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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Daily_일상 생활

이글루 만들기

by nitro 2013.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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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날씨는 참 신기한게 눈이 오면 함박눈이 아니라 싸락눈이 오는데도 반나절만 내리면 엄청나게 쌓인다는 점이다. 눈이 막 오길래 눈덩이로 집이나 지어보자고 달려들었는데, 어째 만들면 만들수록 노동 강도는 높아지고 효율은 떨어지는 것 같아 '이게 아닌데' 싶어 중간에 포기.

나중에 이글루 만드는 자료를 찾아봤더니 눈이 자연적으로 압착된 극지방에서 톱으로 썰어가며 얼음 블럭을 만들기 전엔 참으로 허공에 삽질하는 일이 이글루 제작이었다...


그래서 결국 포기하고 올 겨울도 이렇게 끝나나 싶었는데 집 앞에 나가보니 제설차량이 밀어놓은 눈더미가 한가득 있다. 블록을 찍어내서 쌓는건 힘들더라도 굴을 파서 이글루 만드는건 가능하겠다 싶어 다시 도전!


중간쯤 완성된 결과물. 입구를 우선 파고, 입구에서부터 땅을 좀 파내려가서 반지하 주택 기초공사를 한 다음 양 옆과 위를 파낸다.


중간에 천장을 뚫고 나올 것 같아서 눈덩이를 위쪽에 좀 더 가져다 부은 후 계속 파들어가서 내부 공사 완료. 마지막엔 파낸 눈을 옆쪽에 둥글게 붙여서 이글루 느낌이 나게 만들어 준다. 피크닉 할때 돗자리 대신 쓰는 비치타월도 깔아주고, 램프와 티라이트 캔들도 박아서 겨울철 별장 완성!


겉보기엔 좁아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넓다. 내 키가 180인데 한쪽 벽에 등 대고 앉으면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을 정도. 아마 2인용 텐트 넓이는 될 듯. 두군데에 홈을 파서 티라이트 양초를 붙여두고, 한쪽에는 보온병 자리도 만들어서 뜨거운 차도 마신다.


이글루 안에서 브이~ 반지하로 만들어서 들어갈때는 쑥 미끄러져서 들어가면 되는데 나올때는 약간 힘이 든다.



여기에 이렇게 앉아있으면 왠지 도닦는 기분이 들 듯. 그런데 의외로 얼음집 안이 따뜻해서 놀랐다. 바닥이 얼음바닥이라 냉기가 올라와서 그렇지, 그것만 어떻게 해결되면 진짜 이 안에서 살아도 될 듯. 


얼음집 안에서 빨갛게 타오르는 촛불이 왠지 더 운치있어 보인다. 차 한잔 마시고, 스마트 폰으로 책도 좀 보고 하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한국이었으면 뜨거운 짬뽕같은거 배달시켜 먹었으면 딱 좋았을텐데... 그렇다고 얼음집 안에서 피자 배달시켜 먹자니 너무 금방 식을 거 같고...ㅠ_ㅠ


이글루 제작에 사용된 도구. 나무 주걱과 플라스틱 통이 전부. 플라스틱 통은 과도한 업무량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깨져버렸다. 이 빈약한 도구를 갖고 혼자서 두세시간만에 만들었으니 나도 참 못말리는 놈인듯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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