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웡카 초등학생 시절, 학교 앞 구멍가게 주인은 세상에서 가장 부자처럼 보였다. 수많은 장난감과 학용품, 해적판 만화책, 그리고 각종 불량식품의 산더미. 그 모든 것의 주인이었으니까. 그 중에서도 특히 알록달록한 식용색소와 설탕 범벅의 군것질거리는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의 욕망을 부채질하는 보물이었다. 그래서 은박지로 감싼 씨앗 몇 개 받고 각종 사탕과자를 건네주었던 위그든씨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이들의 대인배로 칭송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마법같은 캔디를 만들어내는 사람의 이야기라면 더욱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단, 그의 진면목을 실감하려면 이번에 개봉한 영화의 전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2005년작인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아니라, 1971년에 개봉한 "윌리 웡카와 초콜릿 .. 2024. 2. 13.
엘리멘탈 불, 물, 공기, 흙 네 개의 원소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세상. 불과 물이 투닥대다가 사랑에 빠지는 흔한 이야기. 하지만 인종간의 갈등이나 다문화 국가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고찰이 아주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정치적 올바름(PC)을 강제로 꾸역꾸역 먹이려는 게 아니라 본연의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잘 살려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 거의 단일 민족 국가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봐도 다문화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 정도이니 미국에서는 이거 보면서 꽤나 진지한 고민을 하는 사람도 많을 듯. 2023. 9. 20.
밀수 가볍고 재미있게 보기 좋은 범죄 액션 영화. 1970년대, 바닷가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해산물을 못 잡아 망하게 된 어부와 해녀들이 밀수업자들과 손잡고 몰래 물건 들여오는 내용. 뒷통수도 치고, 협박도 하고, 피도 좀 보는 와중에 피어나는 언니들의 끈끈한 우정이 포인트. 아쉬운 점을 몇 가지 꼽자면... (스포일러 주의) 더보기 1. 페미니스트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남자들은 죄다 악당에, (거의) 전부 죽어나간다. 범죄 영화에 폭력배들 죽어나가는 거야 그러려니 하는데 여자들은 너무 안죽다보니 약간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 특히 막판에 옥분이가 되살아나는게 좀 뜬금없었달까. 2. 15세 관람가를 맞추기 위해서인지 피 튀는 장면이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섹스와 폭력이 필요한 부분에서 좀 건너뛰는 느낌.. 2023. 9. 19.
둘리의 얼음별 대모험 지난 여름에 아이들과 함께 봤던 둘리의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 버전. TV에서 방영되던 찐 녹색 둘리를 보면서 자란 세대인지라 둘리 극장판은 꽤 최근에 상영했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내 착각이었다. 극장판 최초 상영 년도가 1996년인데 왜 최근작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거의 30년 전의 작품인지라 리마스터링 했어도 기본적으로 어지간히 유치하다는 건 감안하고 봐야 한다. 등장인물들을 한 방에 몰아서 설명하려다보니 전반부는 너무 휙휙 지나가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추억보정 때문에 나름 재미있게 본 극장판 애니메이션. 바요킹이 좀 더 강력하고 포쓰 넘치는 악당이었다면 훨씬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반면에 소드마스터 고길동씨는 그야말로 극장판에서 그 존재감이 떡상한 케이.. 2023. 9. 7.
슈퍼 마리오 (2023) 정말 오래간만에 영화관에서 본 영화. 아이들 핑계대고 가긴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내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부정할수가 없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별로 좋은 평가 못 받았다던데, 그도 그럴만한게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뻔한 내용의 줄거리를 캐릭터빨에 힘입어 풀어내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리고 수많은 다른 사람들도) 이걸 원했다. 꼭 영화 자체가 명작일 필요는 없다. 그저 가상의 캐릭터에 대한 헌정사에 불과하더라도 그 캐릭터와 유년시절 및 성장기를 함께 보낸 사람이 충분히 많다면 그 자체만으로 추억을 되살리는 훌륭한 영화가 된다. 심지어는 나처럼 집에 게임기라곤 아타리2000이 전부였고, 대부분의 게임은 컴퓨터로 즐기는 바람에 슈퍼 마리오와의 접점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도 그렇다.. 2023. 5. 13.
탑 건: 매버릭 VOD 목록에 올라와 있길래 주문해서 본 영화. 확실히 아이맥스로 봤으면 끝내줬겠다 싶다. 왕년의 전설 파일럿이 후배들 가르치며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성공시키는 뻔한 내용. 하지만 뻔한 내용이라는 건, 다른 말로 하면 '왕도'나 '정석'에 가깝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락 영화라는 목적에 맞게 풍부한 볼거리를 섞어가며 잘 풀어내다보니 앞이 훤히 보여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 그나저나 톰 크루즈는 멋지게 늙는다와 안 늙는다의 중간쯤인 것 같다. 멋지게, 나이를 천천히 먹는 느낌. 2022. 10. 31.
브로드웨이 뮤지컬, 팬텀 오브 오페라 현진건의 "피아노"라는 소설에서는 화목한 가정을 상징하는 소품으로 피아노가 등장한다. 남편과 아내 둘 다 피아노라고는 한 번도 쳐 본 적 없으면서 그럴듯한 집안 풍경에는 피아노가 배경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일념에 구입한 피아노. 그리고 1980년대 어지간히 사는 집에서는 오디오 시스템이 그런 역할을 하곤 했다. 카세트 플레이어, 라디오, CD 플레이어, 턴테이블이 세트로 차곡차곡 쌓여있는 모습은 TV 옆의 허전한 공간을 채워주는 필수품이었달까. 하지만 그 빠방한 음향기기를 채워줄 음반들은 빈약하기 그지 없는 게 또 그 당시의 실상이었다. 세일즈맨이 서비스로 끼워주고 간 클래식 음반 약간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뽕짝이나 트로트, 그것도 구루마(손수레가 맞는 명칭이지만, 불법복제 음악 테이프는 손수레에서 팔지는.. 2022. 10. 20.
결백 폭력을 휘두르며 앞길을 가로막는 아버지에게서 도망쳐 서울로 상경한 후, 서울대 입학하고 변호사가 되어 잘나가는 딸. 남편의 장례식장에서 마을 사람들이 먹던 막걸리에 독약을 탔다며 살인범으로 몰린, 치매 걸린 엄마.자폐증 동생, 수상쩍은 마을 사람들,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지역 유지들의 반응...딸이 엄마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고군분투하는 스릴러, 혹은 가족 드라마(?)쉴 새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며 시선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졸립지는 않다.배우들도 연기 잘 하고.실화를 기반으로 했다지만 실화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의 줄거리 자체도 나쁘지 않고.하지만 결정적으로 아쉬운 건 연출.똑똑한 딸내미 변호사 캐릭터는 잘 잡았는데 정작 그 똑똑함을 보여줄 곳이 없네? 명석한 두뇌로 증거를 찾아내고 .. 2020. 6. 15.
브로드웨이 뮤지컬, 비 모어 칠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뮤지컬을 꼽는다면 단연 '해밀턴'과 '디어 에반 핸슨'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해밀턴이 미국의 역사라는 흔치 않은 주제를, 현대 음악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갔기 때문에 각광을 받는다면 디어 에반 핸슨은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외로움과 소통에 대한 진지한 담론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후로 수 많은 작품들이 해밀턴이나 디어 에반 핸슨을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야심차게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넘기는 커녕 간신히 따라잡기에도 벅찬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비 모어 칠(Be more chill)'은 청소년들의 성장 드라마를 다루면서도 디어 에반 핸슨과는 다른 방법으로 풀어나가며 나름대로의 매력적.. 2019. 4. 24.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 인생을 살면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나 영화를 묻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스타워즈다. 단,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따르는데, 영화 뿐 아니라 컴퓨터 게임으로 발매된 스타워즈까지 포함한다는 전제 하에서다. 영화에서는 은하 제국이 악으로 등장하고 제다이 기사들은 황제의 압제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용사로 묘사되지만, 게임 (스타워즈-타이 파이터, 제국의 수호자)에서는 제국군 전투기 조종사로 플레이 하면서 오히려 공화국이야말로 무능과 부패의 상징이고 제다이는 해적들과 별 다를 바 없는 테러리스트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린 마음에 정의의 주인공은 언제나 옳고 악당은 항상 나쁘다는 이분법적 세계관에 빠져있었던 나에게, 등장인물이 타락하거나 개과천선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보는 관점을.. 2019. 4. 20.
북 오브 몰몬: 신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영어를 공부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영어 듣기에서만큼은 미국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듣는 게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직 아프리카 방송국이 인터넷 개인방송의 절대 강자였던 무렵, 주구장창 심슨 가족이나 프렌즈 전 시즌을 무한 반복해서 틀어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심심하면 들어가서 보곤 했던 것. 처음에는 자막에 집중하다가 2회차, 3회차를 넘어가면 내용이나 대사를 대충 외울 정도가 되면서 영어 듣는 귀가 트이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 영상물 중의 하나가 바로 사우스 파크. 욕을 입에 달고 다니는 꼬맹이들이 싸돌아 다니며 사회의 부조리함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데, 심슨 가족이 대상을 막론하고 돌려 까는 걸로 유명하다고는 해도 사우스 파크의 하.. 2019. 4. 14.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콩 뉴욕 브로드웨이 하면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을 떠올리지만, 정작 뉴욕에서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뮤지컬을 보기란 쉽지 않다. 브로드웨이 42번가나 렌트(Rent) 같은 뮤지컬이 있기는 하지만 이미 막을 내린 지 오래. 그나마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뮤지컬 중에 롱런하는 건 시카고 뿐. 그러다보니 오래간만에 들른 브로드웨이에서, 그것도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킹콩을 공연하는 것을 봤을 때는 이미 TKTS 부스에서 줄을 서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줄서서 기다리는 동안에 주위에서 들리는 '킹콩 별로라더라'라는 수군거림이 불안감을 안겨주긴 했지만 지역 이름 들어간 특산 메뉴만 보면 안 사고는 못 배기는 인간인지라 꿋꿋하게 표를 구매했다. 킹콩의 원작은 누구나가 다 아는 그 영화. 무려 1933년에 처음 만들.. 2019.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