식들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요즘엔 웹툰 중심으로 그야말로 집에서 해먹는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도 종종 올라온다. 하지만 어찌보면 이정도도 요리 좀 한다는 사람들의 전유.. 2010. 9. 14.
이끼 웹툰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만화 장르가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양영순이 스크롤을 통해 마치 그라데이션 효과를 보는 듯한 기법으로 유명한 반면, 윤태호는 스크롤바를 내릴때마다 영화의 한컷 한컷이 넘어가는 것 같은 구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끼의 장점은 이러한 혁신적인 화면 구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제목처럼, 이끼가 들러붙어가는 습하고 어두운 구석처럼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유지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만화적 과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역동적인 수묵화를 보는 듯한 전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게다가 만화의 줄거리도 이러한 표현과 잘 어우러지며 한층 더 몰입감을 준다. 어두운 곳에서 벌어지는 어두운 인간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를 밝혀내려는 주인공. 처음 접할땐.. 2010. 8. 2.
엠마 '계급을 뛰어넘은 사랑'이라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기있는 소재다. 시골 무지렁이 소년이 어찌어찌하다 용사가 되어 공주를 구출하는 내용이나 재투성이 소녀가 요정의 도움을 받아 왕자와 결혼하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우리나라만 해도 춘향이와 이도령이 그런 케이스 아니던가. 그러다보니 산업혁명 시대의 영국, 그리고 메이드에 미쳐있는 만화가가 이러한 주제로 만화를 그리게 된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야기만 놓고 보면 크게 대단할 건 없다. 그냥 고아 출신의 메이드가 어찌어찌하다가 부잣집 도련님의 눈에 들어 이런저런 역경을 딛고 일어나 끝내는 해피엔딩~이 전부. 하지만 이 내용을 갖고 완결되기까지 만화책이 10권이나 나왔다는건 그 사이에 모리 카오루(작가)가 얼마나 불타오른 것인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2010. 7. 8.
르상티망 영화 '매트릭스'는 더 좋은 환경의 가상세계와 열악한 환경의 현실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 묻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닥 와닿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언제 열악한 환경의 현실 - 좁아터진 잠수함을 타고 합성 단백질 꿀꿀이죽만 먹는 그런 암담한 현실을 겪어봤어야 말이지...-_-; 그런 면에서 '르상티망'은 좀 더 현실적이다. 시대는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 현실과 다른 점이라면 가상현실 체험을 위한 각종 기기가 활성화되었다는 점. 그리고 30평생 여자라곤 한번도 사귀어본적이 없는 주인공이 가상현실의 여자친구를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직업, 외모, 학벌, 돈, 인간관계... 현실의 그 모든 암담한 요소를 사이버스페이스에서 한방에 역전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가상현실이 가져다주는 그 달콤함에서 .. 2007. 10. 30.
맨홀 모기 유충을 통해 사람들의 부정적인 생각을 제어하려는 한 사람의 이야기. 뭐, 내용 자체는 그다지 충격적이거나 놀라울만한게 거의 없을 듯 하지만... 가을날씨 들어서면서 선선해지는 바람에 창궐하는 모기들이 끔찍하다면 이 만화를 보며 적개심을 한층 더 불태울 수 있을지도. 모기의 시선으로 사람이 이렇게 보이는구나... 라거나 한 사람이 모기에게 주구장창 물리면 어떻게 되는구나... 라거나 등등. 2007.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