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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Nonfiction_비소설

달콤한 열대

by nitro 2010.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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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목적없이 도서관 가서, 정처없이 휘적휘적 걸어다니다가 눈에 띈 책을 골라잡고 읽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 책, "달콤한 열대"도 그런 식으로 건진 책이다.
전체적으로는 저자가 여기저기 여행다니면서 먹었던 맛있는 열대 과일들에 대한 이야기.
색깔 예쁘게 넣은 열대 과일의 그림을 보면서 침을 꼴깍꼴깍 삼키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더 임팩트가 컸던건 3장, '바나나 - 추억과 공화국 전쟁' 편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집어먹던 바나나가 알고보니 독재정권의 자금줄이었던 것.
이게 두배로 충격이었던 이유는, 당시에 즐기던 커피쪽에서도 공정무역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략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 기분'이랄까.

그리고 좀 더 찾아봤는데, 사방팔방에 이런게 널려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커피, 차, 초콜릿, 바나나, 설탕, 고무, 목재... 심지어는 청바지까지.
어느 정도냐면, 불공정무역 제품을 모조리 보이콧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

물론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건 "공정무역 캠페인, 쓸모없다"는게 아니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활동을 하는 분들을 존경하니까.
얼굴도 모르는 생판 남에게 한푼이라도 더 돌아가게 하기 위해 몇걸음이라도 더 걸어서 공정무역 커피를 취급하는 카페에 간다거나, 좀 더 비싼 공정무역 초콜릿을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사는건 그야말로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타적인 행위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신념에 따른 개인의 행동일 경우이고, 이를 남에게 강권하려면 그 이상이 필요한것 역시 사실이다.
이런 생각은 해묵은 개고기 논쟁과 동물학대 관련 서적을 보면서 더욱 굳어지게 되는데...
도살당하는 개들이 불쌍해서 개고기를 안먹는다? 물론 좋다. 개가 불쌍하다는 자신의 신념에 따른 행동이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이를 강요한다? 그러려면 이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돼지나 닭은 먹으면서 왜 개고기만 비판하는가..라는 논쟁을 피할 수 없다.

스타벅스가 커피농가를 착취하기 때문에 가지 않는다는건 좋다. 100가지 잘못된 사회에서 한가지라도 고쳐보려는 노력이니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너희들도 가지마'라고 하기엔, 사람은 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다르고, 관심을 갖는 분야가 다르다는게 문제.
어떤 사람은 커피가 아니라 바나나 문제를 더 심각하게 생각할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불공정 무역보다 환경 오염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볼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다른 나라 사람들 신경쓰는것보다 우리나라에서 함께 사는 불우이웃 돕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할수도 있으니까.
이러한 다양한 관점을 지닌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욕얻어먹기 십상일듯.
마치 지하철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며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믿음을 강요하는 것처럼.

한줄요약 : 공정무역 좋은데,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다 다르니 강권하지는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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