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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무협&판타지

대체역사 웹소설 추천: 삼국지 마행처우역거

by nitro 2023.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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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그럴것이다.
미래도 아는 놈이 천하에 흩어진 인재를 수습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하다못해 남만이라도 다독여 후방을 튼튼히 할 생각도 없느냐고.
유비, 관우, 제갈량 등과도 친해지고 발언권을 얻어 이것저것 다 하면 결국 촉이 천하를 얻으리라고 말이다.
그게 말처럼 쉬우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겪어본 유비나 장비, 제갈량 등은 만만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내가 이용당한 후 버림받을 것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다.

37세의 부동산 중개업체 사장이 암으로 쓰러졌다 깨어난 곳은 삼국지의 세상. 그러나 대부분의 삼국지 대체역사 소설들이 후한말을 배경으로 황건적의 난에서부터, 다시 말해 삼국지 세계관의 초반부터 시작하는 반면에 이 소설은 유비가 익주를 집어 삼키던 무렵부터 시작한다.

주인공의 영혼이 들어간 곳은 유장의 사위이자, 유비에게 면죽관을 들어다 바친 비관이라는 엑스트라 캐릭터의 몸. 주인공이 정신 차리자마자 ‘이러다 암 걸려 죽는 거 아닌가’ 걱정할 정도로 뚱뚱한 몸에, 새로운 영혼이 들어오기 전에는 못생긴 아내의 외모 탓에 계집질을 일삼고 밖으로 나도는 것도 모자라 “장인의 뒷통수를 친 사위”라는 타이틀마저 획득한 상황. 아내에게 몹쓸 짓을 한 남편이자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못난 위인인 동시에 유비 패밀리에게는 견제의 대상이라 “참 살기 힘들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신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러진 자신의 간호를 극진히 했던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부부관계를 회복하고, 미래 지식을 바탕으로 유비 세력의 견제를 넘겨가며 내 한 몸 온전히 보살피고 평화롭게 사는가…했는데. 모종의 사건이 벌어지며 위나라와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이 되며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전쟁터에 뛰어드는 계기가 된다.

제갈량은 배후에 위나라 승상부가 있다고 단언했다.
그들은 천하의 모사들이며 그들에게 찍힌 사람은 반드시 파멸한다고 말이다. (중략)
방덕이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독립하려 하는가?”
“아닙니다. 개인적인 복수를 하려는데 그 복수 상대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위나라 승상부라고 제갈 군사가 알려주더군요.”
“무서운 곳을 적으로 두었군.”

끝판왕이 드러났지만 갈 길은 멀다. 위촉오 삼국이 정립되는 시점이라 쓸만한 인재나 자원은 이미 다 매진된 상황. 소설 중반부까지 주인공이 휘하에 거두고 써먹는 네임드급 장수라고 하면 기껏해야 방덕이나 우금 정도의, 다른 삼국지 소설이었다면 B급 무장에 해당되는 인물들이 전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소설의 재미가 더해진다. 자신이 가진 것이 없기에 다른 거대 세력과 유명한 장수, 뛰어난 책사들의 틈바구니에서 그들을 설득하고 남의 힘을 이용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비관의 노력이 눈물겹다. 게다가 무엇보다 삼국지 후반부의 재미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시작점인 관우의 죽음을 막으면서 이 소설이 갖는 ‘삼국지 대체역사물’로서의 가치가 급상승한다. 

촉나라와 오나라의 국력을 합쳐도 이길 수 없는 위나라의 위엄을 극복하기 위해 오나라 후계 구도까지 개입하며 멱살 잡고 동맹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게 하는가 하면, 삼국지연의에서는 김빠지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바람에 그렇게 큰 매력이 없었던 육손이나 강유를 비롯한 여러 조연급 인물들이 적극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다. 그저 미래를 아는 먼치킨 한 명이 모두 휩쓸고 다니는 게 아니라, 원래의 삼국지가 그렇듯 여러 군웅들이 활보하는 와중에 주인공이 그 중 한 축으로 성장하며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보는 맛이 있달까.

이 모든 이야기가 작가의 전작인 ‘같은 꿈을 꾸다 in 삼국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몰입감을 극도로 끌어올리면서도 왠지 감성을 자극하는 특유의 필력으로 전개된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아무리 삼국지 팬이 좋아할만한 줄거리라도 이야기 자체가 재미없으면 아무도 보지 않을테니까.

“나는 저들을 살리지는 못해도 전쟁을 일으켜 죽일 수는 있다. 과연 내가 그럴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구나.”
“대장군”
왕준이 끼어들었다.
“살리는 것은 관장할 수 없으나 불행은 관장할 수 있지요. “
“무슨 뜻이지?”
“수명은 하늘에 달린 것이지만 행복과 불행은 관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짧은 삶을 살아도 행복한 사람이 있고, 오래 살아도 불행한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소리쳐 보십시오.”
“뭐?”
“여기서 크게 저 밑에 백성들을 보며 소리쳐 보시라고요. 여기 대장군 비관이 있다고요. 어서요!”
왕준의 재촉에 나는 뭐라도 씌인 듯 크게 소리쳤다.
“대장군 비관이 여기 있다!”
그러자 한창 성문으로 들어오던 백성들이 내 목소리를 듣고 그 자리에 멈춰 서더니 일제히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성문을 지키던 병사들도 합세했다.
왕준이 웃으며 말했다.
“자격은 충분합니다.”
순간 뭉클함이 밀려왔다.

삼국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웹소설 장르가 될 정도로 커다란 세계관이다. 역사적 측면에서 본다면 백 년 남짓한, 중국사 전체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한 기간이지만 그 잠깐동안 수많은 영웅들이 각축을 벌이며 치열한 삶을 살았기에 많은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수많은 삼국지 대체역사물이 나왔지만, 대다수는 세계관만 차용했을 뿐 주인공이 미래 지식을 기반으로 모든 자원을 독점한다는 측면에서는 대다수의 장르물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굳이 삼국지가 아니라 헌터물이었더라도, 가상현실 게임 세계관이었더라도, 판타지물이었더라도 비슷하게 전개될 이야기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요즘 입맛에 맞는 주인공의 활약을 보여주면서도 그 성과가 등장인물들의 인간관계를 통해 얻어진다.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다른 인물들과 세력들 역시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만만치 않은 긴장 관계를 만들어낸다. 초반에는 제갈량의 견제가 숨쉴 틈 없이 들어오고, 중반에는 뒷통수 치는 오나라를 막아내고 역사 속 간신배들을 모조리 휘하로 끌어들여 써먹는가 하면, 후반에는 드디어 위나라까지 처들어 가는 등 연신 승리를 거두면서도 그 승리가 ‘전지전능한 작가님이 내려주신’ 것이라기보다는 ‘주인공이 성장하며 얻어낸’ 결실 이라고 느껴지게 만든다.

여러 삼국지 대체역사 소설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명작. 나관중이 요즘 스타일로 삼국지연의 후반부를 썼다면 이런 식으로 쓰지 않았을까 싶다. 삼국지 소설 팬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볼만한 필독서.

총평: ★★★★☆ 전반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삼국지 대체역사 소설. 전작인 "같은 꿈을 꾸다"에 비해 좀 더 매끄러워진 느낌이랄까. 한 작가가 삼국지라는 이야기만으로 2차 창작물을 연달아 쓰면 뭔가 질릴법도 한데 그런 느낌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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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무림에서 후원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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