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Fiction_소설

파인다이닝

nitro 2023. 2. 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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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다이닝 / 최은영 외. 바통 (2018)

읽으면서 ‘아 씨바 할 말을 잊었습니다 (feat 이외수)’를 계속 중얼거렸다. 

내게 있어서 음식이란, 요리란, 화려하거나 소박하거나를 떠나서 뭔지는 몰라도 어쨌든 행복함이나 그 비스무레한 것과 연관된 개념이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무언가를 먹는다는 건 곧 삶을 이어간다는 것이고, 삶을 이어가려는 의지는 최소한의 긍정적인 사고를 요구하니까.

하지만 이 소설은 일곱 명의 작가가 죄다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도 분위기는 비오는 날 하늘처럼 꾸무럭하다.

그러면서 깨닫게 되는 거다. 내게 있어서 밀푀유 나베가 즐거운 경험이었다면, 채식주의자 레즈비언 애인을 둔 누군가에게는 “절대로 닿을 수 없는 어떤 아득한 세계의 상징, 영원한 불가능의 표지”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요리에 대한 일곱 편의 이야기들은 그 깊이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한결같이 우울하고 우중충하다. 하긴 결혼한지 석달만에 반신불수가 된 남편을 돌보며 하루 종일 낙지 대가리를 자르는 상황에서 꽃잎이 휘날리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또한 요리의, 음식의 한 모습임은 분명하다. 몸이 다치고 마음이 병들어도 사람은 먹어야 하는 존재니까. 

파나마 게이샤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면서 “이것이 신의 얼굴인가!” 하는 나같은 놈이 있는가 하면, 똑같은 커피를 마시면서 “이게 그 여그서 젤로 비싸고 좋은 커피다 이거제? 으미, 근디 이거 오지게 쓰네잉. (중략) 그리고 행여라도 울 아덜이 와서 커피 맹그는 거 갈쳐달라고 하면 돈 받고라도 꼭 갤쳐줘잉. 여러모로 부탁허네. 내가 유언장 뒤에 핀지로 다 썼어.”라고 말하는,  섬에서 물질하는 말기암 환자 아줌마도 있는 법이니까.

결국 이 모든 현실을 다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소설이다. 

비록 소화불량에 걸릴 확률은 높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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