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내가 조괄이다
중국의 양대 역사소설은 삼국지연의와 동주열국지라 할 수 있다.
이미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삼국지와는 달리, 열국지는 그렇게까지 잘 알려지지는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사자성어의 상당수가 그 당시에 만들어진 것을 보면 이야깃거리가 없어서는 아닌 듯 하다.
그보다는 장장 800여년에 걸친 춘추전국시대에 벌어졌던 일들이 워낙 단편적인지라 그 모든 것을 하나의 통일된 이야기로 묶어내기가 힘들기 때문 아닐까 싶다.
이 소설은 그런 춘추전국시대 중에서도 가장 끝자락, 진나라가 최종 통일을 앞두고 다른 나라들이 연합하여 대항하던 시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고대 동북아시아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따기 직전에 싱크홀에 빠져 과거로 돌아가버린 대학생.
그리고 그 영혼이 깃든 곳은 역사상 길이 남을 장평대전에서의 패장으로 유명한 조괄의 몸.
이미 대세가 기울어 진나라의 독주가 시작된 가운데, 다른 여러 나라들을 아우르고 달래어가며 평온한 일생을 꿈꾸는 조괄의 분투가 주요 내용이다.
일단 작가가 삼국지 대역물로 유명한 간절히 작가인지라 기본적인 글빨은 상당한 수준.
다만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삼국지의 인물과 사건들에 비해 인지도가 현저하게 낮은 시대와 배경인지라 머릿속에 이미지가 딱딱 들어서지 않는 것이 문제다.
유비, 관우, 장비 하면 떠오르는 인물들에 비하면 조괄, 염파, 신릉군은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들인지 애매하다고나 할까.
전반적으로는 꽤 재미있는 이야기고, 풀어내는 과정에서 나름 카타르시스도 있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던 이야기를 확 와닿게 풀어낸다는 기준으로 보면 나관중 이후 수백년간 이어진 삼국지의 포스를 뛰어넘기엔 역시 좀 부족하다.
총평: ★★★☆☆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중국 역사 소설이라는 점에서는 나름 새롭고, 작가의 필력이 뒷받침되어서 평타는 치지만, 아쉽게도 그 비교 대상이 삼국지인지라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