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Fiction_소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로미오와 줄리엣

nitro 2024. 4. 1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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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제대로 다 읽어본 사람도 많지 않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

원수 집안의 아들과 딸이 서로 사랑에 빠지고, 이런저런 장애물을 헤치며 사랑하다가 사소한 착오로 인해 모두 죽었습니다. 끝.

사실 사건만 놓고 보자면 "줄리엣과 그녀의 로미오 이야기보다 더 비통한 이야기는 절대 없었으니까"라는 말이 무색하게 온갖 막장 전개 신파극이 난무하는 요즘 기준으로는 상당히 밋밋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단순한 줄거리 안에 빼곡하게 채워진 셰익스피어의 문장력은 수만명이 골머리를 쥐어짜며 논문을 쓰게 만들 정도로 생각할 거리가 많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주제로 쓰여진 논문만 십만건이 넘는다)

원래는 영문학에 대한 소양이 깊을수록 보이는 게 많아진다던데 영어 원문으로도 읽어 봤지만 워낙 고어체인데다가 셰익스피어 희곡 특유의 엄청난 문장 길이를 버티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한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후 많은 미디어로 재탄생했으니 어찌 보면 성경 못지않게 서양 문화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작품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줄리엣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

"이게 뭐야? 내 님이 움켜잡은 잔이야? 음, 독으로 때 이르게 끝을 맞으셨구나. 오, 깍쟁이 다 마셨어? 뒤따를 때 날 도와줄 한 방울도 안 남기고? 키스를 하겠어요. 혹시나 그 입술에 독이 좀 남았으면 효력이 있어서 나를 죽게 해 주겠죠. 당신 입술 따뜻해요.(중략) 오, 행복한 단검아. 이게 네 칼집이다. (자신을 찌른다) 녹슬면서 날 죽게 해다오."

햄릿의 오필리어가 "뭐야, 쟤.. 무서워"라는 느낌이라면 줄리엣은 슬프고 안타깝지만 말랑말랑하게 로맨틱한 분위기가 유지된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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