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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무협&판타지

현대판타지 소설 리뷰: 재벌로 잠들고 노숙자로 눈떴다

by nitro 2021.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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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아무리 많이 벌고 레벨을 올리고 내공을 키워도 그 근본이 되는 인간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평면적으로 진행될수밖에 없다. 물론 주인공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며 잠시동안 즐거울 수는 있지만 뭔가를 배우고 감동을 받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의 주인공이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기어올라가며 인간적으로 성장하거나, 아니면 아예 타락해버리는 꼴이 나더라도 뭔가 내면의 변화를 보여준다면 글의 퀄리티와는 별개로 별점 반개는 추가로 줄 정도다.

이 소설 역시 아직 연재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의미에서 꽤나 기대를 갖고 보는 중이다. 주인공 여준태는 악랄한 기업 사냥꾼. 그동안 적대적 인수합병과 각종 음모를 통해 망하게 만든 기업과 그에 얽혀 불행해진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결국 천벌을 받은 것인지, 누군가가 사주한 흔적이 다분한 교통사고로 인해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리고 눈을 뜬 곳은 서울역 노숙자 서준선의 몸 속.

돈은 한푼도 없고, 한쪽 다리는 잘리고, 정신은 알콜중독에 찌들어버린 노숙자로서 두 번째 인생을 살기 시작한다.

사채업자에게 협박받으면서도 오히려 돈을 더 빌려가며 기업 회장이었을 때의 내부 정보를 바탕으로 재산을 불려나간다. 나중에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파헤치고 복수도 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중의 일.

이렇게 줄거리만 놓고 본다면 여타 회귀 재벌물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 과거로 돌아가지만 않았다뿐이지 돈 버는 재능은 여전하니까.

하지만 이 소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우선 첫째는 고난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것. 돈 좀 모으면 홀라당 빼앗기고, 어째 좀 살만하다 싶으면 여정태의 잘못, 서준선의 과오가 번갈아 툭툭 튀어나오며 심정을 착잡하게 만든다. 요즘 흔한 사이다 전개에 익숙한 독자라면 못 견딜만큼 갑갑할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련은 두 번째 특징 때문에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바로 노숙자는 인간 이하로 깔보던 주인공의 심경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는 것. 마치 스크루지의 마음이 천천히 돌아서는 것과 비슷하달까. 그렇기에 고구마가 아닌 시련이고, 냉혹한 부자의 마음이 어떤 식으로 변할지 기대가 된다.

총평: ★★☆☆☆ 필력이 대단히 좋거나 한 것은 아니고, 특히 간혹 보이는 오탈자인지 상식 부족인지 헷갈리는 비문이 눈에 띄어서 좀 불안하기는 하다. 하지만 뭐, 이런저런 이야기 다 떠나서 요즘 현대판타지의 대세와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인다는 그 독특함 하나만으로도 일단 신선한 맛에 시도할만한 소설인 듯.


총평: ☆☆☆☆☆ 리뷰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재중단. 뭐, 글 써서 수익을 내야하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유료화 해도 안 팔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재빨리 손절해야 하는 게 맞지만서도... 좀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막 재미있던 차에 툭 끊어버리는 바람에 지금껏 썼던 돈 아깝게 만드는 소설에 비하면 낫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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