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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Concert_공연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

by nitro 2019.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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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면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나 영화를 묻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스타워즈다. 단,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따르는데, 영화 뿐 아니라 컴퓨터 게임으로 발매된 스타워즈까지 포함한다는 전제 하에서다. 영화에서는 은하 제국이 악으로 등장하고 제다이 기사들은 황제의 압제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용사로 묘사되지만, 게임 (스타워즈-타이 파이터, 제국의 수호자)에서는 제국군 전투기 조종사로 플레이 하면서 오히려 공화국이야말로 무능과 부패의 상징이고 제다이는 해적들과 별 다를 바 없는 테러리스트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린 마음에 정의의 주인공은 언제나 옳고 악당은 항상 나쁘다는 이분법적 세계관에 빠져있었던 나에게, 등장인물이 타락하거나 개과천선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 만으로 선과 악이 완전히 뒤집힌다는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뮤지컬 위키드 역시 이런 식으로 숨겨진 뒷이야기를 보여주는 것 만으로 악역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누구나 다 아는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악한 서쪽 마녀가 어쩌다가 악당이 되었는지, 그리고 실제로도 악당이 맞는지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된달까. 

토네이도에 휘말려 오즈로 날아 온 도로시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오즈의 마법사'와는 달리, 위키드는 철저히 서쪽 마녀 엘파바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특이한 녹색 피부로 인한 따돌림, 글린다와의 우정, 동물 보호론자로서 엘파바가 보여주는 모습들은 기존의 소름끼치는 모습과 기괴한 웃음소리로 굳어진 '나쁜 마녀'의 이미지를 깨부수기에 충분하다. 날개달린 원숭이와 오즈의 마법사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면 진짜 악당이 누구인지 알게 되니까.

뮤지컬로서의 작품성을 놓고 봤을 때도 굉장히 화려하면서 볼 거리, 들을 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특히 메인 테마곡인 'Defying Gravity'는 엘파바가 날아오르는 장면과 어우러지며 소름돋을 정도로 관객을 압도한다. 관람 당시에는 레이첼 터커가 엘파바 역할을 맡고 있었는데 오리지널 캐스트가 아쉽지 않았던 몇 안되는 경우 중 하나였다. 레이첼 터커가 워낙에 잘 한 것도 있지만 오리지널 엘파바 캐스트였던 이디나 멘젤이 기복이 심했던 것도 한 이유. 개인적으로는 이디나 멘젤은 뮤지컬 배우보다는 가수로서 노래에만 집중할 때가 더 낫지 않나 생각 중. 천식을 지병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퍼포먼스가 극과 극을 달린다. 컨디션 별로일 때의 공연 실황 영상을 보면 호흡 관리가 안되면서 그야말로 안습. 

우리나라에서도 라이센스 공연을 하면서 뮤지컬 중에서 굉장히 인지도가 높은 작품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위키드를 본 적이 있다면 브로드웨이 공연작과 비교해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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