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Nonfiction_비소설

브로콜리지만 사랑받고 싶어

nitro 2024. 4. 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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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지만 사랑받고 싶어 / 별다름·달다름 글, 서영 그림. 키다리(2021)

​아이들에게 미움받는 브로콜리의 이야기.

소시지처럼 분홍색 칠을 하기도 하고, 라면처럼 머리를 뽀글뽀글 파마도 해보고, 

심지어는 보더콜리 강아지가 사랑받는 것을 보고 '보로콜리'로 개명도 하지만 소용이 없다.

그러다가 마지막의 마지막에 브로콜리가 떠나기 직전 남겨놓은 브로콜리 수프를 마신 아이들이 맛있다고 좋아하며 해피 엔딩.

친구들에게 인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인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인위적으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본연의 매력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깨달을 수 있을 듯 하다.

다만 브로콜리 크림 수프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요리다. 엄청나게 어려운 요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요리 내공이 조금 필요한 수준.

단 두페이지만에 쉽게 뚝딱 만들어내는 그림책을 보고 "엄마, 아빠! 브로콜리 수프 먹어볼래요!"라고 조르는 아이들에게 자신있게 허락했다가 낭패를 보는 부모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브로콜리 쉐이빙(끄트머리쪽을 깎아내는 손질법)도 해야하고, 밀가루와 버터를 볶아 루도 만들어야 하고, 양파는 거의 녹아내릴 정도로 달달 볶아줘야하니 어지간하면 마트에서 파는 인스턴트 브로콜리 수프를 구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경우에도 신선한 브로콜리 한 송이 사다가 다져 넣고 치즈 가루 살짝 뿌리면서 '엄마, 아빠가 직접 만든 요리'라고 강조하면 효과는 더 좋다. 

재미있는 건, 아이들이 싫어하는 재료의 상당수는 그 식감 때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잘게 다져넣으면 의외로 잘들 먹는다는 점이다.

브로콜리는 물론이고 뽀로로 노래에 아이들이 싫어하는 야채 삼총사로 등장하는 양파, 당근, 피망조차도 잘게 다지고 볶아서 카레나 볶음밥에 넣는다면 쉽게 먹일 수 있으니까.

생각해보면 어른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듯 하다. 

싫어하는 일, 힘든 일도 어떻게든 잘게 쪼개고 다른 좋아하는 것들과 섞어가며 꾸역꾸역 삼키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보고서 작업을 커피와 섞어 한 모금씩 해치우고, 힘든 운동을 잘개 쪼개서 치팅 데이의 피자 위에 뿌려 먹고, 산더미처럼 쌓이는 아이들 빨래를 착착 개어 옷장 속에 차곡차곡 쌓는 대신 찬장 속에 차곡차곡 쌓여 있던 과자를 하나씩 빼어 문다.

그렇게 우리도 스스로를 깎아가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브로콜리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