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610 앵그르의 예술한담 앵그르의 예술한담 /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지음, 이세진 옮김. 북노마드 (2014)앵그르는 후세에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지 않았다. 그는 제자들을 키워내고, 반박할 수 없는 금언들로 제자들을 끊임없이 닦달했으며, 본인을 위하여 초록색 마분지 표지의 작은 노트에 이런저런 기록을 남겼다. 흥미롭게 다가왔던 인용문, 라차엘로에서 푸생에 이르기까지 그가 특히 좋아했던 예술가들의 삶을 다룬 작가들의 책에서 발췌한 대목들, 고대 비극의 요약문, 본인이 그린 작품들의 리스트... 앵그르는 그런 식으로 노트 열 권을 채웠다. (중략) 우리는 여기서 앵그르가 얼마나 맹렬하게 고전문화를 자기 것으로 삼으려 했는지 볼 수 있다. - p.10 중에서아펠레스(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전속화가)는 선 하나도 긋지 않고 보내.. 2026. 1. 9. 해녀들의 섬 해녀들의 섬 / 리사 시 지음, 이미선 옮김. 북레시피 (2019)"황금빛 조개와 은빛 전복들." 그녀가 노래했다. "그것들을 전부 따게 해주세요" 우리가 화답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대접하게요." "그가 집에 온다면요."초보 해녀가 바위에서 전복을 따낼 준비가 되려면 몇 달이 걸릴 수 있다. 전복은 혼자 있을 때면 영양분 많은 바닷물이 흘러들어와 그것을 둘러쌀 수 있도록 껍질을 바위에서 떨어뜨린다. 그러나 놀라면, 설사 큰 물고기가 지나가면서 만든 해류 때문에 놀랐다 해도, 전복은 바위에 찰싹 달라붙어버린다. 그러면 단단한 껍질이 안에 있는 전복을 모든 약탈자들로부터 보호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전복에 접근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빗창 끝을 껍질 밑에 집어넣은 다음 한 번의 신속한 동작으로 전복을 홱 .. 2026. 1. 3. 밤의 약국 밤의 약국 / 김희선 지음. 현대문학 (2023)도서관과 요리사와 작가를 섞어놓은 삶을 살고 있다보니 비슷한 구성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반가움이 먼저 솟아오른다.약사이자 작가이면서 곳곳에서 묘하게 취향 비슷한 김희선 작가의 에세이를 볼 때도 그런 느낌이다.간혹 길을 걷다가 야간 지정 약국이 불을 밝혀놓은 것을 보며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생각하곤 했으니 더욱 그렇다.여기에 약사라는 전문직에 신뢰를 보이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겹쳐지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예전에 원주 시내엔 황태 국물에 칼국수와 만두를 끓여 내는 오래된 식당이 하나 있었다. 하루는 거기서 어떤 할머니와 마주 앉아 칼국수를 먹었다. 약국에 자주 오던 할머니인데,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며 어디 가서 국수라도 한 그릇 .. 2025. 11. 28. 천 개의 파랑 천 개의 파랑 / 천선란 지음. 허블 (2020)사람보다 가볍고 오직 말을 타기 위해 만들어진, 그러나 공장에서의 실수로 학습이 가능해진 기수(騎手) 로봇.한 때는 우승을 쓸어담던, 달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제는 다리 부상으로 인해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경주마.그리고 이들과 만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인간의 눈이란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어도 각자가 다른 것을 볼 수 있었다. 콜리는 인간의 구조가 참으로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함께 있지만 시간이 같이 흐르지 않으며 같은 곳을 보지만 서로 다른 것을 기억하고, 말하지 않으면 속마음을 알 수 없다. 때때로 생각과 말을 다르게 할 수도 있었다. 끊임없이 자신을 숨기다가 모든 연료를 다 소진할 것 같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 2025. 10. 31. 토스카나의 태양 아래서 토스카나의 태양 아래서 / 프랜시스 메이어스 지음, 강수정 옮김. 작가정신 (2011)오래된 나들이용 은식기를 조금 챙겨 왔고, 잔과 접시를 몇 개 샀다. 처음으로 만든 파스타는 천상의 맛이다. 오랜 노동 끝에 우리는 눈에 보이는 걸 모조리 먹어치우고 밭일하는 일꾼처럼 침내에 너부러진다.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건 훈제하지 않은 생베이컨인 판체타를 깟둑썰기로 썰어서 센불에 볶다가 크림을 붓고, 진입로나 축대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야생 아르굴라(여기서는 루케타라고 부른다)를 넣어 만든 단순한 스파게티다. 그걸 접시에 수북이 담고 파마산 치즈 가루를 듬뿍 뿌려 먹는다. - p.50얼마 있다가 마르티니 씨가 도착한다. 그는 잣송이를 집어들더니 돌담에 대고 톡톡 친다. 검은 알갱이가 떨어진다. 그걸 돌멩이로.. 2025. 10. 10.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 모옌 지음, 박명애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공산 국가들은 그 특성상 정부의 헛발질이 국민들에게 굉장히 큰 재난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특히 중국의 계획경제가 불러온 대륙적 규모의 재앙은 여러모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쪽으로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도 "참새는 해로운 새다"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고 있으니까.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모옌의 소설,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역시 스케일은 조금 작지만 중국 공산당의 계획 경제가 삐끗하면서 지방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맞물리면 어떤 참사가 벌어지는지 생생하게 그려낸다. 예로부터 마늘 명산지로 유명했던 티엔탕 마을에서 정부가 다 사준다는 말만 믿고 마늘 재배를 왕창 늘렸다가 냉동창고가 꽉 차는 바람에 (그리고 그 와.. 2025. 8. 22. 혀 혀 / 조경란 지음. 문학동네 (2007)자신의 연인을 다른 여자에게 빼앗겨버린 요리사의 이야기. 그러다보니 식욕과 사랑의 유사점을 부각시키는 묘사가 책 전체에 걸쳐 등장한다. 음식이나 요리 이야기는 보통 따뜻하고 행복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많은지라 간혹 이런 책을 접하게 되면 약간 당혹스러우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즐기게 된다. 다만 저자가 너무 요리를 사랑한 나머지 음식 이야기가 다른 주제를 압도하는 경향이 약간 보인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럽게 읽었지만서도.그가 집안을 돌아다니며 장난스럽게 내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르는 동안 나는 터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달걀노른자 위에 에멘탈치즈 간 것과 소금, 후추를 뿌려 달걀프라이를 만들었다. 햇빛에 바싹 말린 흰 테이블보를 티테이블에 펼쳐 깔고 그 위에 방.. 2025. 8. 13. 마법사의 허브티 마법사의 허브티 / 아리마 카오루 지음, 신우섭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19)갈곳 없는 소녀가 친척 집에 의탁하려고 찾아갔는데 알고 보니 카페의 탈을 쓴 마법사의 정원이었더라~는 내용.사람들의 과거나 추억과 얽힌 허브 이야기가 라이트노벨 특유의 가볍고 잔잔한 분위기로 이어진다.이제는 몇 번째인지도 모를 오르막 언덕을 다 오르자, 문득 공기가 변한 것을 깨닫는다.태양에 달궈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미지근한 물과 땅, 무언가가 부패한 듯한 냄새가 없어졌다. 아니, 다른 냄새에 덮였다.지금까지와는 다른 향기가 바람에 섞여있다.꽃? 아니 꽃이라기보다 풀에 가깝다. 어쨌든 식물의 향기다. 식물의 향이 진하다. 하지만 유키가 기억하고 있는 수풀이나 숲과도, 논이나 밭의 냄새와도 다르다.달콤한 듯한, 매콤한 듯한.. 2025. 4. 26. 2025년 4월 웹소설 순위 & 추천 * 현재 내가 읽고 있는 웹소설 목록: 어떠한 후원이나 금전적 보상 없이 순수하게 내돈내산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완결작, 중도하차작 목록은 기존 포스팅(https://blackdiary.tistory.com/838)에 정리. 추천작- 예언의 아이가 살아남는 법: 약간 현실성의 비중이 높은 판타지 세계의 '밴드 오브 브라더스'- 고대 그리스를 씹어먹는 망나니가 되었다: 알렉산더 대왕의 뒷통수를 야무지게 때려야 하는 운명의 빙의자. 고대 그리스 세계의 일상을 잘 보여준다.- 마법사의 수기: TRPG 시절이 생각나는 정통 판타지.- 시간을 달리는 소설가: 회귀한 소설가가 베스트셀러 써서 유명해지는 소설. (거짓말은 아니다!) 추천작 외의 읽고 있는 소설들- 옆집에 대표님이 이사왔다- 고려에서 치트없이 문명합.. 2025. 4. 18. 무협 및 판타지 웹소설 317편 순위 & 추천 (완결작) * 최종 수정: 2025년 4월 18일 (리뷰 추가 - 탐관오리가 상태창을 숨김)* 현재 연재중인 웹소설의 순위 및 추천은 https://blackdiary.tistory.com/1589 참조개인적인 기준으로 정리하는 무협 및 판타지 웹소설 순위.순위 집계 대상은 일명 양산형 판타지 소설로 불리는, 도서 대여점 인터넷 소설 플랫폼의 주 수입원인 웹소설들.국내의 대다수 무협 및 판타지 웹소설과 일본의 라이트 노벨 정도가 포함될 듯.이 소설 순위 및 추천이라는게 참 어려운 것 중의 하나인데, 사람마다 좋아하는 소설 유형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게다가 내가 전문 평론가도 아니고, 재미없는 소설 주구장창 읽다가 좀 재미있는 소설 읽으면 나도 모르게 별점 더 줄 때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부지기수.더군다나 시간.. 2025. 4. 18. 기나긴 이별 기나긴 이별 /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김진준 옮김. 열린책들 (2020)커피와 담배, 위스키와 권총이 어울리는 하드보일드 탐정의 대표자 "필립 말로"가 등장하는 소설.클럽에서 만난 술친구를 도와 주면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 탐정이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도 벗고, 겸사겸사 진짜 사건의 내막도 파헤친다.아무래도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시조격이다보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데도 독자의 예상을 뒤엎기 억지 춘향식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장점.소설 속에서 변호사가 "법은 정의가 아니오. 몹시 불완전한 체계란 말이오. 눌러야 할 단추를 또박또박 정확히 누르고 행운도 좀 따라 줘야 간신히 정의가 실현될까 말까요."라고 하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자극적인 것만 추구하는 매스컴과 무능하고 .. 2025. 4. 9. 커피가 식기 전에 커피가 식기 전에 / 가와구치 도시카즈 지음, 김나랑 옮김. 비빔북스 (2019)하나. 과거로 돌아가도 이 찻집을 방문한 적이 없는 사람은 만나지 못한다.둘. 과거로 돌아가서 어떠한 노력을 할지언정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셋. 과거로 돌아가는 자리에는 먼저 온 손님이 있다. 그 손님이 자리를 비켜야만 앉을 수 있다.넷. 과거로 돌아가도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일 수 없다.다섯. 과거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커피를 잔에 따른 후 그 커피가 식을 때까지에 한한다.찻집의 이름은 푸니쿨리 푸니쿨라.당신이라면 이런 숱한 규칙들을 듣고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나요?커피 한 잔을 마실 시간동안 과거로 돌려보내주는 카페의 이야기.하지만 과거로 돌아가도 결국 바뀌는 것은 없다. 병에 걸릴 사람은 병에 걸리고, 헤어질 사람은 이.. 2025. 4. 4. 이전 1 2 3 4 ··· 5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