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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무협&판타지

대체역사 판타지 소설 리뷰: 대항해시대에서 살아남기

by nitro 2021.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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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 오랜 옛날 게임에서부터 시작해서 오늘날 밀짚모자를 쓴 해적 일당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낭만과 동경을 느끼는 시대.

당시의 항해라고 하면 아무도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한다는 면에 있어서는 그 개척정신과 예산 소모에 있어서 오늘날의 우주 여행과 맞먹으면서도

신항로 무역을 통해 대박을 치면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비트코인에 비견될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내 생활은 인권따위는 개나 줘버린 극악한 환경이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인세의 지옥과 천국을 모두 묘사할 수 있는 소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소재를 어떻게 풀어내는가는 역시나 오롯이 작가의 역량. 전개에 따라서 RPG모험 뺨치는 판타지가 되는가 하면 중세시대의 직업루트 최고봉인 봉건영주 영지개발물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판타지 포맷 치고는 자유도가 높기 때문에 꽤나 많은 작가들이 쉽게 보고 덤벼들었다가 수습이 안되어 GG치고 조기종결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대항해시대에서 살아남기"는 (아직 3권 분량밖에 안나왔기에 단정할수는 없지만) 실제 역사를 주인공이 변화시킨다기보다는 그 역사를 배경으로 살아간다는 데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16세기 영국의 역사라면 줄줄 꿰고 있는 서양사학과 전공의 주인공 고대일. 하지만 석사논문이 '과도한 덕질'이라며 학과장에게 대차게 까이고 대차게 소주 한 병 빨다가 16세기 영국에서 깨어난다. 

때는 1541년. 이름은 고대일이 아니라 데일 드레이크. 툭하면 쥐어터지는 대장장이 길드의 17살 도제. 길드 마스터는 랄프 호지.

그리고 그가 쓰던 석사논문의 제목은 "제국의 대장장이 랄프 호지".

필기시험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던 얼뜨기에서 철제 대포를 만들며 성공의 발판을 마련하고, 덴마크와 러시아를 넘나들며 거물로 성장하는 중.

양산형 대체역사 소설이었다면 애저녁에 사거리 무시무시한 강철대포와 철갑선으로 이루어진 무적함대를 거느리고 세계정복의 첫걸음을 내디뎠겠지만, 주인공은 회귀자치고는 여전히 몸을 사리며(?) 천천히 나아간다.

일단 초반부부터 마음에 들었던 건, 작가가 책을 많이 읽었거나 최소한 주인공 고대일만큼 영국 대항해시대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게임이나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으며 축적한 지식과 제대로 공부를 해서 얻은 지식은 아무래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그 깊이가 가벼울수록 소설에 써먹을만한 "콘텐츠"가 빨리 고갈되며, 쓸 거리가 없으면 당연히 양산형 판타지마냥 뻔한 전개로 지루해지거나 흐지부지 결말이 나기 십상이다.

반면 이 소설처럼 당시의 언어, 문화, 역사에 대해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글을 풀어나간다면 최소한 막장 결말은 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다만 작가의 필력이 엄청 흡입력이 있는 건 아니고, 소설의 특징이 역사를 마구잡이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시대상에 맞게 살다보니 아무래도 역사책 읽는 것처럼 몰입도가 떨어지는 게 단점.

로맨스 묘사를 엄청 잘했더라면 엘리자베스 + 주인공 라인의 썸타는 모습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었을텐데 그 정도는 아니고...

그래도 종합적으로 보면 살짝 지루한 부분이 종종 보여도 (아직까지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대항해 시대 소설.

개인적인 바램이라면 "혼블로워"나 "마스터 앤 커맨더"처럼 선상 생활 묘사도 좀 많이 넣어줬으면 하는 정도?

총평: ★★★☆☆ 아는 게 많은 사람이 써서 볼거리는 많은데, 재미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다음 화가 궁금해 죽겠다!' 정도는 아닌게 문제. 당시 영국이 워낙 사건사고가 많던 동네라 앞으로 본격적으로 일이 터지면 어찌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대체역사물 중에서도 대항해시대 팬에게나 추천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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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완결.

'읭? 여기서 끝난다고?'와 '그래, 끝날 때가 되긴 했지.'라는 느낌이 절반쯤 섞인 감상이 든다.

끝판왕이라고 할만한 스페인 무적함대를 때려부수는 게 너무 빨리 지나가서 이런 느낌이 드는 것 아닐까.

이왕이면 그 뒤로 이어지는 황금시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했으면 '고생해서 이긴 우리편이 꿀 빠는 엔딩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저자가 아는 것도 많고, 큰 틀에서 봤을 때 이야기 구성도 나쁘지 않은데 당시의 생활상 묘사가 띄엄띄엄 이어진다거나 주인공의 로맨스가 굉장히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별로 알콩달콩하지 않다는 점 등 세세한 부분에서 부족한게 단점이다.

총평: ★★☆☆☆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엄청나게 재미있다고 하기도 어렵고. 지식이 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대항해시대 초반의 영국 생활상을 속속들이 파헤쳐주는 건 아니고, 뭐랄까 전반적으로 싫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엄청 좋다고 할만한 장점이 있는 것도 아닌 소설. 완결까지 따라갔다는 건 그래도 나름 읽을만한 글이라는 뜻이지만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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