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정명환 옮김. 민음사 (2017)
글 쓰는 게 직업이라고 당당히 내놓고 말하기엔 뭣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키보드로 밥벌어먹고 사는 입장에서는 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얕게나마 고민해본 기억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글쓰기라는 게 그렇게 얕은 고민으로도 파악할 수 있을만큼 만만한 분야도 아니어서 - 이는 800번대 앞쪽 서가를 가득 채운 글쓰기, 작문 관련 서적들만 봐도 알 수 있다 - 사르트르의 이 책은 꽤나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물론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문맹률이 높았던 당시 시대상에 비하면 독자를 정의하고 문학의 역할에 대해 고찰한 이 책이 불변의 진리를 담고 있다고 보기엔 어렵다. 그 당시엔 문학을 향유할 수 있었던 계층이란 일종의 특권층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하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아니면 최소한 20세기와 21세기 정도는 아우르며) 통용되는 사실도 있는지라 여러모로 고민하게 된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목은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언제나 진행형으로 보기 때문에 절대 그 완성된 형태를 읽을 수 없고, 이는 온전히 독자의 몫으로 남겨진다”는 부분. 그래서 퇴고가 필요하고, 또 어느 정도는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글을 끝내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풋내기 화공이 스승에게 물었다. "언제 제 그림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해야 할까요?" 그러자 스승은 대답했다. "네가 네 그림을 바라보고 스스로 놀라서 '내가 이것을 만들었다니!'하고 말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