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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Nonfiction_비소설78

심플 푸드 심플 푸드 / 앨리스 워터스 지음, 제정인 옮김. 바세(2021) 뭔가를 가르친다는 건 결국 어느 정도는 비슷한 커리큘럼을 따르게 되는 듯 하다. 요리 역시 마찬가지. 기본적인 주방 도구와 재료에서 시작해서, 간단한 샐러드와 소스를 거쳐, 해산물과 육류를 다양한 방법으로 지지고 볶고 삶는다. 그 과정이 지향하는 목표가 프랑스식이냐, 이탈리아식이냐, 가정식이냐, 연회요리냐의 차이가 있을 뿐. 이 책, 심플 푸드 역시 기본적인 식재료와 소스의 설명을 읽다보면 샐러드와 수프를 거쳐 파스타와 오븐 요리, 수플레, 타르트를 지나 과일 디저트와 아이스크림으로 끝맺음한다. 그리고 그 모든 요리에는 "최고로 상태가 좋은 맛있는 식재료라면 그저 단순하게만 요리해도 놀랄 만큼 맛있는 요리가 된다"는 저자의 철학이 담겨있다.. 2024. 3. 2.
커피와 담배 커피와 담배 / 정은 지음. 시간의흐름(2020) 시간의 흐름 출판사에서 펴낸 '말들의 흐름' 그 첫번째 책. 커피와 담배라는,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한 숨 쉬어갈 때면 손에 들게 되는 기호품(이자 필수품)에 대한 산문집이다. 소설가인 동시에 카페 주인장이었던 저자의 경험과 삶의 철학이 커피와 담배에 잘 묻어나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는 볶은 지 한 달 지난 파나마다. 파나마는 처음 볶았을 때는 맛이 복잡해서 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한 달 이상 묵힌 다음 마시면 숙성되면서 맛이 부드럽게 하나로 모여져서 놀랍도록 맛있어진다. (중략) 한 달 지난 파나마 커피는 사치스럽다. 왜냐하면 한 번에 콩을 1킬로그램씩 볶는데, 이 원두가 한 달 동안 안 팔리고 남아있어야 그 맛을 볼 수 .. 2024. 2. 6.
빅맥 & 버건디 빅맥 & 버건디 / 바네사 프라이스, 아담 라우쿠프 지음. 이유림 옮김. 청담숲 (2023) 와인 페어링이라고 하면 뭔가 번쩍거리고 으리으리한, 나와는 별 상관없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음식과 음료를 곁들여 먹는 그 모든 것이 페어링이다. 콜라와 햄버거, 치킨과 맥주, 삼겹살과 소주 역시 훌륭한 페어링의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와인과 음식 역시 반드시 최고급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 둘이 만들어내는 맛의 조합이 훌륭한 시너지를 일으키기만 하면 되니까. 이 책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소개한다. 물론 전통적인 고급 와인과 비싼 음식들도 다루고 있지만, 그보다는 와인의 맛에 어울리는 음식의 풍미란 어떤 것인를 알.. 2024. 2. 1.
어떤 레스토랑의 비밀 어떤 레스토랑의 비밀 / 김창순 지음. KONG (2023) 어떤 슬픔과 고난이 닥쳐도 사람은 먹어야 사는 존재다. 불행에 빠져 온 세상이 무채색으로 보여도, 음식을 먹으면서 주변이 색깔을 되찾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경험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겪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뜨겁고, 차갑고, 맛있으면서 포만감을 느끼게 만드는 음식 덕분에 일상으로 돌아오는 한 남자의 이야기. 검푸른 회색빛에서 출발하는 여정이 마치 앙리 루소의 아프리카 그림처럼 생동감 넘치는 결말로 이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그림과 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글밥이 많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할 공간이 많아지는 이야기. 다만 두번째 페이지에서 '가족이 사라졌다'라는 지문만으로도 충분히 암울하고 충.. 2024. 1. 24.
부글부글 말 요리점 부글부글 말 요리점 / 조시온 글, 유지우 그림. 씨드북 (2023) 말 요리점이라는 제목에 말이 말고기 요리를 하는가 싶어서 읽은 책. 실제로는 말(馬)이 아니라 말(言)을 요리하는 내용이지만. 말 요리사가 전설의 말 요리법을 찾아내어 식당을 차렸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요리책의 비밀을 풀고 험한 말보다 고운 말이 더 맛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책. 무시 한 숟갈 넣고 끓여서 "이것도 못해? 실력없으면 당장 나가!"라는 글자가 둥둥 떠있는 지글지글 말 탕을 먹으며 "날 무시하다니! 먹을수록 열받네! 속이 지글지글해!"라고 외치는 호랑이가 인상적이다. 그런데 따끈따끈 말 탕을 먹으며 인정받는 기분에 흐뭇해하는 호랑이보다 불꽃을 뿜으며 지글지글 말 탕을 먹는 모습이 더 현실적으로 보.. 2024. 1. 12.
라멘의 사회생활 라멘의 사회생활 / 하야미즈 겐로 지음, 박현아 옮김. 따비 (2017) 일본 ‘라멘’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모든 것. ‘중화소바’가 전후 세대를 거쳐 라멘으로 자리잡고, 또 일본의 사회경제적 변화에 발맞추어 그 모습을 바꾸어가며 살아남은 기록을 300페이지짜리 책에 꽉꽉 채워넣었다.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대하고 읽는다면 꽤나 지루한 서술의 연속에 실망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1970년 만국박람회를 계기로 일본 전역에 미국식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들어서고, 이후 라멘 프랜차이즈 시장도 성장하며 명예퇴직자들이 대거 뛰어드는 현상을 소개하면서 이로 인해 지방색이 사라지고 표준화가 진행된 라멘에 대해 이야기하는 식이다. 소설이나 에세이보다는 역사책에 가까운 서술이라 흥미 위주로 접근하기엔 무리가 있고,.. 2023. 11. 26.
고치소사마, 잘 먹었습니다. 고치소사마, 잘 먹었습니다 / 김혜경 지음. 디자인하우스 (2011) ‘음식이 아닌, 음식점에 대한 에세이도 이렇게 나올 수 있구나’라고 감탄한 책. 도쿄의 레스토랑 여러 곳을 소개하면서도 식당의 설명을 기계적으로 늘어놓기보다도 그 음식과 분위기와 사람들이 저자의 생각과 기분에 어떤 자극과 변화를 주는지에 집중한다. “나의 좁은 식견으로는 세련됨과 촌스러움은 본질에 얼마나 충실한가, 아닌가의 문제다. 자기 정체성이 확실할 때, ‘답다’라는 본질에 충실할 때 사람들은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세련됐다고 한다. (중략) 그 중 하나가 흔히 앙꼬빵으로 불리는 앙팡, 즉 단팥빵이다. 긴자 기무라야의 앙팡은 어떻게 141년 동안이나 변함없이 지지를 받아온 걸까? 그 비법은 바로 누룩 발효법이다. 서양식 이스트를 쓰.. 2023. 11. 8.
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 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 /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돌베개 (2015)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와 한 세트. 파스타의 역사를 따라 이탈리아 문화를 살펴본다. 우리가 흔히 먹는 파스타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가 인상적. 하지만 프랑스 과자에 비하면 아무래도 파스타 한 가지만으로는 이야기거리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도 사실. 파스타의 종류는 엄청나게 다양하지만, 각각의 파스타가 외형 만큼이나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는 많지 않아서인지 정작 파스타 자체에 대한 비중이 좀 부족한 느낌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요리로서의 파스타에 집중하는 건 “각 주의 명물 파스타”를 소개하는 중반부의 8페이지 뿐. 맥앤치즈나 까르보나라, 알리오 올리오 등 요즘도 많이 먹는 파스타의 요리법.. 2023. 9. 6.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 구스미 마사유키 지음, 최윤영 옮김. 인디고 (2018) ‘고독한 미식가’는 만화로도, 드라마로도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많은 인기를 얻었다. 평범한 중년의 아저씨 혼자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며 밥 먹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낸 것은 그만큼 음식에 대한, 약간은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감탄하고 반기는 그 모습이 즐겁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요리만화처럼 한 입 먹자마자 배경이 우주로 바뀌고 집중선이 폭발하는 등의 오버스러운 리액션은 없으니, 그 무덤덤한듯 보이는 반응이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침샘을 자극한다. 그 작가가 쓴 에세이 역시 ‘아, 이제보니 자신의 이야기를 각색해서 쓴 거였구나’ 싶을 정도로 식탐과 미식에 대한 찬양으로 가득하다... 2023. 8. 26.
제법 빵빵한 날들 제법 빵빵한 날들 / 민승지 지음, 레몬 (2020) 짤막한 단상이 녹아있는 카툰 에세이. 작가가 좋아하는 40여가지의 빵과 직접 그린 그림, 그에 얽힌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체는 아니고, 함께 있는 글도 에세이라고 하기엔 좀 짧다 싶어서 확 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사람, 참 빵을 좋아하는구나’ 정도는 대번 알 수 있는 글과 그림. (그리고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다) 각잡고 집중해서 읽기보다는 조그맣고 달콤한 빵에 커피나 차를 곁들여 먹을 때 에피소드 한두개 읽고 어디 치워뒀다가, 달달한 과자 먹을 때 또 잠깐 봤다가 하는 식으로 가볍게 읽는 게 좋은 것 같다. 2023. 7. 20.
고기굽기의 기술 고기굽기의 기술 / 가와테 히로야스 지음, 용동희 옮김. 그린쿡 (2018) “표면은 바삭하게 구워지고, 표면에 가까운 부분은 단백질이 하얗게 응고되며, 이것이 안쪽으로 갈수록 점점 색깔이 변해서 중심 부분에는 아직 핑크색이 남아있다. 이렇게 굽는 것을 그러데이션 굽기라고 표현한다. 마블링이 많은 소고기, 이베리코 돼지, 지방이 층층이 들어 있는 카레다뇨 등을 구울 때 적합한 방법이다.” “고르게 익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고기를 구울 때는 반드시 좋다고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알맞은 정도로 차이가 나게 구우면 타거나 맛이 농축된 부분이 하나의 고기 안에 섞여 있게 되므로, 이로 인해 질감과 맛에 변화가 생겨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그런데 모든 부분이 고르게 익으면 먹는 사람이 쉽게 질리게 된다... 2023. 7. 13.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 /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돌베개 (2015) 프랑스의 역사와 과자의 발명을 엮어서 설명한 미식 역사책. 프랑스의 종교, 절대 왕정과 혁명, 프랑스 공화정에 이르기까지 과자와 케이크, 초콜렛 등의 ‘프랑스 디저트’들이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프랑스는 17세기 말부터 앤틸리스 제도에서 플랜테이션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스페인이 교황으로부터 서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조달할 권리를 부여받아 대서양에서 사탕수수 재배를 주도해 나갔지요. 이후 18세기에 들어와서는 영국, 그 뒤를 이어 프랑스가 설탕 경제를 중시해 유럽에서 패권을 쥐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주로 귀리죽을 먹었는데, 거기에 단맛을 더해 먹는 습관이 퍼졌습니다. 타르.. 2023.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