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Nonfiction_비소설

고치소사마, 잘 먹었습니다.

nitro 2023. 11. 8. 15:27
728x90

고치소사마, 잘 먹었습니다 / 김혜경 지음. 디자인하우스 (2011)

‘음식이 아닌, 음식점에 대한 에세이도 이렇게 나올 수 있구나’라고 감탄한 책. 

도쿄의 레스토랑 여러 곳을 소개하면서도 식당의 설명을 기계적으로 늘어놓기보다도 그 음식과 분위기와 사람들이 저자의 생각과 기분에 어떤 자극과 변화를 주는지에 집중한다.

 

“나의 좁은 식견으로는 세련됨과 촌스러움은 본질에 얼마나 충실한가, 아닌가의 문제다. 자기 정체성이 확실할 때, ‘답다’라는 본질에 충실할 때 사람들은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세련됐다고 한다. (중략) 

그 중 하나가 흔히 앙꼬빵으로 불리는 앙팡, 즉 단팥빵이다. 긴자 기무라야의 앙팡은 어떻게 141년 동안이나 변함없이 지지를 받아온 걸까? 그 비법은 바로 누룩 발효법이다. 서양식 이스트를 쓰지 않고 누룩으로 발효를 한다는 것. (중략) 

긴자 거리 한복판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며 야금야금 한입씩 맛보았다. 겨울 햇살은 따뜻하고 앙팡은 말랑말랑, 달콤하고… 문득 이와이 슌지의 ‘4월 이야기’에 나오는 여주인공이 생각났다. 순수한 기쁨에 행복해졌다.”


에피소드 하나가 끝날 때마다 가게의 약도와 연락처, 영업시간 등이 적혀있지 않았더라면 식당을 소개하는 글이 맞는지 애매했을 정도로 에세이의 느낌이 강해서 좋다. 

레스토랑 전경, 음식 사진, 손으로 그린 그림,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함께 담긴 것 역시 매력 포인트. 

공간, 음식, 사람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취하다보니 오히려 노골적인 레스토랑 소개글보다 더 식당에 가고싶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