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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무협&판타지

무협 소설 리뷰: 흑야에 휘할런가

by nitro 2020.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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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추천글이 올라와서 읽기 시작한 소설. 반나절만에 5권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오래간만에 무협다운 무협을 읽은 기분이다.

무협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는 다양한 대답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기본 정신은 "협의"가 깔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힘으로 협을 추구하기에 그 이름부터가 무협 아닌가.

억울하고 불의하다고 느껴지는 일을, 내가 가진 온 힘을 다해 바로잡으려 하는 것.

내가 입은 은혜를 목숨 바쳐 갚는 것.

흑야에 휘할런가는 그런 전통적인 무협의 전개를 충실히 따른다.

달리보면 그렇기에 앞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훤히 예상되는 소설이다.

선한 사람이 은혜를 베풀고, 악당에게 죽고, 제자들이 힘을 키워 복수한다.

이 한 문장이 소설의 전부다. 너무나도 뻔한 내용이라 스포일러라고 할 만한 것도 없을 정도.

먹구름 가득한 하늘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허름한 서당을 등 뒤로 하고 굳건히 서 있고, 각양각색의 악인들이 무기를 건들거리며 접근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주인공의 어린 제자들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서당 안에서 쳐다본다.

이쯤되면 무협 좀 읽은 사람이라면 "저 놈 죽고 제자들이 복수하겠구만"이라는 예측을 할 수밖에 없다.

지구 침공한 외계인이 결국 단합된 지구인에 의해 쫓겨나거나, 표독스러운 재벌집 딸을 제끼고 평범한 여주인공이 남주인공과 맺어지는 결말 만큼이나 뻔하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머릿속에서 무협 영화를 틀어놓은 것처럼 매 장면이 생생하게 와닿으며 몰입하게 된다.


가슴속에 맺힌 분함과 설움은 아이라도 다른 것이 아닐진대, 대체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랐다.

"십 년."

조용한 목소리가 울렸다. 말 없이 부은 눈으로 바닥을 내려다 보던 장소소였다.

"다른 고수를 찾아서 무술을 배워요. 십 년, 딱 십 년 뒤에 다시 이 자리에 모여서 우리 스승님의 복수를 하자고요."

- 흑야에 휘할런가 중에서


너무나도 흔하디 흔해서 이젠 양판소에서도 볼 일이 별로 없을법한 장면. 

그렇기에 제대로 쓴 무협소설에서 이런 장면을 볼 때면 "크~ 취한다 취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 소설의 약점이라면 뻔한 전개가 아니라 5권이라는 짧은 분량 안에서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각각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바람에 그 뻔한 전개마저도 따라잡기가 힘들 정도로 계속 바뀌는 장면 전환 아닌가 싶다. 

좀 더 긴 호흡으로, 매력적인 캐릭터 하나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무협의 기본 정신에 충실한 줄거리와 몰입감 끝내주는 필력은 과거 진중한 맛이 있는 무협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보도록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총평: ★★★★☆ 오래간만에 보는 '협'이 살아있는 무협소설. 독자에 따라서는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구무협을 재미있게 봤다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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