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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 / 사이먼 반즈 지음, 이선주 옮김. 현대지성(2024)
완두콩은 다 익기 전에도 수확할 수 있는데, 이러한 완두콩은 호사스러운 음식으로 인기였다. 덜 익은 완두콩은 밝은 녹색으로 달콤해서 먹기 좋다. 그러나 그리 오래 보관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덜 익은 신선한 완두콩은 부자의 식탁에나 오를 수 있는 음식이었다. 루이 14세가 그런 완두콩을 특히 좋아했다. 그는 베르사유궁의 정원 안, 왕의 텃밭이라고 불린 9만 제곱미터 정도의 땅에서 재배하기 까다로운 여러 채소를 길렀다. 뛰어난 왕실 정원사 장바티스트 드 라 캥티니는 유리를 활용해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제철보다 일찍 과일과 채소를 재배했다. (중략) 귀족들은 해마다 가장 먼저 완두콩을 식탁에 올리려고 경쟁을 벌였다. 완두콩을 너무 많이 먹어 죽은 사람도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통조림이 발명되자 더 많은 사람이 연녹색 완두콩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냉동식품 기술이 발달하고 가정용 냉장고가 보급되면서 연녹색 완두콩을 더 쉽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통조림보다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버즈아이는 1824년에 급속 냉동 기술을 확립했다. 요즘은 슈퍼마켓에서 버즈아이 완두콩을 사서 왕처럼 즐길 수 있다. - p.39
많은 사람에게 쌀은 거의 공기와 같은 존재다. 그들 삶에서 쌀이란 서양인의 삶에서 빵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삶의 일부라기보다 삶 자체이고, 내일로 나아갈 힘이다 - p.122
감자는 곡물에 비해 확실한 장점들이 있다. 쉽게 빼앗기지 않는다는 점이 하나의 장점이다. 그래서 어려운 시기에 더 안전한 주식이 된다. 감자는 곡물이나 밀가루보다 훨씬 부피가 커서 많은 양을 훔치기가 훨씬 어렵다. (중략) 조지 오웰은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영국에서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피시앤칩스 덕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930년대 영국에는 3만5,000여개의 피시앤칩스 가게가 있었다. 처음에는 칩스를 곁들이가 아니라 생선 대신 먹었다고 한다. 생선을 잡지 못하자 사람들은 생선 모양으로 자른 감자를 튀겨서 먹었다. -p.209
나는 여행 중에 동료들과 식사할 때 송로버섯 요리를 즐긴다. 조금 칙칙하게 남자들만 모여 각자 공평한 비용으로 먹고 마셔야 한다고 느끼는 자리다. 송로버섯 파스타는 드물게도 고기보다 비싼 채식주의 메뉴다. 포르치니 버섯보다는 풍미가 덜하지만, 아주 맛있다. 그러나 땅 위에 사는 다른 버섯들보다 송로버섯을 더 매력적이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비싼 가격이다. - p.265
옥수수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차별적인 작물이다. (중략) 잠비아에서 매일 먹는 기본적인 음식이 은시마와 렐리시다. 옥수수 가루를 끓인 죽에 스튜나 수프를 곁들여 맛과 단백질을 더한 식사다. 미국에서 재배하는 옥수수를 사람이 거의 먹지 않는다. 가축에게 사료로 먹이거나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데 사용한다. 영국에서는 취미로 즐기는 꿩 사냥을 위해 옥수수를 재배한다. 옥수수밭은 사냥터에서 꿩의 은신처가 된다. 부자와 가난한 나라의 차이를 이보다 더 명확하게 드러내는 작물도 없다. - p.557
백 가지 다양한 식물(과 균류)의 역사와 특징, 그리고 이와 얽힌 인간의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엮은 책.
나는 워낙 취향이 취향인지라 식용 작물의 이야기가 깊게 와닿았지만 꽃이나 나무 등 여러 식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듯 하다.
다만 재미있는 내용 구성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약간 학술적인 느낌이 나는 서술인지라 소설책 보듯 술술 읽는다기보다는 어느 정도는 신경을 써서 읽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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