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푸드
심플 푸드 / 앨리스 워터스 지음, 제정인 옮김. 바세(2021)
뭔가를 가르친다는 건 결국 어느 정도는 비슷한 커리큘럼을 따르게 되는 듯 하다.
요리 역시 마찬가지. 기본적인 주방 도구와 재료에서 시작해서, 간단한 샐러드와 소스를 거쳐, 해산물과 육류를 다양한 방법으로 지지고 볶고 삶는다.
그 과정이 지향하는 목표가 프랑스식이냐, 이탈리아식이냐, 가정식이냐, 연회요리냐의 차이가 있을 뿐.
이 책, 심플 푸드 역시 기본적인 식재료와 소스의 설명을 읽다보면 샐러드와 수프를 거쳐 파스타와 오븐 요리, 수플레, 타르트를 지나 과일 디저트와 아이스크림으로 끝맺음한다.
그리고 그 모든 요리에는 "최고로 상태가 좋은 맛있는 식재료라면 그저 단순하게만 요리해도 놀랄 만큼 맛있는 요리가 된다"는 저자의 철학이 담겨있다.
거의 모든 레시피가 3~4가지, 많아도 예닐곱 종류의 재료만을 사용한다. 분명 똑같은 요리인데, CIA에서 A4용지 하나 가득한 분량의 재료 리스트를 적어봤던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정도로 단순하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추천하기 힘든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첫째로는 저자가 강조했듯 "최고로 상태가 좋은 식재료"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고 (생산자 직거래 장터가 집 주변에 주기적으로 열린다면야 가능하겠다), 둘째로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도구조차도 한국 사람 기준으로는 그 진입 장벽이 꽤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주방도구에 관해서라면 미니멀리스트이다"라는 문장 뒤에 푸드 밀과 파스타 머신, 아이스크림 메이커가 갖춰둬야 할 주방도구 목록에 올라와있는 모습을 보면 어지간한 사람은 포기하기 십상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식의 완성 사진이 없어서 참고하기가 힘든 점도 하나의 단점이다. 곳곳에 손으로 그린 식재료 일러스트는 찾아볼 수 있지만, 완성된 음식이 어떤 모습인지는 찾기가 힘들다. 여기에 덧붙여 저렴한 것과는 거리가 먼 책값 역시 하나의 걸림돌.
이런 단점들을 다 제외하면, 집에서 직접 요리하는 즐거움을 깨우치기 시작한 사람에게 밀키트와 유튜브 레시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로서 도서관에서 빌려 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 체계적으로 요리는 배울 수 있으면서도 너무 지나치게 전문적이지는 않다는 점에서 한 번 정도 권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