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Nonfiction_비소설

커피와 담배

nitro 2024. 2. 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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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담배 / 정은 지음. 시간의흐름(2020)

시간의 흐름 출판사에서 펴낸 '말들의 흐름' 그 첫번째 책.

커피와 담배라는,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한 숨 쉬어갈 때면 손에 들게 되는 기호품(이자 필수품)에 대한 산문집이다.

소설가인 동시에 카페 주인장이었던 저자의 경험과 삶의 철학이 커피와 담배에 잘 묻어나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는 볶은 지 한 달 지난 파나마다. 파나마는 처음 볶았을 때는 맛이 복잡해서 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한 달 이상 묵힌 다음 마시면 숙성되면서 맛이 부드럽게 하나로 모여져서 놀랍도록 맛있어진다. (중략) 한 달 지난 파나마 커피는 사치스럽다. 왜냐하면 한 번에 콩을 1킬로그램씩 볶는데, 이 원두가 한 달 동안 안 팔리고 남아있어야 그 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파나마 원두를 주문받을 때마다 미적거리며 천천히 봉투에 담는다. 혹시라도 마음을 바꾸시지 않을까 기대하며. 그때마다 손님이 음식을 안 남기고 다 먹어치우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횟집 고양이가 된 기분이다.
- 커피와 담배, "과테말라와 파나마" 중에서
가계부 어플이 절약 팁을 알려준다면서 "이번 달 지출이 많네요? 커피값을 줄여보면 어떨까요"라고 하면 "아무것도 모르면서"라고 외치면서 어플을 지워버린다. (중략)
4500원이면 노량진에서 최고로 풍족한 식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밥을 굶고 그 5000원으로 커피를 선택한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가장 값어치 있는 5000원은 커피캆이니까. 내 한 시간을 가장 사치스럽게 쓸 수 있으니까. 거기에 500원을 보태서 카푸치노를 마셔야 한다. 먼저 따뜻하고 둥근 잔을 손으로 감싸서 온기를 느끼고, 부드러운 우유 거품을 한 모금 마시고, 또 한 모금 마시고. 그 폭신한 구름이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그런 다음 잔을 내려놓고 테이블 위에 팔꿈치를 올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손바닥에 눈물이 차오른다. 커피값을 줄이라니, 정말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 커피와 담배, "커피값" 중에서

담배는 잘 모르겠지만 커피는 나름 즐기는 입장에서 공감도 가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볶은지 한 달 지난 원두는 안먹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