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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무협&판타지

강남퇴마사

by nitro 2019.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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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이 돈이 많아요 (https://blackdiary.tistory.com/1231?category=437237)를 썼던 서인하 작가의 퇴마소설. 

사이코메트리 능력으로 상대의 과거를 읽어가며 엉터리 무당짓으로 돈을 벌던 주인공.

그러다가 진짜배기 무당들을 만나게 되면서 퇴마의 길로 접어들고 귀신들을 물리치는 그런 내용이 전개된다.

작가의 전작들, 그러니까 어째저째 성공한 아재가 자기 성공담 썰 풀어주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노선이라 나름 우려도 많았는데, 초반부는 진짜 미친 포텐 터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단순히 말초적으로 재미있는 게 아니라 굿과 퇴마, 한풀이에 대한 내용을 나름 심도있게 파고들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시울이 붉어지게 한달까.

어찌 보면 신파라고 할 수 있는데, 억지 신파는 아니라서 마음에 든다. 사실 굿이라는게 결국 남겨진 산 사람의, 죽은 사람에 대한 한맺힘을 풀어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굳이 억지 안 부려도 작가의 필력 정도면 충분히 생생한 심경 묘사가 가능하기 때문.

다만 이런 좋은 평은 어디까지나 전반부까지만 가능한 이야기고, 이북만개 집단이 떨어져 나가면서 한 번, 그리고 아들 낳고 결정적으로 또 한 번 급격한 하락이 이어진다. 특히 아들 낳고 나서는 '이건 아니지!'라는 안타까운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

처음엔 이렇게 포텐 터지다가 나중에 망작 되는 케이스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애초에 시놉시스를 탄탄하게 짜 놓지 않은 경우. 아니면 전반적인 설계는 잘 짰는데 후반부 들어서며 글을 풀어나가는 힘이 딸려서 흐지부지 되는 경우다. 내가 볼 땐 작가가 이야기 하는 스타일이 약간 뭐랄까 썰 푸는 식에 가까운지라 무당이 자기 썰 푸는 듯한 전반부는 재밌다가 퇴마록 다운그레이드 버전이 되어버리는 후반부에서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

혹자는 소설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재미없는 것 보다는 그래도 앞부분이라도 재미있는게 낫지 않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처음부터 배 아프면 집에 돌아가서 화장실 가면 되지. 근데 출근길 만원버스 중간부터 배 아프면 그게 더 골치 아닌가!'라는 입장이다.

혹시나 싶어 완결까지 따라갔지만 반전은 없었다. 하긴 죽은 자식 불알 살려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니... 처음부터 망작이면 미련없이 버리기라도 하지, 앞쪽은 정말 재미있게 보다가 뒷쪽이 망가지는 걸 보니 돈 아까운 건 둘째치고 마음이 다 아플 지경이다.  

그냥 초반에 하던 대로 신기한 경험담 썰 푸는 식으로 계속 밀고 나갔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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