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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Impulse Buy_지름

지름경 제 1장

by nitro 2004.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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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신께서 대형 쇼핑몰 할인매장에 계실 때의 일이다. 할인 쿠폰 모으는 아줌마들이 몰려들어 가르침을 구하니 지름신께서 말씀하시되 지름의 근원에 대해 밝혀주시더라.

"태초에 지름이 있었느니라.

무릇 지름이라 함은 정상적인 소비활동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것으로

우연성과 결단력, 그리고 적절한 경제력의 3박자가 고루 갖추어졌을때 나타나는 축복받은 행위를 일컬음이라.

매달 꼬박꼬박 저축해서 집 사고 차 사는 것을 지름이라고 하지 않듯, 반드시 뜻하지 않은 우연이 겹쳐야 하며

두고두고 심사숙고하여 우유부단하게 우물쭈물거리다가 사는 것을 지름이라고 하지 않듯, 후일 후회할지라도 지르고 본다는 결단력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갑부가 항상 돈을 펑펑쓰며 하이엔드 기기 맞추는 것을 지름이라고 하지 않듯, 후일 밥을 굶을지언정 때맞춰 지르며 제한된 경제력 안에서의 스릴를 만끽해야 하느니,

이 셋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지름이라 할 수 없느니라.

이 세가지 지름의 요소가 모두 갖춰질 때야 비로소 지름의 길이 열리나니,

우연이라는 이름의 행운을 등에 얻은 기쁨과

번개같이 지름을 통해 얻는 속도감과

아슬아슬한 경제력의 한계를 넘나드는 긴장감이 하나가 되어

이른바 지름의 삼위일체를 이룩하니, 이야말로 지름의 진정한 경지라 할수 있다."

지름신이 말씀하시매, 졸부티 팍팍 나는 아줌마가 아는체하며 끼어들기를

"믿을 수 없나이다. 자고로 지름이라 함은 경제활동이 발달하고 나서부터야 생겨난 행위이거늘, 어찌 태초부터 지름이 있었다 하시나이까"

지름신께서 가로되

"보지 않고도 믿는 자에게 진정한 지름의 가호가 있을지니, 우둔한 여인아. 태초에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지른게 아니고 무었이더냐"

말씀을 들은 대중 모두가 눈앞의 안개가 걷힌듯 깨달음을 얻어 크게 기뻐하며 지름신을 찬양하고,

아울러 몇년간 모아두었던 보너스 포인트를 일거에 풀어 사은품을 질러버리더라.

이에 지름의 진리를 터득하고자 하는 후학을 위해 이 글을 기록하여 남기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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