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만든 게임 속 야만전사 캐릭터가 되어버린 주인공.
이것만 놓고 본다면 게임 속으로 환생한 수많은 먼치킨 판타지 소설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이 소설의 특별한 점이라면 "게임의 내용을 미리 알고 있다"는 것을 주무기로 삼아 승승장구하는 다른 소설의 캐릭터들과는 달리
오로지 본신의 무력만으로 장애물들 다 깨부수며 앞으로 전진하는, 그야말로 야만전사다운 "노빠꾸 상남자 스타일"이 주는 매력에 있다.
예를 들어 강력한 마법사가 적으로 등장하는 상황.
여타 게임 소설이라면 "저 마법사는 배경 스토리가 어쩌구 저쩌구. 그래서 약점이 이러쿵 저러쿵"하며 미리 알고 있는 지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일반적.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마법사가 주문을 외우려는 순간, 이마에 도끼 자루가 박힌다."
보통 게임 세상에 떨어진 주인공들이 잡몹 노가다도 하고, 아이템에 주워먹으며 레벨을 올린 다음 적을 압살하는 느낌이라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애초부터 힘에 몰빵한 캐릭터가 "대화? 귀찮아. 스킵하고 선빵을 날리자!"라며 달려드는 느낌.
그런데 이런 전개가 야만전사 스타일을 제대로 녹여내는 덕에 매력적이다.
대다수의 게임 소설들이 게임 속의 캐릭터를 현실 세계의 자아에 맞추는 형식이었다면, 여기선 현실의 자아가 야만전사화 되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생각 해 보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내가 만든 캐릭터에 몰입하는 것은 누구나 한 번 쯤은 해 보았을듯한 경험이다.
그러니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만들고 플레이했던 게임 캐릭터가 된다면 현실의 나처럼 행동하기보다는 게임을 하며 그 세상 속에서 행동했던 방식을 따르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전체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전반적인 평가는 달라지겠지만,
일단 작가의 필력이 상당하기에 별 생각없이 호쾌하게 적들의 뚝배기를 깨부수는 야만전사의 마초스러움 하나만으로도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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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완결.
제목은 "게임 속 전사가 되었다"지만 의외로 글 자체는 게임 판타지보다는 정통 판타지에 가까운 게 아이러니.
초중반에는 무식한 야만전사가 무쌍을 찍으며 앞길을 막는 건 모조리 치워버리는 전개였다면
후반부에는 그런 전개가 계속 이어지면서도 "현실의 인물이 가상공간으로 떨어지면 겪게 될만한 심리적 변화와 갈등"이 좀 더 부각되는 듯 하다.
일방적으로 적들을 깨부수는 먼치킨 주인공을 데리고 이야기를 풀어나가자면 호쾌함도 한두번이지 결국은 질릴 수 밖에 없는데
이 소설은 그 임계점이 꽤나 늦게 도달한게 특징. 그리고 슬슬 질릴만하니까 딱 끝을 내는 게 마음에 든다.
총평: ★★★★☆ 좋아하는 소설 스타일에 따라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단조롭게 일방적으로 때려부수는 게 아니라 "단순 무식한 마초 스타일"을 캐릭터의 특징으로 잘 잡아낸 소설. 그러면서도 질리지 않고, 나름 다른 세계로 떨어진 현대인의 심리적 적응을 풀어낸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최종결전 들어서기 전에 좀 질리는 감이 없잖아 있는데 그 부분만 넘어가면 완결이라 용서못할 단점까지는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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