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 모옌 지음, 박명애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공산 국가들은 그 특성상 정부의 헛발질이 국민들에게 굉장히 큰 재난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특히 중국의 계획경제가 불러온 대륙적 규모의 재앙은 여러모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쪽으로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도 "참새는 해로운 새다"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고 있으니까.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모옌의 소설,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역시 스케일은 조금 작지만 중국 공산당의 계획 경제가 삐끗하면서 지방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맞물리면 어떤 참사가 벌어지는지 생생하게 그려낸다. 예로부터 마늘 명산지로 유명했던 티엔탕 마을에서 정부가 다 사준다는 말만 믿고 마늘 재배를 왕창 늘렸다가 냉동창고가 꽉 차는 바람에 (그리고 그 와중에 권력자들은 순서를 무시하고 자기 마늘부터 먼저 팔아치운다) 일년 농사를 다 썩혀버릴 지경에 이른다. 천당(티엔탕) 마을이 지옥이 된 셈.
이 소설은 크게 과거에 있었던 까오마와 진쥐의 연애 결혼 탈출기부터 마늘 과잉 재배로 인한 혼란까지, 그리고 까오마, 까오양, 넷째 숙모 팡우스가 폭동에 휘말려 체포되고 고난을 겪는 이야기 두 가지 갈래로 번갈아가며 이어진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전통과 악습, 부패한 권력자와 무지한 농민, 정부와 국민의 대립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개인적으로는 이 동네 특산품인 마늘이 어떨 때는 삶을 이어주는 음식으로, 또 어떤 때는 썩어가며 악취를 풍기는 시궁창같은 현실의 반영으로 묘사되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날쌔게 달리는 호송차에서 돌연 까오양은 어떤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자동차에 진동하고 있는 청년의 피 냄새와 함게 한 묶음의 신선한 마늘종 냄새가 났던 것이다. 이유 없이 크게 겁을 먹은 그는 냄새를 맡으려고 노력했고, 마늘종 맛을 보았더니 신선한 맛이었다. 뿐만 아니라 갓 마늘밭에서 뽑아 올린 마늘종은 시들해진 누런 부위를 잘라내 버려서 반짝반짝 윤이 나는 물방울 같은 액즙이 배여 나오고 있었다. 그는 혀를 내밀어 그 즙의 물기를 핥아보았다. 혀에서 시원한 단맛이 출렁거렸다. 그의 마음은 잠시 가벼워졌다. -139p
까오마는 푸른 보자기를 더듬거리더니 하얀 밀가루로 구운 삥 한 뭉치와 마늘 뭉치를 찾아냈다. 마늘 뿌리 부분은 벌써 말라버렸고 줄기 부분 역시 시들어 있었다. 그는 마늘의 뿌리와 줄기는 비틀어서 던져버리고 짙은 녹색인 중간 부분만 한 토막 잘라냈다. 그는 육쪽 마늘을 삥에 둘둘 말아서 진쥐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여전히 행복한 느낌에 탐닉되어 고개를 흔들거리면서 그 느낌을 포착해보려고 시도했다. 코를 찔러대는 마늘 냄새가 그녀를 교란시켰는데 원래부터 그녀는 마늘 냄새를 싫어했다. - 161p
두 번째 쟁반에는 그다지 많지 않고 절반쯤 국그릇이 채워져 있었는데, 국은 검붉은 색상으로 국물 윗면에 몇 개의 기름덩어리가 둥둥 떠다녔으며, 누런 마늘 몇 뿌리도 있었다. 곰팡이가 나서 썩은 한 다발의 독한 마늘 냄새가 코를 강하게 찔러대는 것을 느꼈다. 그 냄새가 그의 창자를 잡아끌어 유인하고 그의 배를 잡아채고 유인하자 곧 구토를 하고 싶어졌다. - 1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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