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조이스, 어느 더블린 사람에 대한 일대기 / 알폰소 자피코 지음, 장성진 옮김. 어문학사 (2021)
영문학을 이야기할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제임스 조이스.
그의 일대기를 만화로 그려낸 평전이다. 읽다 보면 "이거 도대체 뭐하는 놈인가" 싶을 정도로 망나니가 따로 없다.
수많은 여성들과 바람을 피우거나, 술에 빠져 가정을 등한시한 거야 당시 세태가 그랬으니 그렇다쳐도
남을 깔보는 자만심과 놀려먹기 좋아하는 놀부 심보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제임스 조이스)는 트리에스테에 있는 친구 스태니슬러스에게 돈을 송금해달라고 부탁했다. 스태니슬러스는 분노에 차서 답장했다. 그는 여전히 조이스가 남긴 빚을 대신 갚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이스는 상황을 매우 과장해서 스태니슬러스에게 다시 편지를 보냈다. 온갖 역경, 배고픔, 암울함, 그리고 고통을 겪는 조르조(제임스의 어린 아들)에 대한 내용은 마치 아주 비참한 한 장의 가족사진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속임수는 통했다. 조이스의 편지에 마음이 움직인 스태니슬러스는 그들에게 돈을 보냈다."
자, 여기까지는 그냥 비양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남긴 빚을 대신 갚아주는 친구에게 죽는 소리하며 돈을 더 보내달라고 하는 정도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
"돈을 받자마자, 조이스는 스태니슬러스의 돈으로 만찬을 즐겼다. 그리고 조이스는 자신이 먹었던 음식 목록을 스태니슬러스에게 보냈다. 하루하루를 샌드위치로 연명하던 불쌍한 스태니슬러스는 자신이 조이스에게 또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속여서 얻어낸 돈을 화려한 식사에 흥청망청 써버리는 거야 대책없는 머저리라고 쳐도, 굳이 자기가 먹었던 음식의 메뉴를 친구에게 보내는 것은 그야말로 악마적이다.
파티에서 마르셸 프루스트와 만나서는 문학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트러플 잡담이나 늘어놓는다거나
제임스 스티븐스에게는 "제가 만일 스티븐스 씨라면 저는 글쓰기를 관두고 구두 광이나 낼 것 같아요."라고 면전에 대고 말하는 등 인간적으로는 실격이다.
하지만 그런 그였기에 오히려 더 궁금해진다. 더블린 사람들, 율리시즈, 피네간의 경야 등 그가 써낸 작품들이 작가의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칭송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제임스 조이스라는 문학의 거장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이 책을 덮자마자 더블린 사람들을 읽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꽤나 잘 만든 만화 평전이라고 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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