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Fiction_소설119 기나긴 이별 기나긴 이별 /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김진준 옮김. 열린책들 (2020)커피와 담배, 위스키와 권총이 어울리는 하드보일드 탐정의 대표자 "필립 말로"가 등장하는 소설.클럽에서 만난 술친구를 도와 주면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 탐정이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도 벗고, 겸사겸사 진짜 사건의 내막도 파헤친다.아무래도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시조격이다보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데도 독자의 예상을 뒤엎기 억지 춘향식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장점.소설 속에서 변호사가 "법은 정의가 아니오. 몹시 불완전한 체계란 말이오. 눌러야 할 단추를 또박또박 정확히 누르고 행운도 좀 따라 줘야 간신히 정의가 실현될까 말까요."라고 하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자극적인 것만 추구하는 매스컴과 무능하고 .. 2025. 4. 9. 커피가 식기 전에 커피가 식기 전에 / 가와구치 도시카즈 지음, 김나랑 옮김. 비빔북스 (2019)하나. 과거로 돌아가도 이 찻집을 방문한 적이 없는 사람은 만나지 못한다.둘. 과거로 돌아가서 어떠한 노력을 할지언정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셋. 과거로 돌아가는 자리에는 먼저 온 손님이 있다. 그 손님이 자리를 비켜야만 앉을 수 있다.넷. 과거로 돌아가도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일 수 없다.다섯. 과거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커피를 잔에 따른 후 그 커피가 식을 때까지에 한한다.찻집의 이름은 푸니쿨리 푸니쿨라.당신이라면 이런 숱한 규칙들을 듣고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나요?커피 한 잔을 마실 시간동안 과거로 돌려보내주는 카페의 이야기.하지만 과거로 돌아가도 결국 바뀌는 것은 없다. 병에 걸릴 사람은 병에 걸리고, 헤어질 사람은 이.. 2025. 4. 4. 보라색 히비스커스 보라색 히비스커스 /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민음사 (2019)페미니즘을 주창하는 작가가 쓴 책이라 페미니즘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가부장적 가정에서 딸이 겪게되는 억압 뿐 아니라 기독교가 억압하는 아프리카의 토속 신앙, 군부 독재자가 억압하는 민주화 운동, 극심한 빈부격차 등이 모두 뒤섞여 혼란한 나이지리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가부장적/기독교적/억압적 환경인 아버지의 집 정원이 빨간색 히비스커스로 뒤덮힌 반면,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아직 아프리카의 전통을 지키며 자유롭게 사는 친척 집에서 가져 온 자유의 상징이다. 다만 나이지리아의 상황을 아프리카 국가들 모두에 적용시킬 수는 없는 것이,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슬람교를 믿고 있는데다가 그렇지 않은 지역이라.. 2025. 4. 3.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 / 조앤 플루크 지음, 박영인 옮김. 해문 (2006)레이크 에덴의 미식축구 영웅, 론 라살르가 좌석에 얼굴을 묻은 채 쓰러져 있었다. 론의 하얀색 모자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주문이 적힌 클립보드가 바람에 덜컥대며 흔들리고 있었다. 한나의 카페에서 산 쿠키 상자가 열린 채로 좌석에 놓여 있었는데, 그 주변으로 온통 초콜릿칩 쿠키 부스러기들이 널려 있었다.론의 한 손에는 여전히 쿠키가 들려 있었다.이윽고 한나의 시선이 그곳에 닿았다. 론의 코지 카우 데일리 배달 유니폼 셔츠에 뚫려 있는 끔찍한 구멍.론 라살르는 총에 맞아 살해당한 것이다 - p.25 "박사 학위를 얼마 남겨 두지 않던 시기였잖아. 제대로 마쳤다면 지금쯤 어느 좋은 대학의 교수가 되었을 텐데.""그럴지도."한나는 .. 2025. 4.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목록 1변신 이야기 1 https://blackdiary.tistory.com/13172변신 이야기 2 https://blackdiary.tistory.com/13173햄릿 https://blackdiary.tistory.com/14184변신 · 시골의사 https://blackdiary.tistory.com/13655동물농장 https://blackdiary.tistory.com/15506허클베리 핀의 모험 https://blackdiary.tistory.com/14117암흑의 핵심 https://blackdiary.tistory.com/13858토니오 크뢰거·트리스탄·베니스에서의 죽음 https://blackdiary.tistory.com/14429문학이란 무엇인가 https://blackdiary.tis.. 2025. 1. 10.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파리대왕 파리대왕 /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민음사(2002)"대장은 나야"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랠프가 말하였다. "봉화는 어쩔 셈이야? 게다가 난 소라를 가지고 있어!""지금 어디 가지고 있어?" 비웃으며 잭이 말하였다. "넌 그걸 두고 왔어. 어때, 참, 똑똑한데. 그리고 이곳 섬 끝에선 그 소라가 통하지 않아."갑자기 천둥소리가 났다. 우르릉 하는 둔탁한 소리가 아니라 폭발하는 듯한, 날카롭고도 충격적인 소리였다."소라는 여기서도 통해."하고 랠프는 말하였다. "이 섬 위에선 어디서나 마찬가지야.""그래 그걸 가지고 어쩌겠다는 거야?"-p.22415소년 표류기 절망편. 무인도에 떨어진 소년들이 점점 원초적으로 돌아가며 사회성보다 폭력성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개인이 하나의 생명체로서 본능적으로.. 2025. 1. 10.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나의 미카엘 나의 미카엘 /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민음사(1998)이스라엘에 관한 거라면 뉴스에서 테러와 폭격으로만 접하고, 그 삶에 대한 이해는 뮤지컬 "음악단의 방문(Band's visit)" 정도가 전부인지라 꽤나 신선한 느낌으로 읽은 책.우연히 마주친 이스라엘 남녀가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겪는 일련의 소소하거나 소소하지 않은 사건들.어찌 보면 이국적인 이스라엘과 유대교의 느낌이 물씬 풍기면서도 또 어찌 보면 우리 이웃집의 평범한 이야기를 그려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무리 환경이 달라도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다는 뜻일까.무려 1968년에 발표된 작품이므로 거의 60년에 가까운 간극이 있고, 번역본이 98년에 발간되었으니 이 역시 30년에 달하는 시간적 거리가 있는데도 별다른 괴리감 .. 2025. 1. 2.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케이크와 맥주 케이크와 맥주 / 서머싯 몸 지음, 황소연 옮김. 민음사(2021)성가시게 굴고 싶지 않지만 평론가께서 수요일이나 금요일에 용무가 없으시다면 사보이 호텔에서 같이 점심을 들며 제 책의 정확히 어느 부분이 좋지 않은지 말씀해 주실 수 없겠는지요? 로이보다 점심을 더 맛있게 주문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평론가는 생굴을 대여섯 개 삼키고 어린 양고기의 등심을 한 조각 먹고 나면 대개 본인이 뱉은 말까지 같이 삼키게 된다. 이후 로이의 다음 소설이 나왔을 때 그 평론가가 로이의 차기작에서 커다란 진전을 발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적 정의라 하겠다. -p.22"송아지 고기와 햄을 넣은 파이를 추천하는 바네." 로이가 말했다."그걸로 하지 뭐.""내 샐러드는 내가 섞도록 하지." 그는 웨이터에게 무뚝뚝한 명령조로.. 2024. 12. 12. 황폐한 집 황폐한 집 / 찰스 디킨스 지음, 정태륭 옮김. 동서문화사(2014)찰스 디킨스 특유의 어둡고 암울한 세계관 속에서 복잡하게 얽히는 인간들의 이야기.거액의 유산을 둘러싼 친척과 사기꾼들의 법정 싸움이 오래도록 이어져 내려오며 이를 중심으로 휘말리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정신없이 전개된다.이모의 손에서 크다가 고아가 되어버린 에스더, 그녀의 후견인이 되어준 존 잔다이스, 잔다이스의 친척인 에이다와 리처드, 그리고 이들과는 별로 상관 없을 것 같아 보이는 레스터 경과 데드록 부인과 털깅혼 변호사의 또 다른 이야기가 이어진다.술술 읽히는 문장도 아니고 뒷이야기가 미칠듯이 궁금한 전개도 아니기에 그저 암울한 시절의 영국 관광한다 생각하고 한 걸음씩 읽어나가면 어느 새 끝이 보이는 소설.와인 수업 강연 준비하느.. 2024. 12. 11. 미키7 미키7 /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황금가지(2022)이쯤에서 사고 실험을 한번 해 보기로 하자. 여러분이 잠자리에 들면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어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은 죽는다. 당신은 죽고 내일 아침부터 다른 사람이 당신의 삶을 대신 산다. 그는 여러분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 모든 희망, 꿈, 두려움, 소망을 기억한다. 그는 자신이 당신이라고 생각하고 당신의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전날 밤 잠자리에 들었던 그가 아니다. 당신은 겨우 오늘 아침부터 존재했을 뿐이고 오늘 밤 눈을 감을 때까지만 존재한다. 자신에게 물어보자. 만약 그렇다면 당신의 삶에서 실제적으로 달라지는 점이 있을까? 달라진 점을 눈.. 2024. 12. 3. 홍학의 자리 오래간만에 재미있게 읽은 스릴러.추리소설을 많이 읽고 드라마의 막장 전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중반부 조금 넘어서면 '아, 대충 얘가 진짜 범인이겠구나' 싶은 촉이 온다.다만 그와는 별개로 뒷통수 쎄게 후려치는 반전은 정말 예상 못했다.아마 그 반전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기는 힘들 듯.이런 트릭 또한 책이 영상매체에 비해 가질 수 있는 몇 안되는 우위 중의 하나 아닐까.굉장히 호흡이 빠르면서도 진행이 그닥 억지스럽지 않기 때문에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 2024. 11. 14.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 사피엔스21(2008)질문이 많으시군요. 주인이 입을 열었다. 어디에서 오는지 말하고 싶지 않은 사람치고는 말입니다.동전던지기에서 제일 크게 잃은 게 뭐요?네?동전 던지기에서 가장 크게 잃어 본 게 뭐냐고 물었소.동전 던지기요?동전 던지기.모르겠는데요. 사람들은 대체로 동전 던지기에 뭘 걸거나 하지 않잖아요. 보통은 뭘 결정할 때 동전을 던집니다만.그렇다면 그렇게 해서 결정한 가장 큰 일이 뭐요?모르겠어요.시거는 25센트짜리 동전을 주머니에서 꺼내더니 손톱으로 튕겨서 위쪽의 푸르스름한 형광 불빛 속으로 빙글 던져 올렸다. 그러고는 동전을 낚아채서 팔에 말아놓은 피 묻은 수건 바로 위쪽의 팔등헤 찰싹 내려놓았다. 그가 말했다. 맞히시오.- p... 2024. 11. 8. 이전 1 2 3 4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