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996 기나긴 이별 기나긴 이별 /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김진준 옮김. 열린책들 (2020)커피와 담배, 위스키와 권총이 어울리는 하드보일드 탐정의 대표자 "필립 말로"가 등장하는 소설.클럽에서 만난 술친구를 도와 주면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 탐정이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도 벗고, 겸사겸사 진짜 사건의 내막도 파헤친다.아무래도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시조격이다보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데도 독자의 예상을 뒤엎기 억지 춘향식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장점.소설 속에서 변호사가 "법은 정의가 아니오. 몹시 불완전한 체계란 말이오. 눌러야 할 단추를 또박또박 정확히 누르고 행운도 좀 따라 줘야 간신히 정의가 실현될까 말까요."라고 하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자극적인 것만 추구하는 매스컴과 무능하고 .. 2025. 4. 9. 커피가 식기 전에 커피가 식기 전에 / 가와구치 도시카즈 지음, 김나랑 옮김. 비빔북스 (2019)하나. 과거로 돌아가도 이 찻집을 방문한 적이 없는 사람은 만나지 못한다.둘. 과거로 돌아가서 어떠한 노력을 할지언정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셋. 과거로 돌아가는 자리에는 먼저 온 손님이 있다. 그 손님이 자리를 비켜야만 앉을 수 있다.넷. 과거로 돌아가도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일 수 없다.다섯. 과거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커피를 잔에 따른 후 그 커피가 식을 때까지에 한한다.찻집의 이름은 푸니쿨리 푸니쿨라.당신이라면 이런 숱한 규칙들을 듣고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나요?커피 한 잔을 마실 시간동안 과거로 돌려보내주는 카페의 이야기.하지만 과거로 돌아가도 결국 바뀌는 것은 없다. 병에 걸릴 사람은 병에 걸리고, 헤어질 사람은 이.. 2025. 4. 4. 보라색 히비스커스 보라색 히비스커스 /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민음사 (2019)페미니즘을 주창하는 작가가 쓴 책이라 페미니즘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가부장적 가정에서 딸이 겪게되는 억압 뿐 아니라 기독교가 억압하는 아프리카의 토속 신앙, 군부 독재자가 억압하는 민주화 운동, 극심한 빈부격차 등이 모두 뒤섞여 혼란한 나이지리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가부장적/기독교적/억압적 환경인 아버지의 집 정원이 빨간색 히비스커스로 뒤덮힌 반면,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아직 아프리카의 전통을 지키며 자유롭게 사는 친척 집에서 가져 온 자유의 상징이다. 다만 나이지리아의 상황을 아프리카 국가들 모두에 적용시킬 수는 없는 것이,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슬람교를 믿고 있는데다가 그렇지 않은 지역이라.. 2025. 4. 3.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 / 조앤 플루크 지음, 박영인 옮김. 해문 (2006)레이크 에덴의 미식축구 영웅, 론 라살르가 좌석에 얼굴을 묻은 채 쓰러져 있었다. 론의 하얀색 모자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주문이 적힌 클립보드가 바람에 덜컥대며 흔들리고 있었다. 한나의 카페에서 산 쿠키 상자가 열린 채로 좌석에 놓여 있었는데, 그 주변으로 온통 초콜릿칩 쿠키 부스러기들이 널려 있었다.론의 한 손에는 여전히 쿠키가 들려 있었다.이윽고 한나의 시선이 그곳에 닿았다. 론의 코지 카우 데일리 배달 유니폼 셔츠에 뚫려 있는 끔찍한 구멍.론 라살르는 총에 맞아 살해당한 것이다 - p.25 "박사 학위를 얼마 남겨 두지 않던 시기였잖아. 제대로 마쳤다면 지금쯤 어느 좋은 대학의 교수가 되었을 텐데.""그럴지도."한나는 .. 2025. 4. 2.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 / 사이먼 반즈 지음, 이선주 옮김. 현대지성(2024)완두콩은 다 익기 전에도 수확할 수 있는데, 이러한 완두콩은 호사스러운 음식으로 인기였다. 덜 익은 완두콩은 밝은 녹색으로 달콤해서 먹기 좋다. 그러나 그리 오래 보관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덜 익은 신선한 완두콩은 부자의 식탁에나 오를 수 있는 음식이었다. 루이 14세가 그런 완두콩을 특히 좋아했다. 그는 베르사유궁의 정원 안, 왕의 텃밭이라고 불린 9만 제곱미터 정도의 땅에서 재배하기 까다로운 여러 채소를 길렀다. 뛰어난 왕실 정원사 장바티스트 드 라 캥티니는 유리를 활용해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제철보다 일찍 과일과 채소를 재배했다. (중략) 귀족들은 해마다 가장 먼저 완두콩을 식탁에 올리려고 경쟁을 벌였다... 2025. 3. 6. 바삭바삭 표류기 바삭바삭 갈매기 / 전민걸 지음. 한림출판사(2024)'바삭바삭 갈매기'의 후속작, 바삭바삭 표류기.인스턴트 식품에 찌들어 몸이 둔해지는 것을 깨달은 갈매기가 집으로 돌아가던 중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섬에 표류하게 된다.바다쓰레기 속에서 살아가는 해양 생물들의 모습, 그리고 혹성탈출급 거대한 반전.전편에 비하면 메세지가 훨씬 더 뚜렷해졌지만, 그 대신 코믹함은 좀 줄어든 느낌이라 아쉽다.그래도 어린 아이들에게 환경 보호의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한 첫 걸음으로 좋은 그림책. 2025. 2. 25. 바삭바삭 갈매기 바삭바삭 갈매기 / 전민걸 지음. 한림출판사(2014)우연히 사람들이 던져 준 과자에 중독되어 다른 과자를 찾아나선 갈매기의 이야기.여러모로 조나단 리빙스턴을 떠오르게 만드는 줄거리다.육체의 편안함만 찾다가 삶의 본질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경고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말해준다.어떤 의미에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를 넣어도 될 것 같은 기분. 2025. 2. 5. 히든페이스 나름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뭔가 좀 허술한 부분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는, 그런 영화.기생충과 아가씨에서 느꼈던, 그 찜찜하고 질척한 느낌도 약간 느껴진다.- 이하 스포주의더보기핵심 인간관계는 남자와 여자 두 명 셋이서 만드는 이중 삼각관계 뿐인데 보는 사람이 몰입할 정도로 당위성을 부여하지 못했다는 게 가장 아쉽다. 성진과 미주의 베드씬이 두 번 나오는데, 뭔가 제대로 이해시키려면 최소한 성진과 수연의 베드씬 한 번에 미주와 수연의 베드씬이 두 번(과거 회상에서 한 번, 마지막에 한 번)은 나와줬어야 하는거 아닌가 싶다.물론 노출 수위가 높아지는 건 배우들도 기피하기 십상이고, 특히 동성애 베드씬은 이래저래 걸림돌이 높긴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수연의 독점욕 내지는 성진과의 관계 설정이나 미주와 수연.. 2025. 1. 2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목록 1변신 이야기 1 https://blackdiary.tistory.com/13172변신 이야기 2 https://blackdiary.tistory.com/13173햄릿 https://blackdiary.tistory.com/14184변신 · 시골의사 https://blackdiary.tistory.com/13655동물농장 https://blackdiary.tistory.com/15506허클베리 핀의 모험 https://blackdiary.tistory.com/14117암흑의 핵심 https://blackdiary.tistory.com/13858토니오 크뢰거·트리스탄·베니스에서의 죽음 https://blackdiary.tistory.com/14429문학이란 무엇인가 https://blackdiary.tis.. 2025. 1. 10.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파리대왕 파리대왕 /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민음사(2002)"대장은 나야"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랠프가 말하였다. "봉화는 어쩔 셈이야? 게다가 난 소라를 가지고 있어!""지금 어디 가지고 있어?" 비웃으며 잭이 말하였다. "넌 그걸 두고 왔어. 어때, 참, 똑똑한데. 그리고 이곳 섬 끝에선 그 소라가 통하지 않아."갑자기 천둥소리가 났다. 우르릉 하는 둔탁한 소리가 아니라 폭발하는 듯한, 날카롭고도 충격적인 소리였다."소라는 여기서도 통해."하고 랠프는 말하였다. "이 섬 위에선 어디서나 마찬가지야.""그래 그걸 가지고 어쩌겠다는 거야?"-p.22415소년 표류기 절망편. 무인도에 떨어진 소년들이 점점 원초적으로 돌아가며 사회성보다 폭력성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개인이 하나의 생명체로서 본능적으로.. 2025. 1. 10. 카우보이의 노래 장고 이후로 가장 마음에 드는 서부 활극.여섯 개의 이야기가 연이어 나오는 옵니버스식 구성인데, 서부 개척시대를 엄청나게 현실적으로 잘 표현한다.심지어는 그 허망한 결말들조차도 예술적 인과관계 다 씹어먹고 현실적 개연성 - 프랑스 왕 앙리 2세나 미국의 9대 대통령 윌리엄 해리슨이 보여주었던 - 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취향을 저격한다.그 옛날 어릴 적 '금광을 찾아서'나 비교적 최근에 리메이크된 '오리건 트레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며 볼만한 에피소드도 나온다.총잡이 결투, 은행강도, 카우보이, 서부개척단, 인디언, 술집에서 벌어지는 포커판 등이 잘 어우러진 영화.역시 코엔 형제는 대단해! 2025. 1. 8.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 아트만 스튜디오의 작품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장편으로 만들기엔 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그래서 다른 단편에 비하면 치킨런이나 거대 토끼의 저주는 약간 지루한 감도 없잖아 있다.그런데 넷플릭스에서 새로운 장편을 공개해버렸더니 이런 단점이 많이 상쇄된다.약간 늘어지는 부분은 10초씩 건너뛰면서 보면 되니까.무엇보다도 영화와 애니메이션 역사를 통틀어 최강의 악당 중 하나로 꼽히는 페더스 맥그로우가 다시 등장한다는 게 반갑다.전체적인 흐름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월레스가 발명하고, 발명품이 뭔가 허당이라 사고가 터지고, 그로밋이 수습하는 패턴이 반복된다.그 과정에서 터지는 약간의 웃음과 귀여운 캐릭터들의 케미가 주요 볼거리.시각적으로는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그래도 가장 초창기의 투박한 월레스와 그로밋이 .. 2025. 1. 4. 이전 1 2 3 4 ··· 8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