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여왕이 더 빛나게 보이도록 만드는 역사속의 조연이자 악역인 메리 1세. 일명 블러디 메리.
주인공은 바로 그 메리 여왕의 몸으로 빙의하게 된다.
원 역사에서는 가톨릭을 밀어주고 스페인 왕세자인 펠리페와 결혼하며 이래저래 영국인들의 욕을 들어먹었지만 역사를 아는 주인공이 빙의한 이상, 모두가 평행세계의 일이 되어버렸다.
커다란 하얀 그릇에는 타원형의 붉은 과실 하나가 터질듯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폐하, 이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그대에게는 낯설겠군. 이건 동방의 과실, 토마토라고 한다네."
'토마토? 웃기는 소리! 이건 벨라돈나잖아!'
"이제야 좀 조용히들 하는군."
그곳에 그들의 여왕이 우뚝 서 있었다.
자신의 상체만큼 거대한 전쟁망치를 들고.
여왕이 망치로 내려친 바닥은 움푹 패여있었다.
"이건 의사봉이라는 물건이네. 지금처럼 시선을 집중시키고 소란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지."
당시의 영국 사회상에 무지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오해, 주인공의 막나가는 성격, 미래 지식의 활용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며 코믹함과 통쾌함이 뒤섞인 장면을 연출한다.
아직까지는 재밌게 보고 있는데 한가지 걱정이라면 무적함대 박살내고 나서 이야기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당시 영국 입장에선 스페인이 최종보스인지라...
아무리 연장해도 프랑스 정도 이겨먹고 나면 대영제국 루트를 타게 될텐데 그때부턴 대체역사라기보다는 경영물에 가까워지는게 아닐지 우려가 된다.
또 하나 위화감이 드는 건, 여왕으로 빙의했는데도 행동이나 말투는 상남자라는 거. 원래 주인공의 성별이 여성이라 초반부에 '너무 여성적이면 별로일텐데'하고 걱정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남자가 빙의했다고 해도 믿어질 정도로 남성적인 진행이 이어진다. 이럴 거면 굳이 메리 여왕이 아니라 다른 인물로 풀어나가도 될 뻔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여왕이기 때문에 가능한 심리 묘사나 진행이 조금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지금까지 연재된 분량만 보더라도 급격하게 무너지지만 않으면 최소 평타는 치는 물건.
총평: ★★★☆☆ 대영제국 여명기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 "대항해시대에서 살아남기"와 시대가 겹치다보니 약간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쪽이 좀 더 막나가는 분위기지만.
2021년 12월 현재 완결 후 외전 진행중.
나름 깔끔하게 끝난 듯한 소설.
요즘 트렌드에 걸맞게 제멋대로 막나가는 주인공이 역사를 틀어버리는데, 대항해시대 시작될 무렵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지라 꽤 신선하게 읽을 수 있었다.
엄청나게 대단하고 감동을 주느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독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알아둬도 쓸모없는 잡다한 역사지식이 약간 늘었다는 점에서 확실히 평타는 치는 물건.
총평: ★★★☆☆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치고는 나름 선방한 대체역사 소설. 초반에 무료연재 분량 읽어보고 마음에 들면 끝까지 정주행 가능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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