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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무협&판타지

현대판타지 소설 리뷰: 참모총장이 되어보기로 했다

by nitro 2021.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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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번의 회귀를 겪으며 어지간한 인생은 다 살아본 주인공, 강민.

재벌, 대통령 등 흔한 설정은 이제 지겨워서 안 한다는 그의 독백은 마치 비트코인으로 한탕 해먹는 게 요즘 대세인 웹소설계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겠다는 작가의 다짐처럼 들린다.

그리고 그가 이번 생에 목표로 삼은 것은 참모총장이 되는 것.

군인이 되어 전쟁에서 연전연승하는 회귀자 소설은 많지만 그 배경이 현대인 것은 찾기 힘들다.

한국의 현 실정은 북한과 기싸움만 할 뿐, 진짜 전쟁이 터지지는 않는 상황이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선배들로 꽉꽉 막힌 인맥과 부조리의 군인 승진 루트를 어떻게 타는지가 오히려 볼 거리가 된다.

미래에 터질 사건들을 예견하고, 수천번 회귀로 인해 알게 된 지식들을 조금씩 풀어가며 승진을 거듭하는데

소름끼치게 현실적인 묘사와 허황된 해결책이 맞물리며 묘한 매력을 풍기는 게 장점.


"그래, 악수나 한 번씩 하자."

연대장이 장갑 낀 손을 내밀었다.

연대장이 장갑 낀 손을 내밀었다. 맨 앞에 서 있던 작전과장이 연대장의 손을 가볍게 잡으며 자신의 직책을 외친다.

"작전과장!"

"오, 그래"

연대장이 악수를 하면서 작전과정의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뼈 있는 말을 훅 내뱉는다.

"예하 대대 작전과장 네 명 중에서 내가 주일날에 교회에서 못 봤던 유일한 사람이 자네였구나."


군대 다녀 온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특별 간식을 뭘 주냐에 따라 종교도 바꾸는게 군대다. 

간부들 입장에서는 상급자에게 눈도장 한 번 찍으려고 종교를 갈아타는 것도 당연하다는 말.

그렇기에 이런 묘사가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런 종교적 갈등을 겪는 작전과장을 위해 주인공이 한 일은?

포병연대 사격 경연대회에서 자로 잰 듯 정확한 십자가 모양으로 포탄을 날려버린다.

불교를 믿는 군단장 앞에서 펼친 사격대회에서는 만(卍)자 모양으로 사격하며 다시 한 번 사람들을 얼빠지게 만들고.

그러면서도 "고정밀 특별조준 사격제원표"라는 명칭을 붙여 이 미친짓을 정당화시킨다.

북한의 무력도발을 미리 예측하고 자주포 사격을 대기시켰다가 대응사격으로 적 진지를 박살낸다던지,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질뻔한 일을 군단장 불시 시찰을 유도해서 막아낸다던지 하는 일이 이어지는데

그 해결책은 회귀자의 예지능력에 따른 것이니 허황될지 몰라도 디테일한 측면은 군필자라면 누구나 식은땀을 흘리게 만들 정도로 세세하다.

다만 이야기의 큰 틀이 그렇게 혁신적이라거나 흥미롭지는 않기 때문에 앞으로 줄거리가 진행되면서 어떻게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 

총평: ★★★☆☆ 회귀자가 승승장구하는 건 워낙 뻔한 일이라 소설의 흐름이 전반적으로 엄청나게 재미있는 건 아닌데, 세부 묘사에서 PTSD 올 정도로 현실감 넘치는 사건이 많아 군대이야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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