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쿡 / 이욱정 지음. 문학동네 (2012)
세상에는 나같은 사람 참 많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만드는 책.
국수 다큐멘터리 ‘누들로드’로 유명한 이욱정PD가 방송국 쉬면서 르 꼬르동 블루에서 요리 배운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요리학교의 학생으로서 느낀 점과, 평소 PD로서 생각하던 점이 절반씩 섞인 에세이.
의외로 요리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라거나 런던에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요리학교는 요리사가 되기 위한 과정인 동시에 요리사에 대한 환상을 깨는 과정인지 모른다. 르 코르동 블뢰의 수많은 요리사 지망생들이 런던행 비행기 안에서 품었을 환상은 주방에서 결코 연출되지 않았다.”
푸드 스토리텔러인 내게는 ‘요리하는 스토리텔러를 꿈꾸며’라는 3장의 제목이 심금을 울린다. 비록 챕터의 내용은 대충 예상했던, 그리고 나 역시 겪었던 내용이라 크게 감동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다수의 내용에서 격하게 공감되기는 한다.
이래저래 조금 김 빠지는 부분들도 없잖아 있기는 하다. 프랑스 본교가 아니라 런던 분교로 갔다는 점 (저자는 서울 분교 취재도 몇 번 갔다던데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도 궁금하다), 그리고 실습 과정을 레스토랑에서 한 게 아니라 파티시에 초급 과정으로 들었다는 것 등. 인생을 그대로 녹여냈다기보다는 좀 특별한 경험 - 요리 수업, 여행, 유명인들과의 만남 등 - 을 하면서 느낀 감상을 말하는 것처럼 약간 가볍게 들린다.
그래도 “셰프가 되려는 건 아니고요, 요리 프로그램의 연출자가 되려면 누구보다 제가 직접 그 과정을 배우고 체험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라던 저자의 말처럼, 음식에 대해 말만 많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요즘, 그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며 “당신이 요리에 대해 뭘 안다고?” 했을 때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그래도 초짜는 아닙니다. 르 코르동 블뢰를 졸업했거든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작가를 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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