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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Exhibition_전시회

Taste of Chicago

by nitro 2013.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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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시카고에서는 Taste of Chicago (시카고의 맛) 축제가 열린다.

밀레니엄 파크 바로 아래편에 위치한 그랜트 파크와 그 주변 도로를 막아놓고 시카고의 식당들이 부스를 내서 사람들이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하는 행사.

우리나라로 치면 빵,과자 페스티벌이나 차,음료 전시회 등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듯.


일단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쿠폰을 구입하는 것. 행사 내에서는 현금거래가 금지되어 있다. 한장에 50센트짜리 쿠폰이 12장에 한줄. 여기에 시설 이용료 명목으로 2달러를 더 붙여서 한줄에 $8.

일인분 요리는 대부분 8~10장 정도. 샌드위치나 햄버거 등 간단한 음식류는 5~8장 수준. 뭐, 엄청나게 싼 가격은 아니지만 가게마다 "Taste of"라는 이름의 시식용 메뉴가 따로 있어서 쿠폰 3~4장으로 간단한 맛보기가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시카고 시내에서 영업중인 식당이 나름대로 꾸민 부스에서 영업을 한다.

대부분 자신들의 핵심 메뉴를 간소화 한 요리 서너가지와 맛보기 메뉴 두가지 정도를 판매하고 있다. 원래 레스토랑에서 고기에 감자 샐러드와 야채를 곁들여서 서빙한다면, 행사장에서는 심플하게 고기 하나만 맛보여주는 식.


행사 시작한지 5분쯤 지난 후의 광경. 평일 아침 개장하자마자 간 건데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 사실 바로 전날 저녁때도 한번 왔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음식 하나 사려면 줄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 그러다보니 음식을 하나 사고 그걸 먹으면서 줄서서 기다리면 거의 다 먹을때쯤 다음 요리를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제 왔을 때는 사진은 찍을 엄두도 못내고 그냥 먹기에만 바쁜 실정. 주말 피크타임에는 아마 제대로 구경도 못할 정도로 사람이 빽빽할 듯. 그래도 평일 오전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 여기저기 가게를 둘러보며 맛있어 보이는 것을 골라서 먹을 수 있었다.


치즈버거 전문점. 치즈버거 맛보기 메뉴를 쿠폰 4장에 팔길래 구입. 그런데 짐이 있는지라 들고 먹기 애매해서 좀 이동한 후에 자리잡고 앉아서 먹기로 했다.


식당 이름은 기억 안나는데, 아프리카식으로 요리하는 가게. 닭을 통채로 숯불구이 하고 있다. 맛있는 냄새 말고도 이렇게 연기 팍팍 내면서 시각적으로도 끌리는 요리가 꽤 많다.


꼬치요리 전문점. 꼬치를 굽는게 아니라 육수에 삶아서 요리하는게 좀 독특하다. 어제 왔을때 야채 꼬치를 하나 사먹었는데 모듬야채가 아니라 콜리플라워 한 종류만 꽂아놓은 꼬치라 좀 실망. 그래도 육수맛이 배어서인지 브로콜리나 콜리플라워 싫어하는 나도 나름 맛나게 먹었다.


걷다보니 식사공간으로 마련해 둔 테이블과 의자들이 보이길래 앉아서 처묵처묵. Bobak's에서 구입한 델리 롤과 Billy Goat에서 구입한 치즈버거. 치즈버거는 고기와 치즈는 맛있는데 빵이 좀 에러. 레스토랑 가서 갓 데운 뜨끈뜨끈한 빵에 끼워먹으면 더 맛있겠다. 델리 롤은 식빵에 햄과 소스, 피클 등을 넣고 돌돌 말아서 썰어낸 요리. 이게 완전 맛있다. 약간 짭짤하면서도 고소한게 빵이랑 딱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자꾸 먹게 된다.


버거를 먹고 일어서는데 딱 보이는 퍼지 팟. 초컬릿 퍼지 전문 가게인데 날이 더운 만큼 퍼지보다는 초컬릿을 입힌 얼린 과일들을 파는데 주력하고 있다. 


디저트 삼아 하나 구입. 미니 바나나를 얼려서 초컬릿 퍼지를 입혔다.

날도 더운데 달달하면서 시원한게 딱 좋은 듯.


커다란 기계가 있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옥수수 그릴이다.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으면 한바퀴 돌면서 맛있게 구워지는 옥수수.

역시 축제라면 이런 거 하나 손에 들고 먹어줘야 축제 기분이 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무슨 놀이공원에서 애들이 솜사탕 들고 돌아다니는 것 마냥 옥수수를 하나씩 들고 다니면서 먹는다.


워낙 맛있어보여서 나도 하나 구입. 갓 구운 옥수수를 녹인 버터에 푹 담갔다가 꺼내준다.

더운 날씨에 뜨거운 옥수수를 먹으면 더 더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분위기를 타서인지 입에 맞는다. 하지만 버터가 막 흘러내리면서 손에 묻는 건 좀 마이너스 요인 -_-;


냄새로 사람들 막 끌어들이는 로빈슨 그릴. 돼지고기 바베큐가 주 메뉴인듯.


시식 메뉴로 돼지고기를 주문하면 이렇게 먹기 좋게 미니번에 끼워서 준다. 짭짤한게 맛남.


대여섯 걸음만 걸으면 또 바베큐 그릴에 소세지 굽는 가게 등장.

미국은 여름만 되면 이건 뭐 거의 전국적으로 바베큐 열풍이다. 공원에 설치된 그릴에서 굽고, 뒷마당에서 굽고, 파티오에서 굽고... 그래서인지 행사 참여업체들 가운데서도 이렇게 그릴을 공격적 마케팅에 활용하는 식당이 많다.


산더미처럼 쌓인 핸드메이드 감자칩. 이걸 수북하게 쌓아올려서 녹인 치즈를 듬뿍 얹어서 먹는다. 


하지만 난 짭짤한걸 많이 먹어서인지 달달한게 땡기는 관계로 감자칩이 아니라 피치 코블러를 구입. 

처음엔 피치 코블러가 뭔가 싶었는데 애플파이의 복숭아 버전이라고 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미국에서 파는 파이 종류는 너무 달아서 입에 맞지 않는게 많았는데 이건 딱 좋다.


정식 참여업체 말고도 이렇게 팝업 레스토랑이라고 해서, 지정된 부스에 간판만 걸고 행사 중 하루나 이틀 정도만 참가하는 식당들도 많다.

아마 정식 참가 하기엔 가게 규모가 작다거나 형편이 안되는 영세한 식당들인 듯. 그래도 이중에 숨겨진 맛집이 은근 많다. 


와인 시음회. 무료 시음회가 아니라 돈내고 사먹어야 하는 시음회 ㅠ_ㅠ

게다가 와인이 다들 비싸! 대략 쿠폰 10장 정도. 

먹으려면 못 먹을것도 없지만 날도 더운데 와인 마셨다간 쓰러지겠다 싶어서 일단 패스.


한쪽에서는 유명 쉐프를 초청해서 요리 강좌를 하고 있다.

위쪽에 경사진 거울을 배치해서 요리하는 모습을 잘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 신기하다.


이래저래 돌아다니다보니 또 덥다. 그래서인지 아이스크림 가게가 대성황.


시식용 아이스크림. 맛은 있는데 양이 너무 적다. 쿠폰 세장짜리한테 너무 많은걸 바라면 안되지만 그래도 인심이 너무 야박하다. 한스쿱 더 주지...


요즘 그릴로 구워내는거에 취미가 들려서 이렇게 숯불구이 만드는 걸 보면 걸음을 멈추고 구경하게 된다. 숯불구이 하다보면 겉부분이 쉽게 타는데, 그걸 방지하기 위해 온도를 낮추려고 물을 뿌리는 듯.


가끔 보면 이렇게 무료 시음회도 있다. 게토레이 신상품 무료 시음회. 그 바로 옆에선 미닛메이드 아이스티 무료 시음회도 진행중. 

이런 대기업 협찬도 좀 많이 받아서 공짜 음식이나 공짜 선물도 좀 많이 뿌리면 좋을텐데...

 

마지막으로 사먹은 생선 요리. 메기에 겨자와 카레가루 등을 입혀서 구워낸 요리다. 이거 하나씩 집어먹으며 퇴장~


전체적으로 꽤나 재밌는 행사였다. 무엇보다도 시식 메뉴가 있어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 듯. 여기서 한입, 저기서 한입 먹는데도 워낙 가게가 많다보니 금방 배가 부른다. 이틀동안 쿠폰 60장 ($40) 썼는데 참가업체 절반도 못 돌아본 듯.

하지만 아쉬운 점도 몇가지 눈에 띈다. 일단 야외 부스에서 요리해서 판매하는지라 요리하는 입장에선 굉장히 제약이 많다. 국수 전문점인데도 국물요리를 팔 수 없어서 사이드 메뉴만 팔고 있다던지, 레스토랑의 화력 빵빵한 그릴이 아니라 프로판 가스 그릴로 조리해야 한다던지 하는 점은 가게들이 가진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물이다.

그리고 가게들을 죽 훑어보면 대번에 알게 되는 거지만, 진짜 일류 고급 레스토랑은 참여하지 않는다. 하나같이 어지간히 이름난 맛집 수준이지, 최고급 식당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일류 식당에서는 이정도 가격으로 단가 맞출수가 없어서 참가하지 않는건지, 아니면 이런 행사에 나오는 것 자체가 자기네들 이름값을 떨어트리는 행위라고 보는건지, 그것도 아니면 이런데 굳이 안나와도 이미 예약 꽉 찰 정도로 장사가 잘 되기 때문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것 역시 확실히 아쉬운 점.

그래도 축제 분위기 타고 이런저런 음식을 먹다보면 왠지 즐거워진다. 배불리 먹고 나서 바로 옆의 밀레니엄 파크나 시카고 미술관 한바퀴 들러주면 행복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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