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 투 마우스
핸드 투 마우스 / 린다 티라도 지음, 김민수 옮김. 클 (2017)
가난이나 빈곤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아프리카의 굶주린 어린아이나 서울역 광장에 누워있는 노숙자들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가난의 진짜 모습은 그보다는 훨씬 더 가깝고 현실적이고 잔혹하다.
“일자리 없이 가난한 것보다 일하며 가난한 것이 훨씬 더 비참하다.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돈이 한 푼도 없으면 사는 게 피곤하고 짜증나며 집 밖으로 얼씬할 수 없다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반면 죽도록 일하고 노동시간을 늘려달라 애걸하고 동전 한 푼도 헛되게 쓰지 않는데도 전기세를 낼 수 없다면, 그것은 영혼이 죽는 경험이다.”
인터넷에서 ‘가난은 돈이 든다’는 표현을 자주 보았는데, 알고 보니 이 책이 원전이었다. 실제로 한 챕터의 제목이 ‘빈곤은 졸라 돈이 많이 든다’였으니까.
여기서 빈곤이라고 하면 굶어죽을 정도의 빈곤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하지 않으면 집세를 낼 돈이 없는 빈곤이 훨씬 더 살만한 것은 아니다.
“나는 진보나 보수 양쪽 모두 마치 기적의 경계선이라도 되는 양 최저임금에 집착한다고 생각한다. 최저임금보다 더 번다면 사는 게 쉬워지기라도 한다는 듯 말이다. 최저임금보다 더 벌고 있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노동자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이 수백만 명인데 그들이 얼마를 버는지 아는가. 시간당 7달러 25센트 대신 시간당 7달러 35센트를 번다.”
음식 및 택배 배달원, 편의점 직원, 프렌차이즈 레스토랑이나 카페 직원들, 그리고 수많은 최저임금 혹은 그보다 약간 더 받는 근로자들이 공감할만한 내용이다.
“나는 직장의 근사함을 재는 나만의 척도가 있다. 내 소화기관의 은밀한 사정을 상사에게 알릴 것을 요구하는 일터인가, 아니면 원할 때 그냥 화장실을 갈 수 있는 일터인가가 그것이다. (중략) 내 경험상, 상사가 아랫사람의 요도를 통제하는 직장은 다른 굴욕적인 일들도 한 다발씩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돈이면 뭐든지 다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하면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돈을 벌려면 뭐든지 다 해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돈이 너무 많아서 마치 공기처럼 주변에 가득해서 돈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면 꽤나 공감가는 부분이 많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