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Fiction_소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동물농장

nitro 2023. 5. 1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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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민음사 (1998).

여러가지 전문 지식과 복잡한 사회 문제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쿠르츠게작트(Kurzgesagt)"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영어로는 In a Nutshell, 즉 간단하게 흝어보기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말이다.

여러 영상중에서 "우리는 또 다시 그럴 겁니다(링크)"라는 영상이 있는데 고차원적인 문제와 이론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설명하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서 잘 알려준다.

그 해결책 중의 하나가 단순화로 시작되는 교육적 거짓말이다. 태양계 행성들의 크기는 너무나 차이가 크고 그 거리 또한 무시무시하게 멀지만 이를 단순화시키고 왜곡시켜 우리에게 친숙한 태양계 모형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사람들이 당면한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이해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 그 좋은 사례 아닐까 싶다.

학대받던 동물들이 농장주를 몰아내고, 이웃의 다른 인간 농장주들의 위협에 맞서 싸우며 내부적으로 결속하고, 타락하고, 결국은 지배계급이 나누어지며 이전과 다를 바 없는 (혹은 더 악화된) 상황을 맞이하는 내용이다.

다만 우화적으로 묘사한 몇몇 요소들 - 동물들, 풍차들, 사나운 개로 대표되는 무력 등 - 을 제외하면 이건 그냥 러시아 공산당이 겪은 변화의 기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자본주의, 공산주의, 파시즘이 만들어내는 혼돈과 광기의 콜라보레이션이 동물들의 사회생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자, 동무들, 동물들의 삶이 어떤 겁니까? 우리 똑바로 봅시다. 우리의 삶은 비참하고 고달프고, 그리고 짧소. 우리는 태어나 몸뚱이에 숨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먹이만을 얻어먹고, 숨 쉴 수 있는 자들은 마지막 힘이 붙어 있는 순간까지 일을 해야 하오. 그러다가 이제 아무 쓸모도 없다고 여겨지면 그날로 우리는 아주 참혹하게 도살당합니다. 영국의 모든 동물들은 나이 한 살 이후로는 행복이니 여가니 하는 것의 의미를 알지 못합니다. 영국의 어느 동물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비참과 노예 상태, 그게 우리 동물들의 삶입니다. 우리는 왜 계속 이 비참한 조건 속에 살아야 하는 겁니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노동해서 생산한 것을 인간들이 몽땅 도둑질해 가기 때문입니다. 동무들, 우리 문제에 대한 해답은 바로 거기 있소. 한마디로 문제의 핵심은 ‘인간’이오. 인간은 우리의 진정한 적이자 유일한 적입니다. 인간을 몰아내기만 하면 우리의 굶주림과 고된 노동의 근본 원인은 영원히 제거될 것이오."
(중략)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메이저 영감이 "농장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를 외친 후부터 "그 놈이 그 놈"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기까지는 그닥 두껍지 않은 160쪽짜리 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면 충분하다.

하지만 그 짧은 이야기는 수십년간 이어진 공산독재와 그 타락상, 그리고 그 아래에서 고통받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응축시켰기에 가볍지 않다.

너무나 쉽게 읽히기에 아동용 버전도 무수히 많고 심지어는 애니메이션까지 나와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하면 할수록 완벽한 사회 체계나 이념에 대한 의문과 체제에 반기를 들기 위한 대중 혹은 개인의 수단 등에 대해 고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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