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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무협&판타지

망겜의 성기사

by nitro 2019.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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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어느 날 갑자기 온 세상이 게임 속 세계관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것도 밸런스도 거지같고 과금 유도만 하는 사행성 빵빵한 망겜으로.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현실에 나타난 몬스터들은 군인들이 사용하던 무기를 노획해서 역습을 하는가 하면

지하에 득실거리는 몬스터로 인해 화석 연료의 채취마저 끊긴 상황.

주인공인 황건욱은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짬짬히 현질을 한 덕에 나름 강한 성기사 캐릭터를 보유중이었고,

그 덕에 하루 아침에 나름 신흥 권력자 취급을 받는 플레이어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소방관이 갖는 이미지가 언제나 그렇듯, 일반인에게 갑질도 하지 않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언제나 노력 할 뿐.

그러다가 자기 한 몸 희생시켜 도시를 지키는 와중에 사망하고, 죽음의 신에게 포로로 잡혀 시간이 흐르지 않는 감옥에 갇힌다.

그리고 30년 후. 함께 공격대로 참여했던 동료가 몸값을 내 준 덕에 풀려나 다시 본 세상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레벨을 올리더니 땅따먹기를 해 가며 봉건 영주로 자리잡았고, 연료 고갈로 인해 문명은 자동차 한 대 마음대로 못 굴리며 퇴보되어가는 상황.

게임의 최종 보스를 쓰러트리면 소원을 빌 수 있다는 말에 황건욱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에 도전을 계속하고, 이에 얽혀 돌아가는 각종 사건과 위기와 모험과 이를 둘러싼 서포터 및 다른 플레이어들, 민간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일단 글이 흡입력이 좋아서 그런지, 읽기 시작한 지 사흘만에 전부 다 읽어버렸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흔한 내용인데,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보여주는 고민이나 복잡한 인간관계가 글이 지나치게 가벼워지는 것을 막아준다. 주인공이 먼치킨 수준으로 강해지며 무쌍을 찍는데도 글이 재미가 있다는 것은 단순히 캐릭터가 강해지며 갑질하는 것을 보며 대리만족하는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소리.

그렇다고 무게만 잔뜩 잡냐 하면 그것도 아닌게, 읽고 있노라면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이 떠오를 정도로 재미있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다 망해가는 세상에서 플레이어들의 권력 암투로 인해 암담한 상황인데, 각각의 특성이 뚜렷한 여러 캐릭터들이 레벨을 올리며 던전을 공략하는 과정은 또 그 자체로 볼만하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엄청나게 명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그저 그런 양판소와 같은 레벨로 놓기에는 뭔가 한 단계 더 나은 느낌의 소설.

무엇보다도 시작부터 완결에 이르기까지 질질 끌거나 흐지부지하게 용두사미식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아, 이정도면 굉장히 깔끔하게 잘 끝났다'라는 느낌을 주는 글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이 소설이 바로 그런 느낌이다. 매끄러운 전개와 결말만으로도 별점 하나는 더 줘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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