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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무협&판타지

SSS급 자살헌터

by nitro 2020.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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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과거로 회귀하는 류의 이야기는 굉장히 많다.

영화화까지 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더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를 비롯해서 꽤나 많은 소설들이 죽음 후 회귀를 주인공의 능력으로 설정한다.

어쩌다 한 번 회귀해서 역사를 비틀어버리는 일반 회귀와는 달리, 이런 세이브&로드 방식은 또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회귀를 하더라도 한 번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왠지 '세상 만사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현실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같은 일을 반복하며 점점 익숙해지고, 그 익숙함을 바탕으로 결국 난관을 해결하는 과정이 마치 어려운 게임을 계속 죽어가며 클리어하는 느낌과 비슷해서인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설 속 캐릭터가 성장하는 모습에 공감하기도 쉽다.

이 소설, SSS급 자살헌터 역시 이런 세이브&로드 방식의 회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등장한 '탑'. 

탑에서 랭킹 1위를 달리는 염제 유수하를 너무나도 부러워 하던 주인공 김공자는 그 질투심에 극에 달한 나머지 S급 스킬을 얻게 된다.

하지만 상대방의 스킬을 무작위로 카피해서 가져올 수 있는 그 S급 스킬의 부작용 또한 심각했으니, 바로 스킬을 사용하면 죽는다는 것.

이대로는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되므로, 당연하게도 주인공은 성질 더러운 염제에게 죽으며 그의 스킬을 하나 카피하게 되는데, 바로 죽을 때마다 24시간 전으로 회귀하는 EX급 스킬.

자신을 불태워 죽인 염제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공격 스킬 하나 없는 주인공은 랭킹 1위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선택한다.

자살하고 또 자살해서 염제가 초보인 시절까지 돌아가는 것.

그렇게 4090번의 자살 끝에 복수를 하고, 본격적으로 탑을 오르기 시작하는 김공자의 모험담.

각 층이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는 탑을, 개성있는 여러 랭커들과 함께 클리어 해 나가는 게 주요 줄거리.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흔하디 흔한 양판소처럼 들리는데, 의외로 각 층의 세계관이 독특한데다 이를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굉장히 재미있다.

뭔가 일이 막힐 때면 손 쉬운 해결 방법으로 자살하고 회귀하는 게 아니라 매 번의 죽음이 주인공을 인간적으로 성장시키고, 그 과정에서 심화되는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제법 깊이가 느껴진다.

소설 전개상 옵니버스식 구성을 띄게 되는데, 각 편의 이야기가 나름 잘 짜여진 기승전결을 갖고 있는데다가 서로 다른 주제와 소재를 잘 녹여낸 덕에 질리지가 않는다.

자칫 잘못하면 오글거리기 쉬운 표현이나 묘사도 때와 장소에 맞춰 적절히 사용한 덕에 꽤나 멋있고 장엄하게 느껴질 정도.

하지만 종족 전쟁부터 조금씩 늘어지나 싶더니 여주인공과의 연애가 너무 심하게 오글거리기 시작하다가 탑주가 등장하면서부터 이야기 전개마저도 동인 소설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마이너하게 진행되는 중.

아직 손절 할 수준은 아니지만 이대로 방향이 계속 비틀어지면 굉장히 잘 쓴 판타지 소설에서 꽤나 매니악한 취향의 소설로 급락할 가능성도 농후한 게 걱정이다.

- 2019.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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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완결 난 SSS급 자살헌터.

평가를 하면서도 참 애매한게, 최근들어 이만큼 호불호를 넘나드는 소설을 접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보통 별 세 개라고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별 세 개짜리 평가를 주는 소설이거나

초반에 별 서너개 정도 였다가 뒤로 가면서 좀 흐지부지 해지면서 별점 두세개 정도로 떨어지는 경우가 대다수.

그런데 이 소설은 롤러코스터 타는 것 마냥 취향과 불호를 넘나든다.

어떨 때는 중2병스러운 허세 가득한 소설처럼 보이다가도 또 어떨 때는 꽤나 진지하고 장엄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어떨 때는 잘 짜여진 이야기 전개에 감탄하다가도 또 어떨 때는 이해 불가능할 정도로 손발 오그라드는 장면이 등장하고.

어찌어찌 완결까지 다 따라오긴 했는데 중간에 하차할까 싶은 적도 꽤나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별 세개 평가를 내리는 까닭은 취향에 맞는 부분은 또 굉장히 괜찮았기 때문.

사람에 따라 좀 지나치게 형이상학적, 관념적 세계관 아닌가 싶기도 한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걸 좋아하는지라 나름 매력적으로 읽힌 것도 한 몫을 할 듯.

- 2020.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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