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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Fiction_소설

라스무스와 방랑자

by nitro 2026.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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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무스와 방랑자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2020)

"아까 이야기한 대로 이제 아침을 좀 먹어 두는 게 좋겠어."
오스카는 건초더미 위에 편한 자세로 앉아서 꾸러미를 풀고 신문지 속에서 버터빵을 꺼냈다. 거친 가루로 만든 빵에서 잘라낸 것 같은 큼지막하고 길쭉한 조각이었다. 오스카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웅얼거리면서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라스무스는 오스카가 빵에다 차가운 돼지고기를 얹어서 먹는 모습을 쳐다보았다. 차가운 돼지고기는 라스무스가 알고 있는 음식 가운데에서 가장 맛있는 것이었다. 오스카도 차가운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오스카는 빵을 씹어 먹다가, 다정하게 빵을 한 번 쳐다보더니 다시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중략)
라스무스는 옆에서 들릴 정도로 침을 크게 삼켰다. 오스카는 아무 말 없이 잘라 낸 빵 한조각을 라스무스에게 건넸다. 빵은 굉장히 길쭉한데다가 굉장히 두꺼웠고, 그 위에는 커다란 돼지고기가 두 조각이나 얹혀져 있었다. 라스무스는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아, 이 행복이여. 이 짭짤한 돼지고기와 거칠고 검은 빵이 서로 어울려서 내는 맛이라니! 라스무스는 눈을 반쯤 감고 빵을 먹었다.
- p.76
라스무스는 은밀한 기쁨과 흥분이 가득한 음성으로 오스카에게 물었다. "크림 봉봉(크림이 든 설탕 과자의 일종) 좋아해?" 오스카가 말했다. "그럼, 당연하지. 크림 봉봉은 누구나 좋아할걸. 하지만 난 지금 돈이 없어. 그러니, 우린 그런 걸 사 먹을 수 없어." 라스무스가 말했다. "아냐, 난 살 수 있어." 라스무스는 5외레 동전을 치켜들었다. (중략)
라스무스는 길가에 앉아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오스카에게 의기양양하게 달려갔다. 봉지를 열고 오스카에게 봉봉 다섯 개를 보여 주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오스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맛있겠다는 듯이 봉봉을 바라보았다. "어떤 걸 먹을까!" 라스무스가 신이 나서 단호하게 말했다. "오스카가 이 봉봉을 다 먹어도 돼. 난 오스카가 다 먹었으면 좋겠어!" 그러나 오스카는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다. "아냐, 적당한 게 좋은 거야. 난 이거 하나로 충분해." 크림 봉봉을 적당하게 먹는 오스카가 라스무스의 눈에는 존경스러워 보였다. 솔직히 라스무스는 봉봉 다섯 개를 다 오스카한테 주고 싶었지만, 라스무스도 인간이었기에 크림 봉봉이 먹고 싶었다. (중략)
두 사람은 오랫동안 햇볕을 쬐며 봉봉을 빨아먹었다. 아무리 아껴 먹어도 봉봉은 녹아서 없어졌다. 그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입 안에 봉봉 맛만 조금 남아 있다가 나중에는 아무 맛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스카가 제안했다. "나머지는 잘 간수해 두자. 살다 보면 시련이 닥쳐올 수도 있고, 그럴 때에 봉봉이라도 하나 있으면 좋잖아."
- p.100

언제 처음 읽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아동소설.

고아였던 라스무스가 방랑자 오스칼을 만나 떠돌이 생활을 하며 겪는 모험 이야기.

이 책을 읽고 나서 서울역 길거리 노숙자가 왠지 낭만있는 '직업'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곳곳에 군침도는 음식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어릴 적 정서 발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던 책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햄 샌드위치 먹방은 샌드위치를 먹을 때마다 기억나는 장면. 다만 꽤 오래전에 발간된 스웨덴 소설이다보니 여기서 말하는 차가운 돼지고기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슬라이스 햄이나 그물무늬 벽돌모양 햄이 아니라 진짜배기 돼지 뒷다리 염장육을 두껍게 썰어낸 햄이라는 거. 이런 거 볼 때마다 햄을 만들고 싶은데, 아파트에 사는 이상 연기 피울 곳이 마땅치않아 아쉬움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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