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Fiction_소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너새니얼 호손 단편선

nitro 2023. 5. 1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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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 냄새가 밖으로 퍼져나오자 젊은이는 여행을 떠나며 준비해 온 음식을 마지막으로 먹은 것이 아침이었고, 오후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 3펜스짜리 양피 증지 가지고 저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로빈은 한숨을 쉬며 혼자 말했다.
- 나의 친척, 몰리네 소령 

권력있는 지인을 찾아왔는데 그 사람이 몰락한 모습을 보는 심정을 잘 묘사했다. 삼국지에서 노식이 끌려가는 모습을 본 유비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식민지 시절의 미국 주지사가 파리 목숨이었다는 시대상을 보여주는 단편이기도 하다.

"사람이 사는 곳에선 죽은 사람을 땅에 묻지. 죽은 사람의 모습을 산 사람들의 시야에서 가리기 위해서 말일세. 하지만 아마 백 년이 지나도록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을 이런 곳에서라면 가을 바람이 뿌려주는 참나무 잎에 덮여 열린 하늘 아래 누워 쉬어서 안 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 로저 맬빈의 매장

보내는 사람이 용서해도, 떠난 사람은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한다. 

웨이크필드는 자신의 생각을 아주 세밀히 저울질해 보고는 자신이 집을 비운 일 주일 동안 집안일이 어떻게 되어갈 것인가, 간단히 말해서 자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는 그 영역의 사람들과 상황들이 자신이 없음으로 해서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를 자신이 알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냈다.
- 웨이크필드

'내가 회사에 나가지 않으면 큰일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이야기.

"오월제 기둥의 숭배자들이여"
꽃 장식을 한 목사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대들은 오늘 하루 종일 즐겁게, 온 숲이 그대들의 즐거움에 메아리로 화답하는 소시를 들었소. 그러나 이제 이 순간을 가장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도록 합시다. 보시오, 여기 오월의 왕과 왕비가 서 있소. 옥스포드의 사제이며 메리 마운트의 목사인 나는 이제 두 사람을 성스러운 혼례식으로 결합시키려고 하오. 그러니 무용수들, 나뭇잎 장식을 한 사람들, 소녀 합창단원들, 그리고 곰이며 늑대며 뿔 달린 짐승 형상을 한 사람들, 모두 즐겁고 쾌활하게 기분을 돋웁시다."
- 메리 마운트의 오월제 기둥

종교 박해가 싫어 신대륙으로 떠나온 마당에 또다른 종교적 박해가 가해지는 현장. 읽는 내내 영화 '미드 소마'가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기분.

"이 귀여운 뺨을 다른 쪽 뺨과 마찬가지로 흠없이 완전하게 만들 자신이 있소. 그리고 여보, 자연이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에 남긴 불완전함을 내가 바로잡았을 때, 그 때 내가 느낄 승리감이 어떻겠소! 자신이 조각한 여인이 생명체로 살아났을 때 피그말리온이 느꼈을 황홀감도 나의 황홀감만큼 크지는 못할 것이오."
"그러면 이제 결정이 난 거예요."
조지아나는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리고 에일머, 만일 그 반점이 결국 나의 심장을 피난처로 삼고 있는 것을 알아낸다 하더라도 그 일을 중단하지 마세요."
- 반점

성형외과 의사의 심리 해설서.

오웬은 이 흑단 상자를 연면서 애니더러 한쪽 끝에 손가락을 대어보라고 했다. 애니가 시키는 대로 손가락을 대자 나비 한 마리가 팔랑대며 날아올라 그녀는 깜작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나비는 그녀의 손가락 끝에 내려앉아 다시 날 준비를 하듯이 보랏빛과 금색 점이 박힌 넓은 날개를 너울거리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물건 속으로 부드럽게 스며들어간 영광과 장려함과 정교한 화려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자연의 이상적인 나비가 완벽한 모습으로 여기 구현되어 있는 것이다. (중략)
"거 참, 진짜보다 더 낫군!"
로버트 댄포스는 그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의 찬사를 보내며 큰소리로 말했다.
-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

A.I.와 챗GPT가 발전을 거듭하는 요즘, 새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단편.

'비극적인 운명을 지닌 인간의 비극적인 결말'은 별로 내 취향이 아니긴 하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읽었고, 또 이래저래 생각할만한 화두도 많이 던져주는 단편들. 주홍글씨를 하도 오래 전에 읽어서 내용이 가물가물한데 159번까지 언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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