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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Fiction_소설

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

by nitro 2026.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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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르스는 한숨이 나왔지만 결국 은색 동전 두 개를 내고 연하고 반들반들한 오렌지색 토마토 하나를 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토마토를 사과처럼 한입 베어 물자 오렌지색 즙이 입에서 새어 나와 수염을 따라 흘렀다. 살짝 언짢아지려는 순간 에어룸 토마토의 맛과 향이 입안으로 확 퍼져나갔다. 첫맛은 놀라울 정도로 달았다. 하지만 설탕이나 과할 정도의 단맛이 아니라 감귤의 산미가 살짝 감도는 맛이었다. 그는 문글로의 단단한 과육을 씹으며 입안에서 사라지는 달콤함에 집중해 맛을 음미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중략) "내 평생 30센트를 이렇게 값지게 써본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존. 몽족이 이렇게 토마토를 잘 키우는 줄은 몰랐어요." 라르스가 말했다. "몽족은 그렇게 못해. 그 사람들이 운이 좋다면 내가 몽족 한 명에게 잘 키우는 법을 가르쳐 줄 수는 있겠지." - p.42

웬일인지 에바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녀의 얼굴, 황홀할 정도로 훌쩐 큰 키. 그녀가 말한 것들이며 그 말을 하는 태도. 젠장. 윌 프레이거는 그 소녀가 좋았다. 그녀의 한 방은 고스 스타일 따위에 비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한 방은 바로 요리였다. - p.172

에바가 구운 월아이(북미에 서식하는 농어과의 민물어류)를 한입 먹었다. 프레이거는 그녀가 생선 살을 씹되 삼키지 않고 입안에서 굴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음식에 빠진 사람들은 저렇게 먹나? 매혹적인 순간이었다. "맛이 어때?" 그가 물었다. "정말 맛있어. 로즈메리 향이 살짝 과한 듯하지만." (중략) "실례합니다만, 조브 파넘이라고 합니다. 이곳의 헤드 셰프죠. 오늘 저녁은 한산한 편입니다. 그래서 구운 월아이 요리에 의견을 보내 수진 손님을 잠시 만나 보려고 나왔습니다." 에바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어머, 정말 죄송해요. 이 요리는 너무 맛있어요. 제가 먹어 본 생선 요리 중에 최고일 거예요." "미안해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이걸 물어보고 싶은 거니까요. 대개 이 요리를 시키는 손님은 소비뇽 블랑을 함께 주문하시죠. 그 와인이 로즈메리와 썩 잘 어울리거든요. 그래서 문득 이런 의문이 든 겁니다. 와인을 주문할 수 없는 손님이 맛있게 드시려면 어떻게 조리하면 좋을까? 손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의견이 궁금하군요." - p.188

"어떤 토마토를 쓰셨어요?" 에바가 물었다. "얼리 걸이에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찍 수확하는 에어룸이에요." "얼리 걸은 에어룸이 아니에요. 하이브리드종 1세대죠." "무슨 소리에요? 에어룸이 맞아요." "아뇨, 이 품종은 몬산토 소유에요. 얼리 걸도 좋은 토마토죠. 하지만 일찍 수확하는 에어룸을 원하신다면 모스크비치를 추천해요.(중략)" "토마토를 잘 안다고 자신하나 봐요. 나도 산 마르자노를 직접 키운 적이 있어요. 왜냐하면 페이스트에는 그 품종이 제일 맛있거든요." 옥타비아가 말했다. "저도 10대에 아이오와에서 살 때 그걸 키워 봤어요. 그리고 같은 이유로 관뒀죠. 지금은 그것보다 훨씬 더 맛있는 페이스트용 토마토가 많이 있지 않나요? 저지 자이언트도 있고, 오팔카나 애미시 페이스트도 있죠." 에바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뭘 하고 있는지 가보죠." 옥타비아가 이렇게 말하며 쌩하니 주방을 나갔다. - p.244

옥타비아는 에바의 것을 먼저 먹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정말 근사한 맛이었다. 줄기콩과 옥수수의 식감이 살짝 단단하고 베이컨은 바삭거렸으며 너무 짜지 않았다. 투명할 정도로 얇게 저민 양파 조각들은 톡 쏘는 풍미가 너무 세지도 희미하지도 않아 절묘했다. 옥타비아는 다음으로 자신의 요리를 먹었다. 옥수수 알갱이들이 단단하고 뻣뻣했다. 그녀는 바로 전날 옥수수를 샀지만 정작 애나가 이 옥수수를 언제 수확했는지 몰랐다. 알갱이에 단맛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어떤 알갱이는 잇몸에서 빠진 치아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식탁을 둘러보니 사람들이 냅킨에 음식을 뱉고 있었다. "나는 콩이 들어간 걸로 더 먹을래." 엘로디가 말했다. 애덤 역시 얼른 자신도 그러겠다고 했다.
애나 흘라벡, 이 나쁜 년. 이런 무시무시한 실수를 피하려면 사탕옥수수를 파는 소매상에게 정확한 수확 날짜를 표시해 두라고 요구해야 했다. 에바는 음식을 먹기 너덧 시간 전에 수확한 옥수수를 썼다. 바로 그 점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 냈다. 빌어먹을 품종이 문제가 아니었다. - p.57

부스러뜨린 통밀 크래커(2.5컵)와 녹인 버터(1컵), 땅콩버터(1컵), 설탕(2.5컵)을 모두 섞는다. 기름을 바른 23x33cm 팬에 옮긴다. 초콜킷 칩(1컵)과 버터(1티스푼)를 녹여서 바의 위쪽 표면에 잘 펴 바른다. 냉장고에 넣어 단단하게 굳힌다. 바를 자른다. 이보다 더 간단할 수 있을까? 팻은 지난 25년간 이 방법으로 바를 만들었다. 그리고 최근 6년간 블루 리본을 다섯 번, 레드 리본을 한 번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 p.339

제목만 보면 미국 향토 음식을 다루는 이야기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중서부의 향토 음식을 매개로 하는 사람들의 삶 이야기.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천재 요리사, 에바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매 챕터마다 분위가가 휙휙 바뀌면서도 음식과 인생살이를 잘 엮어내서 재미있게 읽었다. 읽다보니 갑자기 오래간만에 생선을 올린 서코태시가 만들고 싶어지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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