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Fiction_소설

소리 포착기 - 맛

nitro 2022. 2. 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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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포착기 - 맛 / 로알드 달 지음, 이원경 옮김. 녹색지팡이 (2017)

직업병이라고 해도 좋을 법한 버릇이 하나 있는데, 책의 제목에 음식 이야기가 보이면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읽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특히 로알드 달의 “맛”은 뮈리엘 바르베리의 “맛”을 읽고 난 다음이라서인지 더 큰 기대감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십대를 위한 로알드 달’ 단편모음집 중 한 권인 ‘소리포착기’에 실린 글로, 포도주의 품종과 빈티지를 맞추는 내기에 관한 이야기가 그 내용이다.

사실 소설 자체만 놓고 본다면 마지막 반전이 재미있는 짤막한 글에 지나지 않는다.

로알드 달이라는 작가가 워낙에 레전드인지라 (찰리와 초콜릿 공장!) 글 자체의 재미야 보증수표이지만서도, 어린이용으로 큼직한 폰트를 사용하고 삽화를 더했음에도 15장에 불과한 길이는 걸작이라기엔 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꽤나 소중한 체험이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아주 오래 전에 한 번 읽었던 글이었기 때문. 

당시에는 프랫이 장황하게 설명하는 부분이 별로 와닿지 않았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와인 공부를 해서인지 그 내용을 다 알아먹을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그리고 그 설명을 들으며 지식과 깊이에 공감을 하다보니 마지막 반전이 훨씬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애널리스트들이 다 지난 주식 동향을 그럴듯하게 분석하듯, 맛이라는 것도 결국 정답만 알고 있으면 포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장황하고 극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칭 미식가, 요리 전문가들과 프랫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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