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물이라고 하면 보통은 과거로 돌아가 미래의 지식을 활용해서 역사를 비틀고 성공하는 내용이 주가 되기 마련이고
그렇다보니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 크게 둘 중 하나의 시대적 배경을 택하게 된다.
우리가 이미 수많은 매체들을 통해 접하며 익숙해진 오래 전 역사, 예를 들어 임진왜란이나 구한말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이와는 반대로 우리가 직접 겪음으로 해서 익히 알고 있는, 비교적 짧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두 번째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 역시 나름 굴곡진 사회상을 보여주는 군사정권 시절이나 IMF 시절, 혹은 비교적 최근의 비트코인 열풍 등이 주요 시간 회귀 지점이 되곤 한다.
하지만 워낙에 많은 작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소재이다 보니 겹치는 내용이 수시로 등장하고, 결국엔 지루함을 불러오게 된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이 시도되고 있는데 그 중 꽤나 참신한 방법이 바로 수십 년 전의 자신으로 회귀하는 게 아니라 수십 년 전의 북한의 김일성 아들로 빙의시켜버린 것.
남한의 정치, 경제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던 정환은 동료와의 토론 도중 한국의 체제로는 발전에 한계에 있음을 느끼며 "누가 나 독재자 시켜주면 정말 잘 할텐데"라고 푸념한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1980년대의 김일성 종합대학 학생이자, 수령동지의 백두혈통을 이어받은 자식들 중 하나로 빙의되어버린 것.
잠재적 경쟁자는 모조리 제거 해 버리는 김정일의 눈을 속여가며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하고, 북조선의 지도자가 되어 북한을 발전시키는 것이 주 내용으로 이어진다.
초반에는 이미 세습이 거의 완료된 김정일에게서 권력을 빼앗아 오거나 쿠데타 세력을 몰아내는 등 굵직한 장애물들이 많이 등장해서 나름 재미가 있었는데 요즘엔 배경만 북한일 뿐 개혁 내용 자체는 그닥 새로울 게 없어서인지 약간 지루한 감이 들기도 한다. 중국이건 미국이건 거대한 적과 싸움이 붙어야 다시 재미있어질 듯 싶다.
그래도 여지껏 금기시 되던 북한의 승승장구 스토리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나름 신선한 느낌을 준다. 필력 자체도 킬링타임용으로 본다면 나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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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완결. 완결까지 특별한 굴곡 없이 무난하게 잘 이어진 듯.
요즘 현대판타지 소설에서는 중국의 악의 축 내지는 최종 보스로 자주 등장하는 것 같은데, 워낙 국력 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어지간해서는 현실적인 승리 시나리오가 잘 나오지 못한다.
이 소설도 마지막 부분에서 중국이 핵도 못 쓰고 타협을 한다거나, 지금껏 백두산에서 백마 타고 내려온 수령님만 따르던 북조선 인민들이 주인공 은퇴하자마자 큰 잡음도 없이 건실한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하는 것이 좀 걸리긴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특이한 소재로 나름 평타는 친 소설일 듯.
총평: ★★★☆☆ 지금껏 뿔난 도깨비, 타도의 대상, 내지는 불쌍하고 무지한 동정의 대상 정도였던 북한 독재를 소재로 나름 재미있게 풀어냈다. 초반 권력 쟁탈전 부분에 비하면 중, 후반부는 몰입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 아닌가 싶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잘 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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