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ad/Nonfiction_비소설

앵그르의 예술한담

by nitro 2026. 1. 9.
728x90

앵그르의 예술한담 /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지음, 이세진 옮김. 북노마드 (2014)

앵그르는 후세에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지 않았다. 그는 제자들을 키워내고, 반박할 수 없는 금언들로 제자들을 끊임없이 닦달했으며, 본인을 위하여 초록색 마분지 표지의 작은 노트에 이런저런 기록을 남겼다. 흥미롭게 다가왔던 인용문, 라차엘로에서 푸생에 이르기까지 그가 특히 좋아했던 예술가들의 삶을 다룬 작가들의 책에서 발췌한 대목들, 고대 비극의 요약문, 본인이 그린 작품들의 리스트... 앵그르는 그런 식으로 노트 열 권을 채웠다. (중략) 우리는 여기서 앵그르가 얼마나 맹렬하게 고전문화를 자기 것으로 삼으려 했는지 볼 수 있다. - p.10 <아드리앵 고에츠의 서문> 중에서
아펠레스(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전속화가)는 선 하나도 긋지 않고 보내는 날이 하루라도 있으면 안 된다 하였다. 그가 이 말을 통해서 가르치고 싶었던 바를 내가 여러분에게 거듭 말하겠다. 선은 데생이고, 데생은 전부다. - p.47
아름다운 특징을 그려내는 법을 배우려 하지 말고 모델에게서 그러한 특징을 발견해야 한다. - p.49
나는 근육들을 잘 안다. 그것들은 내 친구다. 그러나 친구들의 이름은 잊어버렸다. - p.56
많은 이들이 라파엘로는 색을 다채롭게 쓰지 않는다고 여긴다. 확실히 그는 루벤스나 반 다이크처럼 채색을 하지 않았다. 젠장, 라파엘로는 일부러 색을 자제했던 거다. 난 분명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루벤스와 반 다이크가 눈으로 보기에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눈을 속인다. 타치아노의 진정한 색, 과장되거나 부자연스러운 광채가 없는 자연이 옳다. - p.61
실질적으로 흰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상대적으로 더 하얗고 덜 하얀 것이 있을 뿐이다. 저 눈부시게 흰옷을 입고 있는 여인들 옆에 흰 종이를 나란히 대보라! - p.64
세상에서 가장 잘난 사내 아킬레우스를 그려야 하는데 볼품없는 모델밖에 없다 해도 그 모델을 활용해야 하거니와 필히 그 모델은 인체의 구조, 움직임, 균형을 파악하는 데 쓸모가 있을 것이다. 그 증거로, 라파엘로는 자기 제자들을 동원해서 성화 속 인물들의 움직임을 연구했다고 하지 않는가. - p.77
여러분은 대가들에게 말을 걸라. 그들에게 말하라, 대답을 얻을 것이다. 대가들은 지금도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여러분을 가르칠 것이다. 나는 그들의 중계자에 불과하다. - p.89
어느 목요일 저녁, 로마를 순방중이던 행정고관이 빌라 드 메디시스의 모임에 참석해서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교장 선생, 오늘 오전에 바티칸에 갔었는데 라파엘로가 왜 그리 이름 높은지 잘 모르겠습디다." 나는 이렇게 대꾸했다. "그래도 라파엘로에겐 아무 지장 없습니다만." - p.100
좋은 취향이란 운좋게 타고났을 뿐 아니라 자유로운 교육을 통해 계발된 탁월한 조화 감각이다. - p.121
여러분이 이 다리를 추하다고 한다면 나도 그렇게 볼 만한 이유가 있음은 인정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여러분이 내 눈으로 이 다리를 본다면 이 또한 아름답다 할 거라고. - p. 132

개인적으로 신고전주의 화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앵그르. 그의 평소 생각과 감상을 담은 노트를 모아 만든 책.

화가가 남긴 메모들이지만 단순히 미술의 기술적 측면 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에 대한 생각,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할만한 화두를 던져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