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이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선 주말동안 충분히 생각을 해 봤다. 그 생각 끝에 내가 내린 결론. 막상 13억이 생겨도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 같다는 거다."
흔히들 생각하는 인생 역전의 대명사.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풀지 못했던 모든 문제들을 한 방에 해결 해 줄 수 있는 치트키.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로또 1등이란 이런 느낌이다.
하지만 실제로 로또 당첨이 그렇게 대단한 영향을 줄 수 있는가, 라고 곰곰히 생각 해 보면 살짝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가장 최근의 1등 당첨금 실수령액을 알아보니 약 22억원.
분명히 큰 돈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서 일반인이 엄청난 부자 소리 들을 정도로 인생 역전이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지은 지 40년이 넘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 채 가격도 20억원 전후에 달할 정도니까.
괜찮은 상가 건물을 구입해서 건물주가 되는 건 꿈도 못 꾸고, 사업을 벌이기엔 뭔가 불안하다.
그렇기에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로또 1등 당첨금의 진정한 가치는 물질적 풍요가 아닌, "정신적 여유"다.
혹시 뭔가 인생에 걸림돌이 생겨도, 도저히 회사 생활을 참을 수 없어 때려치우고 나가게 되어도 먹고 살 방안이 있다는 여유.
마치 여분의 목숨 하나 남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게임 플레이가 다를 수 밖에 없듯,
그 여유가 인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이 소설은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주특기가 "왠지 있을 법한 돈 버는 이야기"이다 보니 정작 로또 당첨금 활용에 대한 이야기는 글의 초반에만 잠깐 나오고
나머지는 든든한 비자금을 심리적 발판삼아 적극적으로 회사 생활 해 나가며 승승장구하는 주인공의 성공담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워낙 명품 업계에 대한 내공이 탄탄한 작가이다보니 그런 사업들에 대한 이야기 자체도 꽤나 재미있는 편.
정신없이 빠져들며 만사 다 제치고 볼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회사 생활을 소재로 하는 현대 판타지물 중에서는 꾸준히 볼만한 글이다.
- 2020. 4월 29일 완결
초반의 로또 당첨자가 겪게 되는 심리에서 중,후반의 사업 성공에 이르기까지 스무스하게 넘어간 듯.
결말 역시 질질 끄는 느낌 없이 깔끔하게 끝난 듯 하다.
현대판타지물이라면 대부분 모종의 초능력이나 미래지식으로 잘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로또 당첨금 덕에 생긴 심리적 여유 하나만으로 사람이 바뀌며 성공하는 케이스인지라 꽤나 현실감이 돋보인다.
시마과장 비슷한 느낌이랄까.
총평은 연재중일 때와 마찬가지.
완결되면서 별점 재조정할 때 대다수의 소설들이 별 한 두개씩은 날려먹는 걸 생각하면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퀄리티를 유지한 느낌이다.
총평: ★★★☆☆ 엄청나게 재미있지는 않지만 소소한 읽는 재미와 함께 기본적인 필력은 보장되는 소설. 해당 장르 중에서는 상위권. 회사원이 주인공인 현대판타지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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