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을때 구입하면 좋은 물건들이 몇가지 있는데, 롯지 무쇠팬도 그 중 하나.
무거운 무쇠팬을 사용하는데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코팅팬으로 요리하는게 몸에 안좋다는 것이고 둘째는 무쇠팬으로 요리하는게 더 맛있다는 점이다.
롯지의 5피스 콤보. 아마존에서 $65로 구입 가능하다. 스킬렛 두개, 그리들 한개, 더치오븐 한개, 그리고 더치오븐과 스킬렛에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뚜껑이 하나. 참고로 한국에서 똑같이 구입하려면 대충 28만원 쯤 줘야 하는 듯.
무쇠 조리기구를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시즈닝, 즉 '길들이기'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무쇠솥을 처음 사용할때는 돼지기름을 두르고 바짝 태운 다음 기름기 있는 요리를 해서 길들였는데 이와 같은 맥락. 기름을 코팅한 후 고열로 태워서 탄소막을 팬 표면에 입혀주는 과정이다. 이렇게 입힌 탄소막은 기름을 잡아둬서 요리할 때 늘러붙지 않게 해주고, 수분과 접촉하지 않게 해서 녹이 스는 것을 방지한다.
설명서에는 Pre-seasoned, 시즈닝이 되어서 나온 제품이라고는 하는데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커스텀 시즈닝을 몇번 더 해주는게 일반적인듯. 실제로 안쪽면만 한번 직접 시즈닝을 했는데 테두리 주변을 보면 시즈닝 한곳과 안 한곳의 색깔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전통적으로 무쇠 길들일 때는 돼지기름(라드)를 썼는데, 요즘엔 그보다 아마씨 기름 (Flax seed oil)이 더 좋다고 밝혀졌다. 보통 상점에서 찾기는 힘들고, 오메가3 보충제 역할을 한다고 건강식품점에서 아마씨유를 많이 파는데 이게 나름 고급품인지라 구입해서 발라주면 좋다.
아마씨유를 천에 듬뿍 적신 후 팬의 표면에 꼼꼼하게 발라준다. 다 바르고 나면 키친타월로 한번 닦아내서 여분의 기름을 제거한다. 기름을 완전히 탄화시키지 않으면 끈적끈적하게 들러붙을 수 있기 때문에 발연점이 낮은 기름(이 경우엔 아마씨유)를 너무 과하지 않게 발라서 고온에 굽는게 중요하다.
팬을 엎어놓고 화씨 500도 (섭씨 260도)에서 한시간 동안 구워준다. 가스레인지에 구워주기도 한다는데, 그 경우엔 연기가 너무 많이 날 듯. 한시간 굽고 나서 두세시간쯤 그대로 둬서 자연스럽게 식힌다.
이 과정을 대여섯 번 반복. -_-;
시즈닝 3~4회차 정도 되면 무쇠팬에 잘 발라지던 기름이 슬슬 겉돌기 시작하는게 보인다. 이렇게 몇번 더 하면 시즈닝이 완벽하게 되어서 눌러붙지도 않고 녹도 슬지 않는 무쇠팬 완성.
최종 시즈닝 끝난 무쇠팬. 색깔이 한결 더 짙어진 것이 눈에 확 띈다.
이렇게 보호막을 입혀 놓고 요리가 끝나면 뜨거운 물로 헹궈내면서 솔로 닦아내고, 물기를 제거한 후 기름 살짝 칠해서 보관하면 된다. 쓰면 쓸수록 경험치를 얻으며 레벨업을 하는 조리도구라고나 할까.
그래서 세제는 절대 사용 금물이다. 이렇게 고생해서 입혀놓은 시즈닝이 한방에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 예전에 어떤 만화에서 요리솥을 세제 풀어서 닦으려던 주인공을 두드려 패는 요리사를 본 적 있는데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
무쇠팬으로 하기 가장 어려운 요리는? 달걀 후라이. 제대로 길들여지지 않은 무쇠팬에 달걀을 깨넣으면 그대로 눌러붙어서 무쇠팬과 절반씩 나눠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 시즈닝이 제대로 되었는지 알아보기 가장 좋은 요리이기도 하다.
아직 요리를 많이 하지 않아서인지 살짝 들러붙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이정도면 스케이트 타는 것처럼 잘 미끄러지는 듯.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