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tro 2010. 9. 1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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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주제로 하는 만화는 많다.
요리만화보다는 적지만 이러한 음식들이 보여주는 인간관계를 다루는 만화 역시 많다.
하지만 요리가 아니라 일상적인 식사를 소재로, 이와 얽힌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만화는 그닥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심야 식당은 우리에게 뭔가 좀 더 깊은 차원의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보통 사람들에게 '신의 물방울'에서처럼 이름도 발음하기 힘든 와인을 마시며 넓은 꽃밭의 춤추는 여인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식객'에서 시장표 돼지국밥을 먹는 장면은 이보다는 친숙하지만, 그래도 어쩌다 가끔 접할뿐 매 끼니마다 먹기 쉬운 음식들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요즘엔 웹툰 중심으로 그야말로 집에서 해먹는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도 종종 올라온다.

yami. 코알랄라. (http://cartoon.media.daum.net/series/view/koala/29)

하지만 어찌보면 이정도도 요리 좀 한다는 사람들의 전유물일지도 모른다.
대다수의 경우 이마저도 귀찮아서 스팸이나 참치 통조림 한깡통 따서 밥과 함께 먹거나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요리인 라면 정도 끓여먹는 것이 일상생활 사람들.
그렇기에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쉬운 음식일수록 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심야식당은, 식당이라는 간판을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해먹는 밥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기본 메뉴는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과 맥주, 청주, 소주뿐.
하지만 재료만 있다면 손님이 원하는 메뉴를 만들어준다.
어제 만들어서 하루 묵혀둔 카레라이스, 문어모양으로 구운 소세지, 달걀 샌드위치, 버터라이스 같은 것들.

아베 야로. 심야식당 제 1권. 2008. 도서출판 미우.

이렇게 간단한 음식일수록 평범한 사람들이 집에서 해먹는 빈도가 높은 건 당연한 사실.
그리고 가끔 가다 한번 먹는 요리에 비해 몰입도 역시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뜨거운 밥 위에 구운 김 한장 싸먹을때의 그 맛, 그 느낌이 자동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며
만화 속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에 친근하게 접근하게 된다고나 할까.

게다가 심야식당의 영업시간이 밤12시에서 새벽 6시반까지인 만큼,
그 고객들 역시 야근 끝낸 회사원에서 밤업소 종사자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보다 잘난 것 하나 없는 그 모습의 인간 군상들이 겪는 일들을 보면
밥과 간단한 반찬 하나 대충 차려먹는 사람들끼리의 동질감마저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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