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017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 김서령 지음. 푸른역사 (2019)“어매요, 배추적을 한 두레 구울까요?”큰으매가 나이 들어 이가 상한 것이 오로지 엄마의 죄라는 듯 송구스러워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처녀들은 “밀가루는? 들기름은? 동솥뚜껑은?” 해가며 척척 적 구울 채비를 마친다. 한쪽에선 물을 끓여 날배추를 데치고 한쪽에선 밀가루를 후리고(개고) 또 한쪽에선 솥뚜껑에 들기름 칠할 무를 깎는다. 부엌에서 싸릿가지 꺾는 소리가 두어 번 타닥 탁 들리고 부엌 쪽 광창이 훤하게 밝아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대나무 채반에는 김 나는 배추적이 서너 장 척척 얹혀 나온다. - p13생속의 반대말은 썩은속이었다. 속이 썩어야 세상에 관대해질 수 있었다. 산다는 건 결국 속이 썩는 것이고 얼마간 세상을 살고 난 후엔.. 2026. 6. 23. 미드나잇 인 파리 소설을 쓰기 위해 고민하는, 잘나가는 헐리우드 극작가가 약혼녀와 함께 파리를 방문하며 생기는 일.늦은 밤중에 정체 불명의 클래식 자동차에 올라탄 주인공은 자신이 평소 동경하던 1920년대의 파리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진정으로 원하던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내용.줄거리만 놓고 보면 그렇게 큰 재미는 없어보이는데, 낭만 필터를 장착한 파리의 모습을 워낙 아름답게 그려낸지라 한 번 정도는 볼만한 가치가 있다.포스터를 고흐 스타일로 그려놓은 것 치곤 고흐는 안나왔지만. 2026. 6. 23. 푸른 눈의 사무라이 넷플릭스 방영중인 '푸른 눈의 사무라이'쇄국 시대 일본의 백인 혼혈 주인공이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 복수하러 떠나는 내용. (아버지의 복수가 아니라 아버지에게 복수하러 간다)작화는 감탄 나올 정도로 일본 특유의 감성을 잘 살렸는데, 가끔은 너무 진짜같이 그려놔서 실제 영상을 합성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라 오히려 몰입감이 깨질 때도 나온다.내용만 놓고 보면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빌"과 카툰 네트워크에서 방송했던 "사무라이 잭"을 섞어 놓은듯한 느낌.여기에 일본 고전 영화에서 따온 미장센, 애니메이션 특유의 역동성이 엮이면서 꽤 괜찮은 작품이 나왔다.어바이자 파울러를 빼면 캐릭터들이 갖는 포스가 좀 약한 느낌이라 막 열광하게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논스톱으로 1기를 몰아서 봤다.2기는 언제 나오려나? 2026. 6. 23. 2026년 5월 웹소설 순위 & 추천 * 현재 내가 읽고 있는 웹소설 목록: 어떠한 후원이나 금전적 보상 없이 순수하게 내돈내산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완결작, 중도하차작 목록은 기존 포스팅(https://blackdiary.tistory.com/838)에 정리.추천작- 삼국지, 매력 255의 사이비교주가 되었다: 매력255 사기캐 + 착각계 주인공. 어찌보면 흔한 캐릭터인데 맛깔나게 풀어낸다.- 돈은 많은데 아무도 나를 모름: 작가에게 수백억 정도 줘서 진짜로 이렇게 만들어 보라고 하고 싶은 소설.- 즉사기 들고 무림에 떨어지다: 제목만 보면 먼치킨 같은데 실제로는 의외로 정통무협- 단종 구하러 4군6진: 2021년부터 "나의 단종니뮤ㅠ"하던 작가가 "왕과 사는 남자" 흥행에 신나서 쓴 소설- 방송했더니 천재 의사로 착각당했다: 진짜 의사.. 2026. 5. 16. 1종창고 만화저장소 네이버에서 "해골전령 이야기"를 연재중인 kain_y 작가의 블로그.아마 군대에서 휴가 나와서 서바이벌 게임 한 만화로 더 잘 알려져 있을 듯.해골전령 이야기도 나쁘지 않지만 똘끼 충만한 밀리터리 썰이 백미.작가 블로그: https://blog.naver.com/kain_y552 2026. 5. 2.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뭔가가 진짜로 마음에 들면, 왜 좋아하는지 이유를 찾기 어려워진다.마치 "왜 산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공기가 맑아서, 웅장한 모습 때문에, 높은 곳에서 보는 풍경이 좋아서 등등 여러 이유를 댈 수 있지만 정말로 산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냥 좋아한다"고 대답하는 것과 같다.이 영화도 비슷한 느낌. 2차 대전 당시 변해가는 유럽을 관통하며 그 찬란한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인지, 장면 장면을 잘라서 액자에 넣고 미술 작품으로 써도 될 듯한 웨스 앤더슨 특유의 미학 때문인지, 아니면 맨들스 케이크 때문인지...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좋은 이유를 대라고 하면 몇 가지가 금방 튀어나오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그보다도 더 근원적인 차원에서 마음에 든다.다 보고 나면 명화가 그려진 레스토랑에서 만족스러.. 2026. 3. 28. 왕과 사는 남자 오래간만에 영화관에서 본, '왕과 사는 남자'.'객관적으로는 천만까지는 아니지 않나?' 싶지만 관객수에 집착하지 않고 본다면 나름 재밌게 볼만하다.보이그룹 가수를 영화 배우로 쓴다면 어떤 방식이어야 잘 녹여낼 수 있는지 방향을 제시하는 느낌도 들고,무엇보다 이제 영화는 영화 자체의 작품성만큼이나 그 외의 요소 - 바이럴과 관광지 연계, 감독의 허황된 천만관객 공약 등 쓸 수 있는 건 다 써서 마중물을 끌어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우쳐주는 사례인듯. 2026. 3. 28. jyr1101 단편만화 미국 카툰 스타일로 19금 섞인 막장 전개가 이어진다면 jyr1101 아니면 푸른젖꼭지 둘 중 하나다.유명한 카툰을 패러디해서 지옥불 매운맛으로 끌고가는 수많은 단편들을 보면 도대체 무슨 약을 하셨어요?라는 대사가 절로 떠오른다.아는 사람은 빵터지지만 이런 쪽에 면역이 없는 사람은 매우 주의를 요함.작가 블로그: https://blog.naver.com/jyr1101 2026. 3. 20. 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 라르스는 한숨이 나왔지만 결국 은색 동전 두 개를 내고 연하고 반들반들한 오렌지색 토마토 하나를 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토마토를 사과처럼 한입 베어 물자 오렌지색 즙이 입에서 새어 나와 수염을 따라 흘렀다. 살짝 언짢아지려는 순간 에어룸 토마토의 맛과 향이 입안으로 확 퍼져나갔다. 첫맛은 놀라울 정도로 달았다. 하지만 설탕이나 과할 정도의 단맛이 아니라 감귤의 산미가 살짝 감도는 맛이었다. 그는 문글로의 단단한 과육을 씹으며 입안에서 사라지는 달콤함에 집중해 맛을 음미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중략) "내 평생 30센트를 이렇게 값지게 써본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존. 몽족이 이렇게 토마토를 잘 키우는 줄은 몰랐어요." 라르스가 말했다. "몽족은 그렇게 못해. 그 사람들이 운이 좋다면 내가.. 2026. 2. 5. 라스트 홀리데이 라스트 홀리데이. (2006). 웨인 왕 감독, 퀸 라티파 주연.개봉한지 20년이 지났지만 넷플릭스에서 풀린 덕에 한 번 본 영화.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한 여인이 평생 미뤄두며 하고 싶었던 일을 다 하며 플렉스하는 게 주 내용이다.수많은 영화들이 죽음을 앞에 두고, 혹은 죽음을 이겨내고 변화하는 삶을 다루어 왔기 때문에 내용 면에서 볼 때 그렇게 새롭다고 하긴 힘들다. 이 영화 자체가 1950년 영화의 리메이크 작이기도 하고.하지만 아름다운 호텔 경치와 맛있어 보이는 요리, 그리고 전반적으로 크게 걸리적거리는 것 없이 물 흐르듯 흘러가는 전개가 가볍게 보기 좋은 코메디 영화인듯. 2026. 1. 29. 앵그르의 예술한담 앵그르의 예술한담 /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지음, 이세진 옮김. 북노마드 (2014)앵그르는 후세에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지 않았다. 그는 제자들을 키워내고, 반박할 수 없는 금언들로 제자들을 끊임없이 닦달했으며, 본인을 위하여 초록색 마분지 표지의 작은 노트에 이런저런 기록을 남겼다. 흥미롭게 다가왔던 인용문, 라차엘로에서 푸생에 이르기까지 그가 특히 좋아했던 예술가들의 삶을 다룬 작가들의 책에서 발췌한 대목들, 고대 비극의 요약문, 본인이 그린 작품들의 리스트... 앵그르는 그런 식으로 노트 열 권을 채웠다. (중략) 우리는 여기서 앵그르가 얼마나 맹렬하게 고전문화를 자기 것으로 삼으려 했는지 볼 수 있다. - p.10 중에서아펠레스(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전속화가)는 선 하나도 긋지 않고 보내.. 2026. 1. 9. 해녀들의 섬 해녀들의 섬 / 리사 시 지음, 이미선 옮김. 북레시피 (2019)"황금빛 조개와 은빛 전복들." 그녀가 노래했다. "그것들을 전부 따게 해주세요" 우리가 화답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대접하게요." "그가 집에 온다면요."초보 해녀가 바위에서 전복을 따낼 준비가 되려면 몇 달이 걸릴 수 있다. 전복은 혼자 있을 때면 영양분 많은 바닷물이 흘러들어와 그것을 둘러쌀 수 있도록 껍질을 바위에서 떨어뜨린다. 그러나 놀라면, 설사 큰 물고기가 지나가면서 만든 해류 때문에 놀랐다 해도, 전복은 바위에 찰싹 달라붙어버린다. 그러면 단단한 껍질이 안에 있는 전복을 모든 약탈자들로부터 보호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전복에 접근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빗창 끝을 껍질 밑에 집어넣은 다음 한 번의 신속한 동작으로 전복을 홱 .. 2026. 1. 3. 이전 1 2 3 4 ··· 8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