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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무협&판타지

무협 웹소설 추천: 무능천마

by nitro 2023.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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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롭게 등장한 장르 중의 하나가 ‘선협물’이다. 얼핏 보면 ‘그거 무협인데 무공 대신 도술만 등장하는 거 아니오’라고 할 수도 있고, 좀 아는 사람이라면 ‘명나라때 등장한 봉신연의가 있는데 요즘 새롭게 등장했다니 거 무슨 소리요’라고 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요즘 선협물은 고전 소설이나 무협과 궤를 달리하는 중요한 몇몇 특징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매니아층을 형성하며 독자들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마수나 신수 등이 등장하며 수상할정도로 돈이 많은 퍼리들의 입맛에 맞는 장면을 연출한다거나, 기존의 무공 체계와는 다른 선협 세계관만의 신선 계급도를 만들고 이에 걸맞는 각종 도술과 법구를 사용하는 것은 소소한 차이점에 불과하다.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이라면 불로장생하는 도사의 특성상 소설에서 흐르는 시간이 수백년 단위로 길어지는 경우가 많고, 여기에 늙어죽기 싫어서 도를 닦는 신선들인만큼 그 인간성이 기본적으로 이기주의적이며 권력만능주의에 가깝다는 것이 이 장르의 특징 아닌가 싶다. 그래서 소설 속의 신선이 이런 대사를 읊는 것도 당연한 세상이다.

“난 너같은 놈이 가장 이해가 되질 않아. 고작해야 이백년도 못 사는 놈들이 뭐가 그리 절실하다고. 그냥 주어진 생을 편안히 살면 될 것을.”

이는 중국에서 번역되어 들어오는 선협 소설에서 특히 잘 드러나는데, 우리나라였다면 ‘이거 참 사이코패스 같은 주인공일세’ 싶은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는 게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유성 역시 마찬가지. 유명한 신선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으면서도 도력이 한 푼도 없는 유성. 결국 천덕꾸러기처럼 구르다가 자신을 아들로 보지도 않는 가주에게 버림받고 쫓겨난다. 도력이 없으니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한물 간 칼잡이들의 재주’인 무공을 배우고, 그러다가 무의 극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며 성장하기 시작한다.

전통적인 무협소설의 주인공이었다면 주변 사람들을 위하고 아끼며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힘쓰는, 그야말로 ‘협’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야겠지만 선협물에서는 천만의 말씀이다.

“유성은 그를 동료로 생각한 적이 없다. 애초에 그에게 동료란 존재하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 쓰고 버릴 뿐.”

그저 무공의 극한을 보기 위해 더욱 강해지는 것만을 생각하고, 그러다보니 동료라고 하는 인물(혹은 축생)들도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다. 그런데도 의외로 이런 행보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은, 우리가 자주 플레이하는 게임 속 동료들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하기 때문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십여년 전이었다면 독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었을법한 이기주의가, 무한 뽑기를 돌려가며 SS급 캐릭터가 뜰 때까지 능력치 떨어지는 동료를 갈아치우는 요즘 마인드와 비슷한 맥락이라는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앞뒤 안돌아보고 자기 목표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유성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흔히 말하는 고구마, 발암 전개가 나올 틈이 없는 것이다. 

“좋다. 그럼 살고 싶은 자들은 손을 들도록. 셋을 세지.”
“응?”
“셋.”
그 말이 끝난 순간 모든 사냥꾼들의 목이 굴러 떨어졌다.

아무리 악당이라도 개과천선의 기회를 주다가 뒷통수 맞는 전형적인 협객들과는 달리 하나, 둘 뛰어넘고 단번에 떨거지들의 모가지를 추수하는 장면이나,

조위는 반쯤 포기한 얼굴로 반격을 멈추고 유성에게 물었다.
"네가 무당파의 삼선이냐"
"예전에 죽인 적이 있지"
"그럼 소림의?"
"그쪽도 죽인 적이 있다."
"설마 요괴?"
"대요괴를 죽인적은 있다."
"이런 미친…"
어이가 없었다. 뭔 묻는 놈마다 죽였다는 답이 돌아온단 말인가.

신선과 요괴, 마수 가리지 않고 도전과제 달성하듯 골고루 죽여가며 시체가 널려있는 길을 걸어 온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결국 이 소설은 ‘내가 강해지고 싶다’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진 주인공이 도술과 법구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점점 강한 적들을 상대하며 꾸역꾸역 성장하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드래곤볼이 그러했듯 (그리고 수많은 소년만화의 주인공들이 그러했듯이) 점점 더 강한 적들이 나타나고, 싸우고, 이기고 (때로는 잠시 후퇴하고), 보상을 얻어 더 강해지는 패턴이 반복되면서도 그 안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기존의 선협물과 닮은 듯 닮지 않은 요수와의 전투는 꽤 신선하다.

‘뱀?’
전체적으론 그것을 닮았다. 하지만 같지는 않다.
하얀 몸체를 지녔지만 비늘이라고 부를 만한 틈은 없었다.
세 쌍의 눈동자는 핏빛으로 번들거렸다. 커다란 턱 밑에서부터 몸통까지 인간의 것처럼 보이는 하얀 손들이 줄줄이 돋아나 있었다.
머리 위의 뿔들이 눈과 마찬가지로 붉은 빛을 발했다. (중략)
요괴의 턱 밑에 돋아난 팔들이 꿈틀거렸다. 그러자 마치 보이지 않은 손에 잡힌 것처럼 사람들이 떠오르더니 그대로 요괴의 입을 향해 직행했다.

다만 이렇게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번역으로 인한 어색함이 있는 것은 살짝 아쉬운 부분. 예를 들어 월랑(달의 늑대)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종족이라 받아들이기가 쉽지만, 황금일족은 ‘왠 황금? 징기스칸의 직계 후손이 여기도 있나? 아니면 금속 생명체?’라고 오해하기 쉽다. 글을 읽다보니 날짐승 금(禽)자를 쓴, 노란색 독수리 내지는 닭 비슷한 수인족이라는 것을 알게 되긴 했지만.

그런 소소한 아쉬움에 불과하고, 전체적으로는 선협물이라는 세계관에서 게임 플레이하듯 성장하는 주인공을 보는 것이 취향이라면 한 번 읽어볼만한 소설. 너무 질질 끌지 않고 8권에서 깔끔하게 끝났으니 부담없이 시도할 만하다.

총평: ★★☆ 평타 정도 치는 선협물. 개인적으로 선협물은 취향에 안 맞는 소설들이 많아서 중도하차하곤 하는데, 이 소설은 완결까지 다 읽었다. 다만 엄청 재밌어서 홀린듯이 읽었다기보다는 읽던 관성으로 끝까지 읽은 느낌. 선협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별 한 개 정도는 더 줄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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