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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Fiction_소설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변신이야기

by nitro 2020.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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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신이야기(전2권), 오비디우스 저, 이윤기 옮김, 민음사 (1998)


  어떤 도서관을 가더라도 기본적으로 갖추는 자료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이다. 2020년 기준으로 총 368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문학 서적들은 어디에 놓더라도 막강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이 전집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통째로 갈아서 종이로 만들어야 이 책들을 다 찍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그보다 더 사람을 압도하는 것은 이 수많은 책들이 문학 작품 중에서도 엄선된, 그야말로 인류 지성의 면모를 살피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할 최소한의 편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문학적 소양을 갖추기 위해 읽어야 할 책이 기다란 책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늘어서 있는 것을 보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다섯 수레의 책이 이런 것인가’라는 상념에 잠기기도 한다.

  그리고 이 기념비적인 문학 전집의 시작을 장식하는 것이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서양 문학의 근간을 이루는 양대 산맥이 그리스·로마 신화와 성경이기 때문이다. 고대의 시인부터 현대의 역사학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엮어내었고, 그 판본 역시 만화로 보는 아동용 도서에서부터 백과사전보다 두꺼운 성인용 완역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그리고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신이 모든 것을 창조하는 성경과는 달리, 사람이나 신이 어떠한 사건을 겪으며 오늘날 세상을 이루는 무언가로 변화하는 그리스·로마 신화이기에 변신이야기라는 제목이 잘 어울리는 듯 하다. 

  1부 천지창조에서 시작하여 카이사르(시저)가 승천하는 15부에 이르기까지 어지간한 그리스·로마 신화는 모두 모아 집대성한 책인 만큼 ‘어디서 한 번 정도는 들어본 것 같은’ 옛날 이야기들이 연달아 펼쳐진다. 하지만 어릴 적 읽었던 이야기책에 비하면 2000년 정도 신화의 시대에 더 가까운 저자가 쓴 글이라 현실감이 더 크게 와닿는다. 게다가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을 너무 외설적으로 썼다는 이유로 추방당한 전적이 있는 오비디우스이다보니 온갖 잔인하고 선정적인 사건들로 첨철되어있는 그쪽 동네 신화의 이야기꾼으로도 최고의 인재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중간중간 더해지는 주석과 사진 자료가 오비디우스는 제공할 할 수 없었던 생동감까지 부여한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책이 문학전집의 가장 첫 권을 장식하게 된 이유는 서문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음의 원에 쫓기어 여기 만물의 변신 이야기를 펼치려 하오니, 바라건대 신들이이시여, 만물을 이렇듯이 변신하게 한 이들이 곧 신들이시니 내 뜻을 어여쁘게 보시어 우주가 개벽할 적부터 내가 사는 이날 이때까지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풀어갈 수 있도록 힘을 빌려주소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문학의 집대성을 시작하는 각오로 딱 알맞는 구절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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