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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무협&판타지

판타지 소설 리뷰: 이세계 흙수저 선원으로 살아남기

by nitro 2021.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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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환생 #대항해시대 #머리로 승부합니다

앞을 가로막는 것 없이 탁 트인 바다, 시원한 바람, 이국적인 풍경과 신기한 문물, 그리고 여행 끝에 기다리고 있는 일확천금의 기회.

대항해 시대를 게임으로 즐긴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볼만한 로망이다.

하지만 실상은?

구더기 들끓는 딱딱한 건빵, 바닷물에 씻어먹어야 할 정도로 짠 염장고기, 가혹한 노동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유일한 탈출구는 럼주 뿐인, 그러다 술기운에 실수라도 하면 무수한 체벌이 기다리고 있는 그런 생활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항해 시대를 ‘현실감있게’ 그려낸 소설은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기 힘들다.
현실성에 치중하면 바다에 떠도는 강제노동수용소 다큐멘터리가 되어버리고, 현실을 너무 무시하면 몰입감이 떨어질 뿐 아니라 애초에 해양소설을 쓸 필요가 없으니까. 결국 관건은 일반인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선상 생활을 보여주면서 바다에 얽힌 모험 활극을 ‘재미있게’ 풀어내는데 있는데, 이 소설은 그 비중을 절묘하게 잘 맞춘 느낌이다.

“갑판으로 나오자 상쾌한, 아니 솔직히 상쾌하지는 않다. 새파란 하늘, 그리고 그보다 더 푸른 바다. 그 옆에도 바다, 그리고 옆에도… 웅장한 광경은 개뿔, 이 경치도 매일같이 보면 아주 신물이 난다. 소금기 가득 머금은 바람 따위, 전혀 상쾌하지 않다. 코가 썩을 것 같은 선실의 공기보다 낫다는 게 위안일 뿐.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에서 나오는 인공적인 바람이 그립다…”

주인공은 2018년의 지구에서 15~16세기 유럽 정도의 문명을 가진 이세계로 환생했다. 하지만 상태창도 없고, 스킬도 없고, 이계환생자 특전이라고는 아주 가끔 자다 깨면 원래 세계의 물건들이 랜덤으로 떨어진다는 것 뿐.

어쩔 수 없이 밑바닥 선원에서부터 차근차근 기어올라가며 국가 간의 갈등에 고래 싸움에 낀 새우마냥 두뇌풀가동하며 눈치를 보고 계략을 짜내 위기를 헤쳐나간다. 주변 사람들 대다수가 머리에 든 것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뱃사람들이다보니 현대 의무교육을 이수한 주인공 리안의 지적 능력과 처세술이 더욱 강력한 무기가 된다.

그렇다고 말빨로 스리슬쩍 넘어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비록 육체적 능력은 미미한 주인공이지만 박진감 넘치는 해전이 빵빵 터져주며 액션씬에 대한 갈증도 풀어준다. 배를 노리는 해적선과 4대 1로 싸우기도 하고, 반란이 일어난 섬을 뒤집어 엎는 등 소설 본연의 재미에도 충실한 느낌.

총평: ★★★☆☆ 해양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추할만한 판타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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