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렇게 끝난다고?"
믿었던 작가가 만들어낸 결말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작가님, 양심이 있으면 자살해주시지 않겠습니까?'로 시작되는 5700자짜리 혐오성 발언을 날린다.
작가와의 채팅에서도 "동네 똥개도 너보단 글을 잘 쓸걸? 내가 해도 그거보단 낫겠다"라는 발언에 작가의 대답은 하나. "그럼 해봐요."
그리고 당연하게도 주인공은 소설 "미래전쟁일지"의 주연, 라호빈으로 빙의된다.
남들 다 S급도 모자라서 EX급이니뭐니 성장하는 마당에 소설 끝날때까지 B급으로 남는 주인공.
게다가 특성도 괴랄해서 남들 다 쓰는 에너지 병기는 커녕 자동 급탄식 총기마저도 사용할 수 없는 "와일드 웨스트 건맨"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총에 붙어있는 카우걸 유령까지.
시대에 뒤떨어진 구식 리볼버와 샷건을 들고 다니며 유령과 함께 아카데미 생활을 이어가는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이어진다.
..고는 했지만 원래의 소설 속 주인공과는 달리 초장부터 미래에 차근차근 대비해나가며 먼치킨 수준으로 모든 일을 술술 해결해나간다.
굉장히 흔한 게이트 범람 시대의 능력자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하는 학원물.
주인공 캐릭터가 독특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엄청난 매력이랄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하드캐리하는 건 작가의 입담과 끝없이 이어지는 매니악한 인용의 콜라보.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내 앞에 콧수염이 난 멕시코인들이 도열해있다.
"확실히 이건 사실이 아닌 것 같아"
"어떻게 알아?"
"타코놈들 몸에서 토르티야 굽는 기름 냄새가 안 나거든"
"이 인종차별주의자가..."
놈이 번식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저 갑옷 밑에 있는 알은 절대 단련하지 못했을 거다.
"안되겠소, 쏩시다!"
아아, 이건 땅콩따개 리볼버라고 하는 것이다. 네놈의 중성화를 도와줄 물건이지.
킹콩에서 키코가 될 시간이다.
어째서 독일 나치 월면기지로 향하는 포탈이 전라남도 장성에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면 왜 경기도 광주 근처에 추락한 용의 사체가 있는지도 의문일거고. (중략)
"너희는 열등하다! 열등종을 말살하라!"
"이런 스페이스 나치가 이젠 사이버맨까지 되고 있는거야?"
"뭐야, 왜 이렇게 문자가 많이 와?"
"뭐긴 뭐야, 영업제의지. 문제는 내가 워그레이몬이라."
"그건 또 뭔데, 쿨리식 단어야?"
"난 나보다 약한 자의 지시는 받지 않거든"
이런류의 묘사와 대사, 독자 중의 절반이나 알아먹을까 싶은 매니악한 설정이 웃음을 자아낸다.
단지 이것뿐이면 굉장히 가벼운 코메디에 불과하겠지만 또 메인 줄거리는 줄거리대로 차근차근 진행하면서 풀어나가다보니 두 가지가 적절하게 섞이면서 이 소설의 매력이 된다.
한 가지 걱정이라면 이런 류의 학원물은 전개가 너무 뻔하게 흘러가다가 흐지부지되기 십상인데 중, 후반부로 가면서 어떻게 재미를 잃지 않느냐가 관건이 될 듯.
총평: ★★★★☆ 게이트의 괴물들을 막는 수호자 아카데미 학원물. 핵심 내용은 정형화된 설정을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독특한 캐릭터가 무쌍 찍으며 빵터지는 대사 치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좀 가볍고 웃긴 학원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
이렇게 급격하게 무너지는 글도 오래간만인듯.
이 소설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약간은 매니악한) 개그 때문이었는데
웃길만한 입담이 다 떨어지자 글이 확 무미건조해지기 시작한다.
전에 걱정했던대로 학원물 특유의 뻔한 전개와 원패턴 반복이 이어지며 침몰.
웃길 소재가 떨어지면 폐지되는, 인기없는 개그 코너 느낌이 되었달까.
초반부에서는 굉장히 재미있게 웃으면서 봤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총평: ★☆☆☆☆ 칼로 흥한자 칼로 망하고, 개그로 흥한자 개그로 망하는구나. 웃김 요소가 사라지면서 좀 진지한 학원 연애물로 갈아타려고 한 듯 싶으나 그 결과는 좋지 못한 것 같다. 6권 전후로 중도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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