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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무협&판타지

대체역사 판타지 소설 리뷰: 세상 흉악한 건 영국이 다 만들었다

by nitro 2021.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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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과거로 회귀를 하면 높은 확률로 임진왜란 내지는 일제강점기 초기에 떨어진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다.
작가와 독자가 국사시간에 배운 사실을 공유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설명이나 설정이 필요없고,
16등 중에 15등을 하더라도 일본만 이기면 된다는 국민 정서는 왜놈 또는 일제를 엿먹이며 손쉬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워낙 많은 작품들이 현대 한국인을 조선시대 또는 일제강점기로 보내버리는 바람에 이제는 어느 정도 질린 상황.
그렇다고 또 아주 동떨어진 세계로 보내는 것은 대체역사의 하위분류에 속하는 "세계대전 대체역사물(일제강점기 포함)"의 장르를 벗어나게 되고, 이는 작가나 독자 모두에게 익숙치 않은 분야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어려움을 안겨준다.
그래서 누군가가 똘똘한 생각, 즉 시간선의 한계를 극복하기 힘들다면 공간을 바꿔보자는 아이디어를 낸 뒤로 많은 소설들이 이러한 세계관을 차용하는 중이다. 국적은 조선인이되 미국이나 유럽, 러시아 등으로 이주하여 '큰 물'에서 성공을 거두는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의 시대가 온 것.
이 소설의 주인공, 강아서 역시 마찬가지.
업계 최고의 구조조정 컨설턴트였던 주인공은 갑자기 1912년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여객선 위의 조선인에게 빙의되고 만다.
계기는 웹소설 게시판에 올라온 "이야기를 쓸건데 여러분의 로망을 삽니다"라는 글에 댓글을 달다가 "그렇게 세상을 잘 알면 이야기에 도움을 달라"는 제안을 받고 쿨하게 "그럽시다" 한마디 한 것 뿐.
뭐, 여기까지라면 나름대로 평범한 출발이라 할 수 있겠다.
문제는 본인이 과거로 이동하기 전에 "평범한 세계는 재미없으니 좀 막장스럽게 가자"고 해버렸다는 것.
그래서 시작부터 고생이 시작된다. 일단 그가 탑승한 여객선의 이름부터가 타이타닉이니까.
게다가 안그래서 막장 산업사회로 치닫고 있던 영국을 배경으로 이래저래 신상품 아이디어를 총동원하며 살아남는데,
단지 그것뿐이면 심심할거라 생각했는지 좀비도 한 스푼 섞어넣었다.
"아서는 여섯 명의 화부들이 좀비 하나를 제압하는 장면을 침착하게 지켜봤다. '장정 세 명이 적절한 도구만 있으면 제압이 될 것 같다' 아서가 습관처럼 해고자 약점 찾듯 좀비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을 때였다. 몸부림치는 좀비에 화부들이 엉거주춤 물러났고, 좀비는 '실족주의' 푯말이 걸린 난간을 치고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철제 난간 아래, 거대한 톱니바퀴 기관 축 틈으로 굴러떨어진 그것. 압축 증기로 굴러가는 강철 기계의 힘은 피륙으로 이루어진 것쯤은 삶은 감자처럼 으깨버린다. 시체는 곧, 퍽- 하고 터졌다. "으욱, 냄새" "토할 것 같다." 화부들이 코를 부여잡았다."
우리가 아는 세상이지만, 심심하면 좀비가 튀어나오는 평행세계. 그나마 다행인 건 아포칼립스물이 아니라 대체역사물이라는 본분을 지켜 좀비의 위험도가 '좀 거추장스럽고 무시하긴 힘든 역병+들짐승' 수준이라는 것.
전반적으로 보면 요즘 대유행중인 흐름을 따르고 있지만, 독특한 컨셉 두 개가 계속 눈길을 끈다.
첫째는 좀비가 있는 세상이라는 것. 아직 초반이라 이야기가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나름 배후의 암흑세력도 있는 듯 한데, 오컬트+히틀러라는 자연스러운 전개에 좀비를 끼얹으면? "좀비 아미"나 "벙커 오브 더 데드" (둘 다 히틀러 좀비 군단이 등장하는 게임과 영화)의 재림이다! 세계대전 대체역사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거의 공룡+로봇급의 치트키나 다름없는 소재.
둘째는 세상 흉악한 것은 다 영국이 만들었다는 제목이 암시하는 내용이다. 제국주의의 종주국이자 민트초코나 정어리 파이같은 흉악한 물건들이 태어난 나라. 그리고 주인공 역시 그에 걸맞게 살상용 철조망이나 DDT같은 물건들을 개발해내며 사업을 확장중이다. 물론 그런 흉악한 물건들만으로는 장사가 안 되니 싸구려 페이퍼백 서적이나 삼륜차같은 정상적인(?) 물건도 섞어서 팔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폰지 사기나 화염방사기나 헤지펀드 공매도 내지는 (당연히) 핵무기 같은 흉악한 발명의 선구자가 되지는 않을까 기대 중.
물론 이런 독특한 컨셉은 그대로 불안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아직까지는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은 좀비들은, 최악의 경우에는 뜬금없이 유령의 튀어나오고 관객들은 비웃음만 튀어나오는 삼류 유령의 집 꼴이 될 수도 있다. 주인공의 행보 역시 흔하기 짝이 없는 재벌물을 답습하며 "이 인물, 저 위인 모조리 포켓몬 수집하듯 긁어모으며 새로운 발명이란 발명은 다 독점하고, 거물이 되어 미래 지식을 바탕으로 일방적으로 나치를 뚜까패는" 재미없는 전개를 이어나갈지도 모른다.
필력이나 문체만 놓고 보자면 아주 뛰어난 것도, 그렇다고 읽는 데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닌 평타 수준이라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더 짐작이 되지 않는 면도 있다.
하지만 행복회로 돌린 대로 진행된다면, 모두의 명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세계대전 대체역사물 좋아하는 사람은 환호하며 따라갈 수 있는 소설이 될 듯.
총평: ★★★☆☆ 글 자체만 놓고 보자면 평작 수준인 것 같은데, 밑바닥에 깔아놓은 컨셉이 잘만 하면 굉장히 취향 저격일듯 해서 따라가는 중.


중반 넘어갈수록 흉악한 건 별로 안 만들고, 그러다보니 특유의 재미가 사라졌다. 

게다가 좀비 한스푼은 '비장의 조미료로 좀비 한스푼을 준비했는데 어디다 써야할지를 모르겠네?'라는 느낌.

그래도 그냥저냥 읽을 평타 수준의 대체역사물은 되는데, 문제는 비슷한 배경에 비슷한 컨셉을 지녔으면서 좀 더 상위호환인 다른 소설이 있다는 거.

130화 부근에서 하차.

총평: ★☆☆☆☆ 철조망과 DDT 이후로는 그렇게 흉악하다 싶은 게 안나오면서 그냥 평범한 대체역사물이 되는 듯 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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